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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계처럼 몰락해가는 의료시스템 [편집장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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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4년09월13일 07시31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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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ted on DALL·E.

 

대한민국 정부는 잘못된 가정으로 의료개혁을 시작했다. 한국 의료 시스템은 선진 시스템이 아니라는 가정.

 

이는 마치 양궁이 선진 시스템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뜯어고치려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 의료 시스템은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 이렇게 의사를 쉽게 만나고, 이렇게 의료비가 저렴하며, 이렇게 고급 약값이 저렴한 나라는 없다.

 

수술비의 저렴함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미국에서 26년 거주한 후, 8년 전 교육과 언론을 위해 한국에 온 필자는 한국이 가진 세계 최고의 시스템은 의료 시스템, 야구 응원 시스템, 그리고 K팝 시스템이라고 생각했다. 이 3개 분야는 전 세계가 부러워하고 감히 흉내조차 못 낸다.

 

이 3개 분야의 수준은 세계 최고인데 저비용으로 제공된다.

 

그런데 이 3가지가 세계 최고가 된 데에는 의료는 전공의, 야구 응원은 치어리더들, K팝 시스템은 연습생의 저임금 노동 또는 무임금 노동이 큰 역할을 했다. 짧은 기간이 아닌 장시간 그들의 피와 땀이 이런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이렇게 잘 만들어 놓은 시스템을 더 잘 만들고자 개혁하려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전공의, 더 많은 치어리더들, 더 많은 K팝 연습생을 확보하는 게 아니라 기존 전공의, 기존 치어리더, 기존 K팝 연습생에 대한 처우 개선이다. 기존 멤버들은 그대로 내버려두고 더 많은 구성원을 확보해 개혁을 시작하는 것은 상황을 잘못 파악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는 현 정부뿐만 아니라 이전 정부도 잘못 판단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점은 이전 정부는 증원을 중도에 포기했고 현 정부는 이를 밀어붙였다. 

 

기존의 희생 시스템은 그대로 두고 전공의를 늘리겠다고 재정을 쓰고, 치어리더 수를 늘리고, K팝 연습생을 늘린다고 하면 기존에 고생했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새롭게 들어오는 사람들에게도 계속 선배들처럼 고생하라는 것과 같다.

 

그런데 숫자를 늘리느라 어쨌든 돈은 더 들어간다.

 

기존 멤버들은 실망할 것이고, 힘을 잃을 것이며, 의욕을 상실해 새롭게 들어오는 후배들을 의욕적으로 가르치기는 어렵다. 시스템이 붕괴된다. 개혁한다는 사람들은 새롭게 들어오는 사람들을 잘 키우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손실이 커진다.

 

과거 한국 배드민턴은 세계 최강 수준이었다. 그러나 '셔틀콕의 황제' 박주봉 같은 지도자를 영국, 일본에 잃었고, 영국, 일본 배드민턴이 성장하는 동안 한국은 10년 동안 암흑기를 맞았다. 긴 시간 부진을 거듭하다가 이번에 안세영이 실로 오랜만에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것이다. 박주봉 감독은 선수 시절 남자복식에서 214승12패를 기록한 배드민턴계의 레전드로 그는 영국, 말레이시아, 일본의 파격적인 대우에 자연스럽게 세 나라 대표팀을 지도하게 됐다. 그는 특히 일본에서 빛을 발했는데 2016 리우 올림픽에서 여자복식조가 일본 역사상 첫 배드민턴 금메달을 획득한 것이다.

 

배드민턴은 훌륭한 선배가 코치가 되어 도제훈련을 해줘야 명맥을 잇는 몇 안 되는 스포츠인데 한국은 박주봉을 일본에 잃었던 것이다.

 

한국 의료계는 암흑기의 배드민턴 시대처럼 되어 가고 있다. 선배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시스템이 망가졌고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암흑기에 들어가게 된다. 배드민턴이야 잘 못해도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이 없지만, 의료는 암흑기로 들어가면 국민이 그 어두움을 다 떠안아야 한다.

 

한국 배드민턴이 암흑기로 들어간 것에 대해 박주봉을 욕할 수 없듯, 의료계가 암흑기로 접어들어가는 것에 대해 전공의들을 욕할 수 없다. 그러나 한덕수 총리는 12일 대정부 질문에서 이 사태의 책임은 "의료계에 있다"고 말하며 책임전가를 했다. 전공의들이 자부심을 갖고 슬기로운 의사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지 못한 것은 정부 책임이다.

 

결과는 너무 뻔히 보인다. 암흑기에 들어가면 의료비가 크게 상승할 것이고, 의사는 더 만나기 어려울 것이며, 질 낮은 교육을 받은 의사들의 의료 사고가 국민의 마음을 암담하게 할 것이다.

 

선진 배드민턴이 몰락했던 것처럼, 선진 의료는 이렇게 몰락하고 있다.

 

너무나 안타깝고 아쉽다.

 

수많은 의사들의 전공의 시절 희생으로 한국 의료계가 여기까지 왔는데 한 번에 다 무너졌다. 마지막 기회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금 모든 걸 원점으로 돌리고 협상을 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수험생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의료 분야를 살리려면 원점으로 돌려야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안 그러면 한국 의료는 배드민턴이 그랬던 것처럼 몰락하게 된다. 그리고 회복하는 데 한참이 걸린다. 한 의료계 전문가는 "전공의가 지금 극적으로 돌아와도 기존 시스템으로 돌리는 데 10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전공의가 지금 돌아오지 않을 경우 회복에 20년, 30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양궁과 같은 선진시스템을 잘못 건드려 배드민턴의 10년 암흑기를 복사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12일 대정부 질문에서 "의료개혁은 많은 국민이 동의하는 것이지만 좀 더 촘촘히 진행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는데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인 보건복지부의 의대정원 2000명 발표 및 밀어붙이기는 보건의료 역사상 최악의 결정과 행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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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기 U.S. 에디터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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