Photo by Pete Souza. United States President Barack Obama hugs Stephanie Davies, who helped keep her friend, Allie Young, left, alive after she was shot during the 2012 Aurora shooting that occurred on 20 July 2012 in Aurora, Colorado. The President visited patients and family members affected by the shooting at the University of Colorado Hospital on 22 July 2012.
버락 오바마. 그에게는 많은 수식어가 붙는다.
“세계인이 인정하는 지도자”, “최초의 흑인 대통령”, “비탄자들의 총사령관”, “미국에 자부심을 느끼게 해준 지도자”, “절대 신념을 잃지 않은 대통령”, “모범적이고 자상한 아버지이자 남편”, “쿨(Cool)한 지도자”
오바마는 많은 수식어로 전 세계인에게 기억되고 있다. 그는 국민과 가장 가까이에서 소통하고 공감했던 리더로 인상 깊게 기억되고 있다.
오바마는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 미국 최초로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대통령에 당선돼 제44대 미국 대통령이 됐다. 그는 201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해 총 8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퇴임 시 최종 지지율은 59%로 빌 클린턴(66%), 로널드 레이건(63%)에 이어 역대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는 직전 대통령인 조지 W. 부시(34%), 다음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34%)에 비하면 엄청나게 높은 수치이다.
오바마는 퇴임 후 몇 년이 지난 2022년 NBC 뉴스의 설문조사에서도 공인(public figure) 중 긍정평가 51%를 받아 일론 머스크(31%), 조 바이든(42%), 케빈 매카시(13%), 도널드 트럼프(35%), 낸시 펠로시(31%), 마크 저커버그(8%)를 크게 앞질렀다.
2018년 퓨 리서치의 설문조사에서도 44%의 응답자가 오바마를 최고 또는 두 번째로 최고의 대통령으로 꼽아 단연 1위에 올랐고 빌 클린턴(33%), 로널드 레이건(32%), 트럼프(19%)를 제쳤다. 존 F. 케네디는(12%)를 기록했다.
오바마는 어떤 대통령이었기에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물론 그가 완벽했다는 것은 아니다. 그의 정책 중에는 필자의 철학과 맞지 않은 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민주주의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 대통령이었다. 완벽하진 않지만 많은 사람이 그를 높이 평가했던 이유다.
오늘날 많은 한국 정치인들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는 정치인이라면 오바마에게서 배울 게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것이 어떤 것인지 시리즈로 나눠보기로 한다.
1) 대통령은 '비탄자의 총사령관'이 되어야
다음은 SBS 스페셜 ‘오바마 8년 2920일의 기록’을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국민은 오바마에게서 아버지를 느끼고 희망을 본다. 오바마는 비전과 정책뿐만이 아니라 그것을 이루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까지 공개하며, 역대 미국 대통령 중 가장 많은 촬영에 노출되고, 가장 많이 소셜미디어를 하고, 가장 많은 국민을 만나 소통하는 대통령이었다. 소통을 기반으로 오바마는 자기 이미지를 만들어 냈고, 그것은 자상하고 따뜻하고,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전형적인 중산층 아버지였다.
집권 중 최악의 사건으로 꼽히는 2012년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을 때 오바마는 피해자들에게 자상하고 따뜻한 아버지의 이미지로 진정성 있게 다가갔다. 그는 말했다. ‘비탄에 빠진 여러분이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여러분과 이 무거운 짐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그것이 어떤 슬픔일지라도 우리는 우리의 의무와 책임을 다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이러한 진정성 있는 말에 대한 피해자 가족들은 그를 멀리 있는 대통령이 아닌 슬픔을 함께 나누는 착한 이웃 중 한 명으로 받아들였다. 오바마는 대통령으로서 믿기 힘든 깊은 배려의 모습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진정한 지도자였다.
