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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칼럼] 레벨업을 원하는 세대, 미래는?

-공정세대의 기원 그리고 현실을 넘어

등록일 2023년04월22일 09시0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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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Shutterstock

 

 

 

 

“왜 그들은 공정함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까요?”

 

이런 질문을 꽤 많이 받았다. 언론 보도는 물론 논문이나 책으로 다뤄지기도 한다. 여기에서 그들은 젊은 세대를 가리킨다. 흔히 MZ 세대를 일컫는다. 더 구체적으로는 90년대생들로 더 좁혀서 말하기도 한다. 90년대생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면서 이들의 언행에 당황스러워했던 기성세대들이 이 젊은 세대를 가리켜 공정세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공정함에 대해서 어느 세대보다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공정함에 대해 왜 그들이 민감한지에 대해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여러 대답을 내놓고는 했다. 기성세대와 달리 자아실현에 더 관심이 많고 주체적인 세계관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수도 있다. 조직이나 공동체보다 자신의 권리를 더 우선하는 가치관이나 세계관을 갖는 면도 언급할 수 있다. 어느 세대보다 자기 능력이나 실력을 갖추었는데도 불구하고 인정이나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비등한 이들이라고 분석할 수도 있다.

 

이전 세대는 능력과 실력 위주로 평가받고 인정받기보다는 다른 요소를 더 중시할 수 있는 점을 용인했다고 덧붙일 수도 있다. 그들은 적당한 인맥과 네트워크(학연, 지연, 사적 인연 등등)를 만들고 이 관계에서 오는 이익들을 취하는 행태들을 체화했다. 그것이 세상사의 법칙이고, 사는 이치이며 사회생활의 적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로운 세대는 이런 행태들을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권리가 침해받는 것에 대해서 동의할 수 없는 객관적인 평가를 원하는 것이다.

 

더구나 시대를 잘못 타고난 세대라는 점을 언급할 수 있다. 어느 세대보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 경력을 쌓고 실력을 축적해왔는데 이전 세대와 달리 불안정한 위치에 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있다. 취업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뿐더러 취직을 해도 불안정한 고용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끊임없이 불안정한 입지에서 미래 계획을 세우기도 버겁다. 선배들은 자신들과 이미 입지 자체가 차이가 나기 때문에 그들의 충고는 도움은커녕 위안도 되지 못한다. 일방적인 지시 명령을 내리거나 결과물을 편취(騙取)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들에게는 이전 세대 자체가 불합리한 존재다. 존재 자체가 공정하지 않아 보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공정함에 관한 이러한 가치관과 세계관을 어디에서 습득하거나 형성했을까? 설마 부모나 학교 교육 혹은 학원에서 가지게 되었을까? 그렇게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부모님 가르침에 충실한 모범생들이었을까?

 

그런 모범생 스타일이었다면 조직에 들어가서도 선배나 회사의 말을 잘 들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점은 충분히 앞에서 언급했다. 그들의 교사나 스승은 디지털 네트워크나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그런 플랫폼이나 디지털 콘텐츠에 영향을 직접 받았기 때문일까. 이조차도 모범생 모델일 때만 가능하다. 자신들의 의사와 행동이 영향을 미치고 일정한 성취를 얻은 경험이 있을 때 이 세계관 혹은 가치관이 형성되었을 것이다.

 

그러한 형성의 경험은 무엇이 있을까. 바로 디지털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공정함과 같이 연동되어 항상 등장하는 키워드가 있는데 바로 실력주의다. 이 연장 선상에서 업적 주의와도 밀접하다. 실력과 결과물에 따라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대체적인 그들의 주장이다.

 

디지털 게임에서는 자신의 실력과 능력에 따라서 성과가 나온다. 매우 객관적이고 클리어하다. 부지런히 훈련하고 기술을 연마하면 성과를 낸다. 다른 사람들 이기는 것은 명확하다. 물론 실력이 부족하게 되면 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레벨이 올라간다는 사실이다. 이는 매우 소중한 자신의 성취가 된다. 이를 가리켜 레벨업이라는 단어를 쓴다.

 

본래 레벨업은 RPG 게임에서 캐릭터가 일정한 경험치를 얻었을 때 레벨이 상승하는 과정을 말한다. RPG에서 성과나 특수한 조건을 채우면 당연히 이뤄지는 보상 시스템이다. 보통 레벨이 1단계 오르고, 다음 레벨에 필요한 실적은 전보다 늘어난 상태가 조건이 된다. 따라서 더 많은 능력이 필요하고 달성이 되었을 때 만족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웹툰·웹 소설 누적 조회 수 143억 회를 기록 『나 혼자만 레벨업』은 이러한 현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놀라운 조횟수는 단지 국내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글로벌 플랫폼 웹툰 연재로 세계 각국에 팬덤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완성도와 재미, 콘텐츠의 저력을 입증한 작품이라는 평가가 있는데, 그 안에는 바로 능력에 대한 객관적 인정과 보상의 관점이 투영되어 있다.

