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by Sporky
지난 3월23일 오후 2시43분쯤, 얼룩말 `세로`는 어린이대공원 우리 주변에 설치되어있던 나무 울타리를 부수고 탈출했다. 세로는 3시간여 만에 동물원으로 복귀했다.
세로의 `동물원 탈출 사건`은 CNN, BBC, NBC 뉴스 등 주요 외신들에 보도되며 해외 누리꾼들에게도 주목받았다.
AI 스타트업 라이언 로켓에 따르면 이미지 생성 AI(인공지능) 워크플로우 웹 플랫폼 `스포키(Sporky)`에서 활동하는 국내외 누리꾼들은 하루 만에 세로와 관련된 1250개가 넘는 이미지를 생성했다고 한다. 누리꾼들이 패러디한 이미지는 `답답한 동물원을 탈출한 세로의 꿈을 대신 이루어주자`라는 생각으로 생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누리꾼들의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얼룩말 세로의 동물원 탈출 사건과 연결되어 또다시 `동물원 폐지`가 화젯거리로 떠올랐다.
과연 동물원은 옳은 것인가?
먼저 동물원에 찬성하는 입장을 생각해보자.
동물원 찬성의 가장 중심적인 주장은 `동물원은 동물을 보호하는 곳이다.`라는 것이다. 동물원은 동물들을 관리해주는 역할도 한다는 것인데, 특히나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보호하며 개체수가 늘어나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 사례도 있다. 지구상에 1,800여 마리만 존재했던 자이언트 판다는 `멸종 위기종`이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자이언트 판다의 주 서식지인 중국 정부와 중국 청두 자이언트 판다 번식 연구 기지는 자이언트 판다를 번식시키고 야생으로 방출하며 개체수를 17% 더 늘렸다고 한다. 결국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자이언트 판다를 멸종 위기종보다 멸종 위험성이 더 낮은 `취약종`으로 조정했다. 동물원은 동물을 지켜주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또 동물원은 교육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한국에 살고 있는 사람이 아프리카의 코끼리를 볼 수 있을까? 아니다. 또 아프리카 사람은 남극의 펭귄을 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동물원은 이를 가능하게 해준다. 어린아이부터 성인까지 평소엔 책으로만, 영상으로만 봤던 동물을 동물원을 통해 실제로 볼 수 있다.
`백문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다. 동물에 대해 100번 설명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한다. 필자 역시 책, 영상, 사진 등으로만 봤던 동물을 실제로 봤을 때 동물의 크기를 확 체감할 수 있었고, 동물이 가진 생명을 느끼며 더 깊게 알 수 있었다. 결국 동물원을 통해 동물을 실제로 보며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고, 생물 다양성, 멸종 위기종 인식 등등의 교육적 가치를 얻을 수 있다.
그럼 이제 동물원 폐지를 주장하는, 동물원 반대의 입장을 생각해보자.
먼저 동물원의 동물을 한정된 장소와 환경에서 살게 된다. 이는 (조금 극단적으로 비유할 때) 어쩌면 하나의 `감옥`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동물원이 아무리 동물을 보호, 관리 해주긴 해도 `한 세상에서 사람과 공존하는, 하나의 생명체인 동물을 동물원이라는 공간에 가두는 것이 과연 옳은 행동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얼룩말 `세로`의 탈출극 5년 전인 2018년, 대전의 한 동물원에서 퓨마 `호롱이`가 탈출한 적이 있다. 부실했던 출입문 단속으로 우리 밖으로 나왔던 호롱이는 탈출 4시간 뒤, 동물원 안에서 발견되었음에도 사살되었다. 동물원 측은 생포를 시도했으나 실패해 메뉴얼에 따라 사살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야생 퓨마 한 마리의 활동 영역은 최대 1천km이다. 하지만 그 활동 영역의 1천분의 1도 미치지 못하는 공간에서 살던 호롱이었다. 이 일에 대해 누리꾼들은 `인간이 가뒀고 인간이 놓쳤고 인간이 죽였다`라며 비판했다.
또 2017년 세계동물보호국(WAP)이 실시한 "The Show Can't Go On," 연구에 따르면 90개국의 1,200곳의 동물원 중 75% 이상이 기본적인 동물복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조사 대상 동물의 90% 이상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동물원이 과연 동물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인간의 욕심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동물원을 만든 우리, 인간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가? 4차산업혁명 시대, 기술 진보의 시대이지 않은가? 필자는 기술이 이 문제를 해결할 열쇠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가상 현실(VR), 증강 현실(AR)이 동물을 관찰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현실에선 불가능한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메타버스 안에서의 동물원은 어떨까? 물론 기술을 통해 완벽하게 대체할 순 없을 것이다. 한계는 있다. 그래도 이런 기술이 더 활성화된다면 동물의 피해를 더 줄이고 사람과 동물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도움을 줄 것이다.
기술만으로 해결하는 것은 힘들 수 있기에 다른 노력 또한 필요하다. 동물원 관련 문제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다. 우리는 동물 복지, 보존, 인간과 동물의 균형 등을 생각하며 다양한 접근 방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인류는 지금 AI와 함께 살아가는 것에 적응하고 있다. AI가 나오기 훨씬 전부터, 인류와 함께 살아온 `동물`.
우리가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해봐야 할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