2015년 6월 17일 발생한 흑인교회 총기 난사 사건은 자칫 인종 문제로 번질 큰 사건이었다.찰스턴 희생자 장례식장에서 오바마는 연설 대신 흑인 노예선의 선장인 존 뉴턴의 참회록이자 위로 노래인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를 부르며 흑인과 백인 모두에게 참회, 위로, 용서의 메시지를 나눴다. 이렇게 오바마는 백인과 흑인 그리고 미국 모든 국민의 통합이라는 비전을 실행해 나갔다.
슬픈 사건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오바마를 ‘비탄자들의 총사령관Mourner-in-chief’이라고 불렀다. 미국 헌법에 대통령을 ‘군의 총사령관’이라고 규정되어 있는 것을 빗대서 그렇게 부른 것이다. ‘비탄자들의 총사령관’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국내외에서 슬픈 사건이 발생하면 그 비극을 대통령이 책임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대목에서 필자는 지난 10월29일 오후 5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던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식을 떠올렸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최보람 님의 고모인 최경아 님이 소속되어 있는 웨슬리 꽃재 오케스트라는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연주했고 그 자리에 윤석열 대통령은 없었다. 유가족이 윤 대통령이 와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의 자리를 남겨뒀지만 끝까지 빈자리였다. 이날 어메이징 그레이스 연주는 마음을 너무나 아프게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영암교회에서 10·29 참사 1주기 추도예배에 참여했다. 이날 영암교회 교인들은 참석하지 않고 윤 대통령과 몇몇 장관들, 참모진 등 30여 명만 참석한 ‘꼼수’ 예배였다.
영암교회 교인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SNS 게시글에는 “영암교회는 추도예배를 기획한 적이 없다. 대통령실에서 전화가 와서 대통령이 주일에 영암교회에 가니 추도예배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담임목사가 현재 화장실 공사 중이라 어수선하고 정책 당회 날이라 1년 중 제일 분주하다. 더 크고 영향력 있는 교회가 있으니 그쪽을 추천한다고 했으나 거절당했다”고 적혀 있었다.
오바마와 윤석열은 참사에 어떻게 다르게 반응했나.
오바마는 책임을 지는 대통령이었고, 윤석열은 책임을 회피하는 대통령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아메리칸 파이’를 열창하는 것 대신,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읊조렸어야 했다.
1863년 에이브러햄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까지 거슬러 올라가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연구한 버지니아 대학교 밀러 센터의 대통령 역사학자인 바버라 페리는 미국 내셔널 퍼블릭 오디오(National Public Radio)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통령이 항상 성공적인 정책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나라를 안정시키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보여 줄 수 있다면, 케네디 대통령의 '64 민권법처럼 정책적인 관점에 도달할 날이 올 수도 모른다. 그러나 정책적인, 정치적인 결과를 얻는 것에 앞서 대통령의 주요 역할은 아픈 국민에게 위로를 주는 것이다. (중략)
오바마 대통령은 총기 사고가 연속되는 상황에서 주요 사건은 현장을 찾아 장례식 연설을 했고 총기 사용 중단을 촉구했다. 하지만 그는 총기를 미국에서 없애거나 총기사용을 완화하지는 못했다. 위기의 상황에서 대통령의 책임은 무엇인가? 위기의 순간에 대부분 미국 대통령은 국민을 위로하는 역할을 했다. 왜냐하면, 국민은 대통령을 아버지와 같은 존재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대 시대의 대통령은 라디오, 텔레비전, 그리고 모든 종류의 전자 기기를 통해 각 가정 안으로 들어온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 보는 대통령을 우리 생활의 일부로 생각한다.”
그 아버지 같은 존재가 자식을 위로하지 않고 엉뚱한 곳에서 ‘꼼수 예배’를 드렸으니 백성은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이 재임 기간 5년을 꽉 채운다면 그에게는 ‘어메이징 그레이스’일 것이다. 대다수 백성은 이미 그에게 마음으로 등을 돌렸다.
[위 칼럼은 언택트 시대의 마음택트 리더십 책의 내용을 일부 발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