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이태원 참사 2주기 추념식이 국회에서 끝마쳐진 후 유가족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는 국회에서 기념식이 열리는 것, 기억해주는 것만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진 - 뉴저널리스트 투데이 DB
정치권의 행태가 실망스럽다. 채상병 사망 사건, 이태원 참사 등이 정치인들에 의해 간혹 거론되기는 하지만 핵심 이유가 더는 아니기 때문이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채상병 사망 사건은 정치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이태원 참사 이슈도 그랬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대표 경선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하는 기자회견에서 채상병 특검을 거론하는 등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을 정도로 중요한 이슈였다. 하지만 지금은 김건희 특검 그리고 명태균 게이트에 매몰되어 있는 분위기이고 여야모두 서로 공격하는 것에만 집중되어 있다.
김건희 특검, 명태균 게이트는 물론 중요한 이슈다. 그러나 기존에 다뤘던 채상병 사망 사건과 이태원 참사도 마무리 될 때까지는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정치권은 그렇지 않다. 최근 가장 핫한 이슈에만 소위 '몰빵'을 하고 있다. 굉장히 실망스러운 일이다.
정부 측도 이런 성향을 잘 알았기 때문인지 이태원 특조위에 대한 예산을 책정하지 않는 등 근무태만의 모습을 보인 바 있다. 그렇게 해도 그다지 중요한 이슈로 다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들도 잘 아는 것일까. 이태원 특조위 예산이 0원이 된 것을 정치인들이 입을 모아 비판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는 정치인이 드물다.
0원 예산 책정을 거론한 바 있는 권향엽 의원은 뉴저널리스트가 이 상황에 대해 매우 걱정을 하자 "국회 예결위에서 행안부 장관, 송기춘 특조위원장께 질의를 했고 관련 예산을 확보하기로 했다. 걱정 안 하셔도 된다"라고 말했다. 뉴저널리스트는 예산도 예산이지만 정치권과 정부의 이러한 행태가 더 걱정이 됐고 화가 났다.
채상병 사망 사건도 잊혀지고 있다. 당장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항명사건 1심 재판이 21일인데 정치권에서의 논평은 보이지 않는다. 중앙군사법원은 오는 21일 박 대령에 대한 결심 공판을 진행한다. 공수처의 채상병 사건 조사도 올해 결론내기 어렵다는 내용이 보도되고 있지만 정치계에서는 잠잠하다.
명태균, 김건희, 이재명 1심 선고가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고 정치인들도 따라서 채상병, 이태원 희생자들에 관심을 덜 가진다. 제한된 인원과 시간으로 일을 하고 지역도 살펴야 하니 어느 정도 이해는 되지만 그렇게 뜨거운 감자로 만들다가 지금은 버려진 감자가 된 것 같아 뒷맛이 씁쓸하다. 세월호 사건도 그래서 유가족들에게는 한이 됐던 것 같다. 그 한을 풀어줄 정치인은 없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