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역사를 통해 본 현대사(1) -중세교회사(1)
[들어가는 말(매회 반복됨)]
중세 시대의 교회 역사는 현대 교회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이 시리즈에서는 중세 교회의 역사를 통해 오늘날의 교회와 사회를 이해하는 방법에 대해 탐구하려 합니다.
역사 연구의 첫 번째 단계는 과거의 사건들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를 하는 것입니다. 이는 역사적 증거를 발굴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포함합니다. 예를 들어, 당시의 중요 인물들이 남긴 글이나 유적지를 찾는 것이 해당됩니다. 이러한 증거들을 통해 역사가들은 과거의 사건들을 재구성하고, 당시의 상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음 단계는 이러한 증거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분석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각각의 증거가 어떤 배경에서 작성되었는지, 그 목적이 무엇인지를 파악합니다. 이를 통해 역사적 사실들을 더욱 명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좋은 역사 연구는 단순히 사건의 연속성을 넘어서, 그 사건들이 어떻게 역사적 과정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종교 개혁의 역사를 살펴보면, 단순한 사건의 나열이 아니라, 그 사건들이 어떻게 문화적, 사회적 변혁을 일으켰는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깊이 있는 이해는 현대의 교회가 과거의 사건들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중세 교회사를 통해 오늘날의 교회와 사회를 바라볼 때, 우리는 단순히 역사적 사실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들이 오늘날 교회와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현대 교회의 정체성과 그 뿌리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중세 시대의 교회사를 통해 멋진 신앙적 이야기만을 기대한다면, 우리는 실망하게 됩니다. 교회는 인간의 문화, 정치, 사회 안에서 형성되어 왔기 때문에 때로는 권력적이고, 더럽고, 추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러한 교회의 모습은 우리로 하여금 교회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하며, 내적 갈등을 경험하게 합니다. 중세 교회사의 과정 속에서 실망과 갈등이 심화될 수 있습니다. 왜 이런 뿌리가 있는 교회에 자신을 던지고 희생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하지만 과거를 아는 것은 오늘날을 사는 우리에게 지혜를 줍니다.
그레고리 1세. 퍼블릭 도메인.
(1) 교황제와 가톨릭 교회의 체계를 잡은 그레고리 1세
중세교회사는 교황제도와 교황의 사회적 영향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래서 중세시대의 교황제도를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교황제도는 오랜 시간을 거쳐 형성되었다. 초대 교회에는 감독(Bishop)들이 각 지역마다 교회의 교부였는데 로마 교회의 감독이 교황(Pope)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교황(Pope)은 헬라어로 Papa이고 이는 Father라는 뜻이다. 교황은 교회의 아버지이고 지도자라는 의미이다.
마태복음을 읽어보면 베드로가 초대 교황이다. 16장18절-19절을 보면 베드로라는 반석 위에 교회를 세우리라, 천국의 키를 주겠다고 했다. 베드로는 모든 사도 위의 사도가 된 것이다. 베드로는 로마에서 세상을 떠났다. 사망 전 베드로는 로마에서 교회를 세웠다.
베드로 사도로부터 로마 감독이 계승을 받은 자가 교황이었다. 이는 로마 감독이 모든 감독 위에 있게 된 이유였다. 로마는 많은 사람이 살았던 곳이고 여러 모로 중요한 도시였다. 베드로와 바울이 순교한 것으로 알려진 도시, 많은 지역을 감독을 할 수 있는 도시, 게르만족의 침략으로 무법사회가 됐을 때 문명의 발자취를 남긴 도시에 로마 교회가 세워졌고 따라서 로마 감독들은 정부 행정가의 역할을 했다. 로마 감독들은 체제를 정립하고 무법 시대에 지도자 역할을 했다.
그레고리 1세가 첫 교황다운 교황이었다. 그레고리 1세 전에 있었던이들은 감독이라고 할 수 있다. 레오 1세(440-461)는 훈족의 아틸라가 로마를 침공했을 때 아틸라와 협상해 무시무시한 침공을 막을 수 있었고, 반달(Vandal)족의 강력한 침공도 레오 1세가 막았다. 이때부터 로마 감독의 권위가 왕의 위에 있게 되었다. 그래서 어떤 이는 그레고리 1세가 아닌 레오 1세가 첫 교황이라고 하는 이도 있다.
레오 1세가 첫 교황이라고 한다면 그레고리 1세는 교황 자리를 확고히 한 인물로 590-604년에 교황 자리에 올랐다. 중세에 가장 유능한 교황으로 그레고리 1세는 중세의 교황제도뿐만 아니라 가톨릭 교회가 기반을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로마 교황의 권리 밑에 있는 신부들이 세금을 걷기 시작했다. 세금 걷는 일을 성직자가 했던 것이다. 교회와 정부가 밀접한 관계였다. 세금을 걷는 것이 나쁘게 여겨지지 않았다. 정부가 없었기 때문에 교회가 세금을 걷어서 좋은 일을 많이 했다. 선교사 파송을 했었고 세금을 걷었던 의도가 나쁘지 않았다. 이는 이후 부패의 원인이 됐다.
