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 유의미한 변화와 아쉬운 미감 [청소년 칼럼]
지난달 24일 개봉한 디즈니의 실사 영화 <인어공주>의 누적 관객수는 현재까지 약 60만 명. 지난 2019년 누적관객수 1000만을 넘긴 <알라딘>이 비슷한 시점에 200만 관객수를 훌쩍 넘겼다는 걸 생각하면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인어공주>는 상영 전부터 네티즌들 사이에서 여러 의견이 나온 영화였다. 디즈니가 애리얼 역에 흑인 배우 겸 가수인 할리 베일리를 캐스팅하면서, 원작 애니메이션의 이미지와 다르다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일부 관객의 경우 소셜네트워크망(SNS)에서 'Not my Ariel'이라는 해시태그를 쓰기도 했으며, 디즈니가 정치적 올바름을 과도하게 시도한다는 부정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 긍정적인 반응으로는 디즈니가 시대에 발을 맞췄다는 의견도 있다. 이번 <인어공주> 외에도 원작의 주요 캐릭터의 피부색이 바뀐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해리포터: 저주받은 아이> 연극에서는 이미 헤르미온느 그레인저 역할에 흑인 배우, 노마 두메즈웨니가 캐스팅되어 역을 이끌었다. 인종이 다른 배우가 캐스팅 된 것이 캐릭터나 영화의 메시지에 본질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으며, 디즈니 또한 다양성 추구 정책을 지지하는 것이라는 의견이다.
디즈니는 이러한 논란에 대해 '인어공주는 허구이며, 인종이 다른 캐스팅 때문에 탁월한 배우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건 당신의 문제"라고 입장을 굳혔다.
이를 반영하듯, 이번 실사 영화 <인어공주>에서는 원작의 설정이 여럿 바뀌었다. 에릭 왕자는 입양아로 설정이 되었으며, 인어공주의 여섯 자매는 7대양에서 온 다양한 인종의 인어들로 설정되었다. 더불어 배우들이 극중 부르는 노래 가사에도 변화를 주었다.
마녀 우르술라가 애리얼에게 다리를 줄 때 나오는 와 두 남녀주인공이 사랑을 느끼는 의 가사는 각각 '그래 좋아 인간 세상 같은 건 잊어버리고 네 아빠한테로 돌아가거라, 거기 영원히 갇혀서 살아봐!' 와, '그래 예쁜 그녀, 바라보기만 해도 두근거리는 마음. 용기내서 물어봐요 바로 지금야. 망설이지 말고 살며시 입 맞춰.' 로 바뀌었다. 감독 롭 마샬이 34년 간 문화와 감수성이 변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이러한 변화를 존중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밝힌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와 별개로 영화의 시각적 요소가 관객들의 마음을 사지 못했다는 것에 있다. 인턴기자 개인적으로도 시각적 요소는 아쉬운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특히, 극사실주의 해양 스퀀스가 굉장히 어둡고 활기가 없어서 바다 속 신비로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또한 해양생물들이 너무 현실적으로 그려지고 표정이 없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이로 인해 주인공과의 상호작용이 매우 부자연스럽고, 캐릭터의 감정과 개성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더 더 씨'와 같은 장면에서 모든 해양 생물이 모여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보고 네티즌들 중 일부가 '해산물 뷔페' 같다는 노골적 표현을 쓴 것도 이런 맥락 때문일 것이다. 이는 '라이온킹'의 실사화에서도 나타난 문제로, 너무 현실적인 표현 때문에 맷돼지 품바가 미어캣 티몬을 잡아먹는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애니메이션의 반짝거림, 신비로움을 담지 못한 듯하다.
따라서 인턴기자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인종의 다양성, 다문화 화합 등의 메세지를 담고자 하는 시도는 좋았지만, 원작을 고증하길 기대했던, 애니메이션의 팬들에게는 아쉬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한편, 디즈니는 다음 실사 영화로 <백설공주>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도 메인 캐릭터에 흑인 배우를 캐스팅함으로써 디즈니는 다양성을 강조하는 노선을 명확히 했다. 인종과 관련된 논란을 제외하고서라도 <인어공주>가 받은 피드백이 <백설공주>의 제작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주목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