 

이 콘텐츠의 제목과 같다. 『나 혼자만 레벨업』은 레벨업 시스템을 통해 성장해 가는 주인공 이야기다. 불쑥 출몰해 세상을 어지럽히는 “마수”라는 존재에 대응해 “헌터”라는 직업이 등장하고 문제를 해결한다. 주인공 역시 E급 헌터인 성진우이다. S급부터 차례로 랭크가 먹여지는 세계이기 때문에 주인공은 우월한 존재가 아니다. 이는 항상 무시 받으며 살아왔던 그래서 어쩌면 현실에서 무기력을 느끼지만, 자신의 진가를 인정받기 원하는 뭇 애독자들의 심리를 반영한다. 어쨌든, 알 수 없는 목소리를 들은 이후 주인공은 “플레이어”라는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고 E급에서 S급 헌터로 격상되어 마수들을 격파해 나간다.

 

웹소설이나 웹툰은 콘텐츠에서는 독자가 감정이입을 하며 몰입한다. 본론과 소설을 연결짓자면, 소설 속의 헌터는 '게임을 하는 이'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성과에 따라 레벨이 올라간다는 점이다. 헌터가 마수를 잡을 때마다 이는 게임에서 점수가 된다. 점수가 어느 정도 이상이면 레벨은 상승하고 다음 단계에서는 더 어렵거나 많은 대상을 잡거나 물리쳐야 한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더 힘들어지고 소수의 플레이어만이 남을 수밖에 없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스스로 성과에 대해서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더 많은 집중과 노력을 들일수록 애착이 있게 된다. 자신이 스스로 노력을 들이고 일정한 이상의 성과가 나오면 본전 심리 이상의 감정이 남을 수밖에 없다.

 

지금의 세대는 이렇게 어린 시절부터 게임과 함께 성장을 해왔다. 그곳에 자신의 가치관과 세계관의 토대가 있는 면이 있다. 모바일 게임이 시작되면서 언제든 이동 간에 게임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전 세대보다 더 밀접하게 영향을 받았다. 이전 아날로그 게임 세대와 많이 다는 점은 다른 이들과 접속과 대결이었다. 그 대결은 모르는 이들과 벌여야 했다. 그 대결 속에서 작용하는 것은 객관적인 실력과 기술이었다. 또한, 자신의 전략과 노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모르는 타인과 언제든 대결을 벌이고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다른 요소를 끼어들 여지가 없다. 뭇사람들과 대결을 벌이고 그 성과에 따라 레벨업은 이뤄진다. 이러한 레벨업 문화에 익숙한 이들이 현실을 본다면 어떠할까? 공정하지 못한 일들이 너무나 많다. 인터넷 게임에서는 누구나 수평적으로 대결을 벌이고 결과에 따라 승복이 이뤄지고 다음 레벨 업이 주어진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객관적으로 대결을 벌이면 자신보다 못한 이들이 좋은 입지와 권력 그리고 명예나 경제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게임에서는 나이와 직업, 위치에 상관없이 동등하게 대결이 이뤄지는 것과 배치된다. 이는 매우 공정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세대 간 대결로도 보인다. 이러한 공정함에 대한 요구는 게임과 같이 모바일 플랫폼을 중심으로 형성이 된다. 전자 게임의 레벨업이 올라가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게임에서 그러할 뿐이다.

 

현실 세계에서는 다른 룰이 필요하다. 386세대가 혁명적 사회과학에서 자기 이상 사회를 찾았다면 X세대는 대중문화에서 찾았다. 그리고 그다음 세대들은 인터넷 게임을 통해서 자신들의 이상을 찾았다. 그렇다면, 알파 세대는 어떠할까? 알파 세대는 롤플레잉을 다 같이 하는 문화에서 성장을 해왔다. 이는 앞으로 더 심화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점수를 따서 혼자만 레벨업을 하는 것이 아니다. 롤플레잉 상황이 지속되는가가 중요하다. 조직에서는 악역도 필요하다. 플레이어의 위치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항상 좋은 사람의 역할만 할 수는 없다. MZ 세대에게 세상은 공정을 주장하는 자신들과 그렇지 않은 반(反)공정의 세대 혹은 세력이 있을 뿐이었다. 이러한 설정에서 과연 공정함이 확보되었는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자본주의 경쟁 상황에서 역할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갑질을 당하는 사람이 갑질을 하는 위치에 설 수도 있고 권력이 없는 위치에서 그보다 더 권력이 없는 위에서 군림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서로를 위해서 과연 그 롤플레잉이 필요한가이다.

 

조직에서는 직급과 역할 분담을 잘하는 것, 그러니까 롤플레잉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조건 실력으로 대결을 벌인다고 해서 항상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현실은 혼자서 또는 편을 먹고 게임을 벌이는 숫자 게임이 아니라 생존의 롤플레잉이다. 이러한 점을 알파 세대는 밀레니얼의 실패와 성찰을 통해서 일찍부터 습득을 하고 자라기 때문에 이전 세대와 다르게 행동하기를 요구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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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칼럼니스트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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