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릴레이 연좌농성을 하고 있는 국힘 의원들. 사진 - 뉴저널리스트 투데이
채상병 특검법 상정 불발 사태는 대한민국의 참담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정부와 군 관계자, 그리고 국민의힘의 무책임한 태도와 비열한 정치적 계산이 채상병의 가족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큰 실망과 분노를 안겨주고 있다.
정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할 책임을 망각하고, 군은 진실을 은폐하기에 급급하며,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정치적 이해관계에만 몰두한 채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채상병 사건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정부와 군의 구조적 문제와 부패를 드러낸 중대한 사건이다. 이런 사건을 두고도 진상을 규명하려는 노력을 방해하고, 시간을 끌며 사건을 덮으려는 시도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에 불과하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의 발언이 국민의힘을 자극했다는 이유로 본회의가 정회되고, 결국 채상병 특검법 상정이 무산된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국민의 안전과 권리를 지키기 위한 법안이 정치적 다툼 속에서 희생되는 현실은 우리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기를 보여준다.
국민의힘은 수사 중인 공수처와 경찰을 핑계로 시간을 끌며,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공수처는 인력 부족으로, 경찰은 정부가 극도로 예민한 사건에 대해선 편향적인 수사로 신뢰를 잃은 상태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은 계속 양 수사기관의 결과를 보고 특검을 결정하자고 한다. 8월로 넘어가면 통화 기록이 사라진다. 통화 기록은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물인데 이것 없이 특검을 한다는 것은 앙꼬 없는 찐빵과 비슷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검법 상정 및 통과가 지연되는 것은 국민의 신뢰를 배신한 행위0다.
윤석열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권력을 잡으면 국민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정치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말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 어제 필리버스터에서 유상범 의원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채상병 특검법을 미루자는 취지로 말했다.
그의 말이 맞다고 가정하더라도 국민적 의혹이 가득한 이 사건을 제대로 된 자료(통화 기록)를 확보한 특검 수사 없이 결론을 낸다면 오히려 국민의힘과 정부에 역풍이 거세게 불 것이다.
국민들은 누가 맞든 관계없이 진실을 원하고 있으며, 책임자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기를 원하고 있다. 더 이상 시간 끌기와 책임 회피는 용납될 수 없다. 이번 사건을 통해 정부와 정치권이 국민 앞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볼 것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진실 놀이에 빠지지 말고, 민심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서 행동하는 정직한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