그레고리 1세는 관리를 잘했다. 다른 지역의 사제, 감독, 수도원 원장들에게 서신을 보내면서 격려를 잘 했는데 그의 편지는 800통 이상 남아 있다. 오늘날로 말하자면 신부들의 신부, 목사들의 목사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선교사를 많이 파송했다. 북유럽으로 많이 보냈다. 그리고 영국으로 가고 게르만족에게 선교사를 보냈다. 여기서 선교사로 보내어짐을 받은 사람이 선교사 아우구스티누스(히포의 아우구스티누스와는 다른 인물)이었다. 그는 영국의 남동부 지역으로 가서 켄터베리 주교가 됐다. 지금은 켄터베리 대주교가 영국에서는 최고의 성직자다.
그레고리 1세는 가톨릭 교회의 신앙을 정립시켰다고 보면 된다. 그레고리 1세의 영향은 수도원 운동과도 연관성이 있다. 그는 수도원 세우기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던 인물이다. 이후 종교개혁의 시발점을 마련했던 마틴 루터도 로마 가톨릭의 수도원생이었다. 수도원에서 영성과 학문이 발전했기 때문에 수도원의 선한 영향력이 이후에도 있었다.
Copy of the Rule of Saint Benedict, from the eighth century. 퍼블릭 도메인.
그레고리 1세에 의해 유명해진 인물이 있는데 바로 베네딕트였다. 6세기 초반의 사람이었는데 그레고리 1세는 신앙 선배의 전기와 규율집을 쓰게 했다. 베네딕트가 세운 수도원은 이후 수도원이 확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수도원은 자급자족을 하고 서로에게 의지하고 수도원장에 의해 모든 것이 관리되었다. 수도원에서는 수도원장이 절대적인 권한을 갖고 있어 여기에 들어온 사람은 완전한 순종을 해야 했다. 처음에는 수도원장이 군림하는 자가 아니라 따뜻한 아버지와 같았다. 수도원장으로하여금 자비로운 관리를 하도록 권유하는 것이 베네딕트 규율집의 내용이었다. 수도원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맹세를 해야 했다.
그레고리 1세의 교황제도는 그렇게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다. 교황제의 출발은 매우 좋았다.
이렇게 출발한 중세의 교황제도가 오늘날 우리의 종교, 정치, 사회 구조에 미친 영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가톨릭 교회의 전 세계적 확장과 교황의 권위 강화는 현대 사회의 여러 측면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
로마 가톨릭 제도의 확장으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종교와 정치의 경계가 희미해진 점이다. 중세 시대의 교황은 단순한 종교 지도자를 넘어, 정치적 권력을 소유한 인물로 인식되었다. 지금은 종교와 정치가 뚜렷하게 구분되지만 과거 전통은 지금도 이어져, 교황의 의견은 국가 정책과 사회 문제에 대한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교황이 인권, 빈곤, 환경 문제에 대해 발언할 때 전 세계적인 이슈로 부상하며 그의 말은 중대한 메시지로 인식된다. 이는 교황제의 전통이 지금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가톨릭 교회의 법률 체계인 캐논 법(교회법)은 현대 법률 체계 형성에 기여했다. 교회 내부 규율과 사회적 규범을 제공한 캐논 법은 현대 법률의 기초를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동일의 ‘법으로 읽는 유럽사’를 보면 유럽법은 로마법과 가톨릭 교회법에 기초를 두고 있으며 유럽법은 한국의 법에 기원이 되었다고 한다. 즉 가톨릭의 캐논은 한국의 법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레고리 1세 교황은 수도원 운동을 중요시했는데 수도원 운동에는 영성 훈련을 포함한 학문을 연구하는 것도 포함된다. 수도원에서 이루어진 연구와 실천은 현대 교육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중세 교회는 또한 현대 사회 구조 발전에도 영향을 미쳤다. 중세 교회의 사회 복지와 교육 제공 역할은 현대 복지 국가 개념과 교육 시스템 발전에 기초를 제공했다. 특히 중세 교회 학교는 현대 학교 교육의 모델이 되었다.
중세 교황제도는 종교와 정치의 복잡한 관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사적 배경을 제공한다. 현대 사회에서도 종교와 정치는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이를 이해하는 데 있어 중세 교회사는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된다.
중세 교회사, 특히 교황제도의 발전은 현대 사회 여러 측면에 영향을 끼치며, 인류 역사의 중요한 부분으로 남아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를 이해하고, 더 나은 미래를 구상할 수 있다.
중세 교회사 시리즈는 다음주에 계속 이어진다.
[참고자료]
중세교회사, 후스토 L. 곤잘레스, 2012
중세교회사 다시 읽기, 최종원, 2021
역사의 연구, A.J. 토인비, 2007
중세1: 476-1000, 움베르토 에코,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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