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안나 의협 대변인이 14일 오후 2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아직 언론이 의료사태에 대한 파악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듯하다.
대한의사협회는 13일 교수단체들의 연석회의여러 조직이나 단체의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문제를 토의하는 희의를 마치고 오후 2시 언론 브리핑을 열었다. 이날 연석회의에는 대한의학회와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가 참여했고 서울의대·가톨릭의대·연대의대·울산의대 등 집단 휴진을 논한 의대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연석회의 후 언론 브리핑은 대한의사협회의 최안나 총무이사 겸 대변인이 맡았다. 성명서를 읽은 후 기자들과의 질문과 답을 하는 시간이 있었다. 기자들은 계속 반복된 질문을 했다. “어떤 협상안을 정부에 제시하려고 하는가”였다. 즉, 다음 주로 예정된 집단 휴진 전에 정부에 어떤 협상안을 제시할 것인가라는 질문이었다. 어떤 기자는 “의대증원 2000명을 원점으로 돌리자는 것이 협상안이면 정부가 안 받을 텐데 다른 대안이 있는가. 전공의들에 대한 법적 조치가 취소되면 협상이 되겠는가”라는 질문을 했다. 이와 유사한 질문이 여러 차례 여러 기자에 의해 반복되었다.
기자들은 ‘정부와 협상하려면 의료계에서 양보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졌던 것이다. 지금 의료사태는 정부가 꺼낸 ‘의대증원 2000명’으로 시작되었다.
즉 원죄(original sin)가 의대증원 2000명이다. 원죄로 인해 추가되는 범죄를 자범죄(actual sin)라고 하는데 정부가 전공의에 법적 조치를 하려는 것, 전공의들이 개인적인 결정에 의해 병원을 떠난 것인데 의협 관계자들을 경찰 조사하는 것, 의협을 변호하는 변호사를 소환하는 것 등은 정부의 자범죄들이다.
이날 기자들은 원죄와 자범죄를 혼동하는 것 같았다. 이 사태는 원죄가 사라져야 해결된다. 정부는 뜬금없이 ‘의대증원 2000명’을 들고나오는 원죄를 저질렀다. 이 원죄가 해결되어야 하는데 정부는 해결할 의지가 조금도 없고 자범죄의 수만 계속 늘리고 있다. 의료계도 이를 양보할 뜻이 전혀 없다.
의료계는 원죄를 제거해야 하기에 원점에서 다시 대화하자고 하는 것이다. 원점의 의미가 바로 이것이다. 그런데 현 정부가 저지른 일을 회개할 리 없다.
그리고 기자들은 원죄와 자범죄를 섞어 이해하는 우를 이날 범했다. 원죄와 자범죄로 피해를 보는 쪽은 환자와 의사들, 병원, 학교 측이다. 의사들을 결코 가해자로 보면 안 된다. 그런데 가해자인 정부는 의사들만 빼놓고 나머지 피해자를 만나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 이 역시 정부의 자범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