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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튜브에선 `AI 그림`이 큰 화제다. AI의 발전으로 몇가지 키워드만 입력한다면 몇 분, 몇 초 만에 그림을 만들어준다. 아직 완벽한 그림은 아니지만, 짧은 시간 안에 높은 수준의 그림을 완성한다. 네티즌들은 `세상 정말 좋아졌다.`, `AI를 활용하면 더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을 것 같다`와 같은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그림 관련 직업을 꿈꾸고 있는데, 이래서야 나중에 어떻게 꿈을 펼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정말 AI가 무섭다`와 같은 반응들도 많이 보였다.
AI는 벌써 예술 분야까지 들어왔다. AI 시대, 인간의 예술성은 어떻게 될까?
증강세계관학교(대안학교)에 재학 중인 필자는 지난 2월 22일, 디자인 수업 최영은 FT, 중고등학생들과 함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갔다 왔다. 미술관엔 다양한 작품들이 있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고, SNS에서도 화제가 된 최우람 작가의 <원탁>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원탁>에는 머리 없는 18명의 볏짚 인간들이 머리가 올려진 원탁을 짊어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볏집인간들이 움직이면 원탁이 기울어지며 둥근 볏짚 뭉치(머리)도 구른다. 볏짚 인간이 머리를 가지기 위해 일어서지만, 경사가 생기며 머리는 더 멀어지는 것이다.
최우람 <원탁> - 사진 촬영 : 박지혜 님
여기서 재밌는 점이, 작품을 감상한 사람들은 서로 다른 생각(해석)을 하고 느끼는 것도 다르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공(머리)이 떨어졌을 때 제3의 인물(관객)이 다시 원판에 머리를 올리면서, 타인에 의한 경쟁이 시작된다`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머리를 갖기 위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기울어지는 원탁으로, 결국 누구도 가질 수 없는 머리, 즉 현대사회에 존재하는 무언가를 갖기 위해 노력하는 현대 사회의 문제의식을 담아낸 것이다`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다양한 생각(해석)들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 그건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경험들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의 작품을 통해 사람마다 (같거나) 다른 느낌을 받고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필자는 이 부분이 관객과 예술의 관계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도 마찬가지다. <원탁>의 작품이 포함 된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최우람 - 작은 방주` 전시는 작가의 어릴 적 꿈이었던 로봇 과학자의 영향을 미술에 넣어 기계와 인간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통한 `기계 생명체`를 표현했다. 미술관 지하 1층에서 봤던 `임옥상: 여기, 일어서는 땅` 전시의 임옥상 작가는 청년 시절에 자기 신체를 자연과 접촉하고 호흡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기에 물, 불, 흙, 철 등의 물질적 요소들을 작품의 소재로 사용한다. 작가들도 가지고 있는 경험과 관점, 세계관이 모두 다르기에 작품과, 작품의 의미, 스토리가 모두 다른 것이다. 이렇게 필자는 미술관에 갔다 오며 작품 하나하나 똑같은 것 하나 없이, 각 작품만의 고유한 스토리와 의미가 녹여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증강세계관학교 중고등 학생들 (왼쪽부터 탁세은 경성현 손지우 김수겸 경세은 김세준 송하준 김호겸 김주혜)
짧은 시간 안에 전문가 수준의 그림, 음악, 글 등을 만들어주는 AI도 각 사람이 가지고 있는 삶의 역사, 기억, 경험 등은 따라 할 수 없다. 즉, AI 시대 사람의 예술성에는 `인간다움`이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그림으로 예를 들자면, 누가 더 잘 그렸냐?가 아니라 누가 더 창의적으로, 독창적으로 그렸냐?로 기준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사람의 `예술성`은 AI가 이길 수 없고, 대체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예술은 AI와 함께 협업할 수도 있다.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 사람은 AI를 활용하여 원하는 그림을 받을 수 있을 것이고 AI를 통해 스케치 생성, 색상 팔레트 제안, 3D 등등 다양한 방식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키워드만으로 원하는 느낌의 화풍, 스타일을 구현하거나 설치 미술, 조형 미술 등을 가상 세계에서 제작할 수도 있다. 또 자신의 생각, 감정을 AI를 통해 더 쉽고 빠르게 음악, 그림, 글 등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며 작품들을 피드백, 평가해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나 예술에서 AI가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2022년 8월,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에서 열린 `디지털아트 · 디지털합성사진` 부문에선 제이슨 앨런 씨의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의 작품이 1등 상을 받았다. 하지만 이 작품은 미드저니(AI)으로 생성된 그림으로 큰 논란이 있었다. 그래서 앞으로 사람은 AI가 만들어낸 창작이 예술로 인정되는지, 누구의 저작물로 간주할 것인지 등등의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우리는 AI를 사용하고 협업하며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이런 AI 시대 안에서 우린 인간만의 예술성을 잃지 않고 키워야 한다. 결국 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예술, 자신만의 고유한 스토리와 의미를 가진 예술, 이런 인간다운 예술이 AI와 차별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