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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의 '스타워즈'에 한국은 열광, 해외에서는 불만, 왜? [김헌식의 문화 스펙트럼]

- PC(정치적 올바름)주의가 만병통치약은 아닐 것

등록일 2024년05월30일 15시24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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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가 루카스 필름을 인수해 새롭게 제작한 스타워즈 시리즈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스타워즈가 갖는 명성도 그렇지만, 드라마 시리즈 ‘에콜라이트’로 제작되기 때문이다.

 

변화된 미디어 환경과 이용자의 니즈에 적절하게 맞추어 제작되는데 이는 영화관에 가지 않아도 되고 다음 편을 오랫동안 기다리지 않고 편하게 스마트 모바일로 언제든지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드라마 시리즈이기에 영화보다는 노출 지속성이 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인의 관점에서도 반가운 일이 있다.

 

바로 ‘오징어 게임’의 이정재 배우가 출연하는 것. 한국 배우가 스타워즈 시리즈에 출연하니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그 배역이 조연 수준이 아니라 주연급이므로 더욱 그러하다.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가장 핵심적인 캐릭터는 제다이라고 할 수 있고, 그 제다이 기사의 스승이라 불리는 제다이 마스터 캐릭터를 이정재 배우가 맡았기 때문이다.

 

파다완이라는 제다이 수련생들을 제다이 마스터가 셋이나 가르친다. 이는 이병헌 배우와 비교할 수 있다. 천하의 이병헌도 '지.아이.조-전쟁의 서막'에 이어 속편 '지.아이.조2'에서 악역 스톰 쉐도우 역을 맡았다. 완전히 악역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선한 중요 배역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흔히 할리우드가 아시아 배우를 소모하는 방식이 악역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마동석 배우가 영화 ‘이터널스’에서 길가메시 (Gilgamesh)라는 메소포타미아 문명권의 수메르족 영웅 캐릭터를 맡기도 했다. 하지만 주요 인물로 오래 노출된 것은 아니다. 디즈니의 스타워즈 시리즈 ‘에콜라이트’에 이정재는 제다이 마스터로 제다이를 가르치는 스승만이 아니라 알 수 없는 제다이 살인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고 문제 해결을 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분명 아시안 배우의 진일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PC 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 주의의 흐름에서 일어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좋은 면을 평가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PC 주의에 대해서 반발하는 소리도 들린다. 인종의 다양성 관점에서 동양인 배우를 제다이 마스터 역에 캐스팅했지만, 이는 이전이라면 백인 배우들이 맡아야 할 캐릭터라는 주장이 비등하고 있다. 사실 이정재뿐만 아니라 여러 배역이 비백인이거나 여성으로 캐스팅이 된 것에 대한 반발이라고 할 수 있다.

 

긍정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팬심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지만 현상 자체만으로 보면 ‘백래시'(backlash, 반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예고편에 나오는 대사들을 갖고 각종 패러디 밈 콘텐츠를 분출하고 있는 양상과는 분명 다르다.

 

물론 이는 처음 있는 디즈니의 행보는 아니다. 

 

디즈니스는 애니메이션 알라딘의 실사화에서 지니를 백인 배우 로빈 윌리엄스에서 흑인 배우 윌 스미스로 바꾼 바가 있다. 디즈니 실사 영화 ’인어공주‘에서는 에리얼 역에 가수 겸 배우인 할리 베일리를 캐스팅했다. ‘백설 공주’에는 라틴계 배우 레이첼 지글러가 캐스팅되었다.

 

'피노키오' 실사판은 백인 금발의 푸른 요정 캐릭터에 흑인 가수 겸 배우인 신시아 엘리보가 캐스팅이 되었다. 이런 디즈니의 행보에 연이어 반대 의견들이 쏟아졌다. 예컨대 ’백설 공주‘에 대해서는 원제가 ’Snow White‘인데, 어떻게 초콜릿 피부색을 지닌 라틴계 배우를 기용하느냐며 비판했다. 원작의 본문에도 '흑단 검은 머리에 눈처럼 하얀 피부'라는 대목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디즈니는 계속 지속적인 PC 주의에 따른 행보에 나서고 있다. 물론 이러한 행보가 순수하게 PC주의에 대한 소신 때문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다인종, 다문화 감수성을 통해서 시장의 외연을 확장하려는 조치라는 분석도 있는 것. 기존의 팬들이나 백인들에게는 불쾌감을 유발할 수도 있지만, 그 외의 다른 팬들이나 이용자들을 불러모을 수 있다는 계산을 짐작할 수도 있다.

 

정치 사회적인 가치 때문이든 비즈니스 모델의 확립 때문이든 스타워즈 시리즈가 새롭게 아시아 배우 특히 한국 배우를 캐스팅한 것은 다양성 측면에서 일단 고무적일 수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단순히 아시아 배우를 통해 아시아 시장을 당연히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은 거둬야 할 것이다. 즉 흥행에 당연히 성공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 더구나 한국에서는 스타워즈가 그렇게 크게 대중적이지 않다. 워낙 SF의 팬덤이 그렇게 많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데다가 스타워즈 스토리텔링에 대한 몰입과 호응이 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정재만으로는 역부족일 수 있다. 이정재를 보기 위해 콘텐츠를 맹목적으로 시청하거나 구독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이 근본적으로 고민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후에도 원작에 배우 기용으로 콘텐츠에 당의정糖衣錠. 불쾌한 맛이나 냄새를 피하고 약물의 변질을 막기 위해 표면에 당분을 입히는 정제과정 입히기만으로 그치지 않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 자체의 차별성과 독보적인 흥미로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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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칼럼니스트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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