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은 법 전문가들로 가득했다. 대통령 자신이 검사 출신이었고 그는 요직에 검사 출신 ‘자기 사람’들을 여러 명 심어놓았다. 그리고 검사는 아니어도 윤 정부는 ‘충성파’ 또는 ‘예스맨’들로 가득했다.
윤 정부에서 보인 기류는 법을 이용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이뤄내고, 법을 들먹이며 ‘우리는 죄 없다’라고 발뺌하는 게 주였다.
윤 정부는 그동안 수많은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을 했다. 그중 하나가 채상병 사건과 관련돼 아프게 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이태원 참사 후 정부의 발뺌이다. 이런 일들은 분명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했는데, 국민이 그걸 다 아는데, 윤 정부는 법을 앞세워 요리조리 피해갔거나 피하는 중이다. 여기에 윤 정부는 의대증원으로 의료 분야를 완전히 엉망으로 만들어놓기 직전이고, 방송장악 및 언론 압박을 통해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 가치를 무너뜨렸다.
법을 잘 아는 정부이기에 그동안 잘 피해나갔다. 그리고 정적이나 반윤정부로 여겨지면 그런 이들을 어떻게해서든 법으로 때리고 법으로 혼내주는 방식을 윤 정부는 택했다. 검찰은 그 일을 하는데 ‘부역자’ 역할을 했다.
필자는 이들의 행태를 ‘율법주의(legalism)’로 보았다. 이는 종교에서 주로 사용하는 언어로 피상적으로 법을 지키면 의로운 사람으로 여겨지는 것을 의미한다. 법을 피상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하는 자들이 율법주의자(legalists. 리걸리스트)들이다.
윤 정부는 ‘리걸리스트’로 가득한 정부다. 그런데 법의 정신, 법의 원리(principal)로 해석하기 시작하면 윤 정부는 그것을 어기는 게 많음이 드러난다.
26일 법원에서 방송통신위원회 2인 결정은 옳지 않았다며 이사 선임 정지를 명령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방통위 설립 정신, 원리를 거론했다. 이 법원의 판사는 리걸리즘이 아닌 법 정신, 법의 원리를 보며 판결을 내렸던 것이다. 법을 피상적으로 이용하는 리걸리스트의 관점으로 보면 2인 결정은 ‘합법적’이지만, 단체의 설립 정신, 원리로 보면 ‘옳지 않다’고 법원은 판단했던 것이다.
작은 물줄기가 터졌고 큰 물줄기는 의대정원과 관련된 법원의 판단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과학적, 합리적 준비를 하지 않고, 심지어 거짓말까지 섞어가며, 불법적으로 정한 의대정원 2000명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오면 리걸리스트들이 그동안 했던 말은 대부분 거짓말임이 드러날 것이다. 그런데 너무나 안타까운 것은 의료 시스템이 붕괴된 후에 법원의 결정이 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선진 시스템을 자랑했던 한국의 의료 시스템은 곧 붕괴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전공의들은 복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동안 전공의들을 혹사 시키며 성장한 의료 시스템에 정부가 의대증원이라는 악수를 들고나온 것을 반대하며 병원을 떠났고 돌아올 생각이 없다. 특히 정부가 그들을 악마화하고 여론을 조장했기 때문에 그들이 받은 상처는 씻을 수 없는 그 무엇이 됐다.
의료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붕괴되면 국민은 실체를 알게 될 것이고 이는 2000명 증원 결정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알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너무나 큰 것을 잃고 얻게 되는 진실인 것이다.
윤 정권이 무너지고 있다. 국민이 뽑은 정권이 무너지는 건 좋은 일은 결코 아니다. 그래서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그동안의 잘못을 깨닫고 국민에게 정중히 사과를 하고 잘못된 리걸리즘을 깨고 법 정신, 법 원리에 따라 남은 임기를 보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보답으로 국민을 위한 개헌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역사의 죄인까지는 안 될 것이다. 지금처럼 그렇게 ‘법대로 해’라는 태도를 보인다면 이명박 정부에 이어 두 번째로 아무것도 한 게 없는 정부, 국민을 힘들게만 한 정부, 다시 대통령이 감옥가는 정부가 될 것이다.
솔직히, 대통령이 더는 감옥에 안 갔으면 한다. 국제적으로 너무 민망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