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by NJT. 개혁신당 창당대회에 참여한 신당파들.
모멘텀(momentum)이라는 단어가 있다. 캠브리지 영어 사전을 보면 모멘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이 나와 있다.
force that keeps an object moving
이는 ‘어떤 물체를 움직이도록 유지하는 힘.’이다. 물리학에서 사용하는 이 단어는 일상생활이나 일반사회에서도 응용해서 사용한다.
정치에서 제3지대의 ‘모멘텀’이 있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세 몰이를 하면서 신당 창당에 대한 힌트를 줄 때 많은 ‘강한 중도층’이 반응했다. ‘강한 중도층’은 이도저도 아닌 중간자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아닌 확고한 자신들만의 중도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을 의미한다.
강한 중도층은 연구와 경험에서 나온 정책이 확실하고, 지역 주민을 위하고, 자신의 권력보다 국민의 민생을 더 위하며, 글로벌 시대의 흐름에 맞춰가는 정치인들을 지지하는 세력이다.
강한 중도층은 꿈틀댔고 제3지대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 민주당 비대위원장이자 이준석 전 대표의 멘토는 “금태섭과 합치고 얼른 연합신당을 세우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이준석 대표는 생각이 복잡했다. 개혁신당을 세우는 데 한 달 이상을 끌었고 국민의힘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 같은 뉘앙스로 발언을 하곤 했다. 여기서 이준석 지지세력이 조금씩 빠져 나갔다. “너무 간을 보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그들에게 있었다.
그럼에도 이준석 대표의 기본 지지층이 있었고 그에 대한 기대가 큰 사람들이 있었기에 그가 개혁신당 창당을 선포하고 온라인을 통해 당원을 모집하자마자 수만 명이 당원 신청을 했고 약 20일만에 창당이 되자 많은 사람이 놀랐다. 국민의힘 측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제3지대가 잘 만들어지는 듯했다. 그리고 ‘원칙과 상식’이 세운 미래대연합,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세운 새로운미래, 양향자 의원이 이미 세운 한국의힘, 그리고 금태섭 대표의 새로운선택 등이 손을 잡으면 ‘빅텐트’가 세워질 것으로 기대하는 ‘강한 중도층’이 있었다.
언론의 관심도 높았다. 이들이 국회에 모습을 드러내면 그 어떤 이들보다 주목을 받았고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그리고 이준석의 개혁신당이 양향자의 한국의힘과 합당을 했고, ‘원칙과 상식’ 민주당 탈당 의원들이 세운 미래대연합과 이낙연 전 대표의 새로운미래가 합당을 하면서 중텐트에서 빅텐트로 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모멘텀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모멘텀이 흩어진 두 번째 일은 ‘원칙과 상식’에서 윤영찬 의원이 민주당 잔류를 선언한 일이다. ‘정치인들이 그러면 그렇지’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모멘텀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빅텐트를 칠 것이라는 기대가 여전히 강한 중도층 사람들에게 있었다. 8일 현재도 그런 기대감을 갖고 있는 중도층이 제3지대를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정치인은 조응천, 이원욱 의원이었다.
‘원칙과 상식’에서 윤영찬 의원이 빠져 나간 후 두 사람은 김종민 의원과 함께 이낙연 신당(새로운미래)과 합당을 하기로 했다가 갑자기 조응천, 이원욱 의원은 빠지고 김종민 의원, 박원욱 전 의원만 합류하게 되었다. 의견 조율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낙연 계열이 일방적이라고 했다.
강한 중도층에 있던 사람들은 실망했다. 모멘텀이 세 번이나 꺾인 것이다. 표심은 그대로 반응했다. 이전까지 신당에 표를 던지겠다는 사람들이 20%를 훌쩍 넘어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을 위협할 정도였는데 최근 조사에서는 10% 초반대로 하락했다. 이런 하락세에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비판적 발언’이 한 몫했다. 개혁신당은 정강 정책을 계속 내면서 좋은 이미지를 구축했지만 이 과정에서 다른 신당들과 정강 정책과 관련해 부딪히는 일이 잦아졌고 때로는 이 대표의 ‘도를 넘는’ 발언으로 중도층을 실망케 했다.
그가 내놓은 정강 정책은 마음에 들지만 다른 신당들과의 연합이 안 되고 비판적인 발언을 하는 부분에 대해 지지층은 실망했고 이탈자들이 크게 늘었던 것이다. 지지층 사람들은 ‘협의 테이블에서 할 말을 언론이나 온라인에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런 와중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전열을 정비하고 위성정당까지 준비하며 총선에 집중하게 되었고 신당 모멘텀은 조금씩 사라지게 되었다.
총선은 이제 두 달 밖에 남지 않았는데 제3지대의 빅텐트는 아직도 세워지지 않고 있다.
“이번 총선도 아닌가벼”라는 자조섞인 말이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중도층 20-30%를 잡아야 하는데 벌써 이탈자가 꽤 많아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잔 펀치’가 아니라 ‘큰 거 한 방’이다. 큰 거 한 방은 ‘희생’ ‘양보’ ‘예의’를 앞세워 협의 중에 있는 다른 당과 당원들을 존중하는 것이다. 또한, 신당들이 눈에 띄는 정치 신인을 대거 발굴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