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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움직이는 신념은 무엇인가?[김영태 칼럼]

생각과 말과 행동을 한 번에 바꿀 수 있는 것으로 필요하다면 바꿔야 하는, 신념

등록일 2023년12월12일 09시46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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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한순간에 바뀔 때가 있다.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라는 말도 있듯이, 잘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면서 지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게 바뀌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 한순간에 바뀔 때가 있다. 언제일까? 신념이 바뀔 때다. 지금까지 누적되면서 단단하게 지켜온 신념이 한순간에 무너지면, 그때는 사람이 완전히 바뀌게 된다. 사람이 바뀐다는 건, 지금까지 하던 생각과 말과 행동 모두가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바뀌었다는 사람의 이야기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

 

한동안 마음의 멘토로 모신 분이 계신다.

 

지금도 좋은 영향을 주신 분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접할 계기가 없었다. 글을 쓰면서 찾아보니, 15년도에 돌아가셨다는 기사를 봤다. 멘토로까지 생각했으면서, 너무 무심했다는 생각이 죄송한 마음이 올라왔다. 이영권 박사님이다. 우연히 그분의 강연 테이프를 들었고 책을 읽었는데 삶의 여정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하게 했다. 강연을 찾아가면서 듣기도 했다. 그분이 출간한 책은 거의 다 읽지 않았나 싶다. 새로 나온 강연 테이프가 있으면, 찾아서 듣기도 했다.

 

강연에서 당신 이야기를 자주 하셨다.

 

인생이 완전히 뒤바뀐 사연은 들을 때마다 전율이 흘렀다. 그분의 말로 옮기면 이렇다. 약간의 표현이 다를 순 있겠지만, 내용은 이렇다. 대학에 들어가서 방황했다. 변변치 않은 대학에 들어왔으니, 미래가 암울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생을 포기한 사람처럼, 술 마시고 기타 치고 놀면서 그렇게 지냈다. 한번은 선배와 술을 한잔 마실 일이 있었다. 선배가 한마디 했다. 아직 젊은데 왜 인생 포기한 사람처럼 그렇게 사느냐고 했다. 대학도 변변찮은데 어떻게 장래가 밝겠냐고 반박했다. 그러자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

 

“영어 하나만 잡으면 된다.”

 

이유는 이랬다. 앞으로는 우리나라는 무역으로 먹고살 것 같다고 했다. 그러니 영어 하나만 확실하게 하면 단단한 동아줄 하나 잡는 거라고 말이다. 다행히 지금 무역학과에 다니고 있으니, 과는 괜찮은 거 같다고 했다. 그렇게 인생 한 번 역전해야 하지 않겠냐며 선배는 나를 다독였다. 지금까지 쌓였던 울분이 터졌던 걸까? 살면서 그렇게 울어본 적이 없었다. 소주 2병 정도 먹고 헤어졌다. 그리고 다짐했다. ‘그래! 영어 한 번 잡아보자!’

 

다음날.

 

8월 15일 광복절이었다. 그날부터 아침 일찍 일어나서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무작정 했다. 틈나는 대로 영어 라디오 ‘AFKN’을 들었다.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가 없던 시절이라, 커다란 카세트를 들고 다니면서 들었다. 수업 중간 쉬는 시간에도 들었다. 사전을 씹어먹을 정도로 악착같이 공부했다. 영어를 정복하게 됐고, 그때 당시 ‘선경(현, SK)’에 입사했다. 미국 주재원으로 파견되는 시험을 봤는데, 영어 1등으로 선발이 되었다. 그렇게 미국으로 갔는데, 거기서 멘토를 만나 또 다른 인생을 펼치게 되었다.

 

미국에서 만난 멘토는 자동차 영업 사원이었다.

 

말이 영업 사원이지 별도의 법인을 가지고 있으면서 직원 몇 명을 거느린 사업자다. 그분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분의 모든 것을 따라 하게 된 박사님은, 한국에 돌아와서 많은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주셨다. 나도 그중 하나고 말이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분의 책이나 이야기를 자세하게 쓸 기회가 있으면 하고 바란다. 오랜만에 옛 멘토님을 떠올리니 마음이 따뜻해진다. 새벽 기상을 결심한 것도 이분으로 시작됐다. 한동안 새로 만난 사람들한테 24시간이 지나기 전에 메일로 인사했던 것도 그렇다. 그때부터 새로운 삶에 대한 욕구가 서서히 올라왔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한순간에 변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신념이 무너지고 새로운 가치가 생성되면 그렇게 된다. 박사님이, 인생에 미래가 없다는 신념에서, 영어 하나만 잡자는 신념으로 바뀐 것처럼 말이다. 영어 하나 잡자는 신념이 삶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만약 선배의 조언이 없었고 신념을 바꾸지 않았다면, 누구도 기억하지 못한, 그냥 한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신념을 바꾸면, 인생 전체를 바꿀 수도 있다. 원하고 꿈꾸는 삶으로 말이다.

 

지금의 삶에서 조금 더 나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는가?

 

그렇다면, 자기 신념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원래 그렇게 있던 것처럼 바꿀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신념은 무엇인가? 집 밖보다는 집안이 안정적이라는 신념인가? 새로운 배움은 시간과 돈에 여유가 있는 사람이 하는 거라는 신념인가? 어차피 안 될 거 용쓰지 말자는 신념인가? 어떤 신념이든, 내가 지금 이곳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그리고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면,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있는가?

 

차마 바꾸지 못했던 신념을, 이제는 바꿀 수 있다.

 

어떻게? 그냥 하면 된다. 바꾸겠다는 마음을 먹고 실행하면 된다. 지금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사람과 시스템이 존재한다. 결과를 먼저 생각해서 엄두가 나지 않다며, 생각하고 말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일단 그냥 시작해야 한다. 108 계단을 오를 때, 마지막 계단이 아닌, 내 앞에 있는 계단을 먼저 보고 디디는 것과 같다. 그러면 다음 발이 나아가고 또 다음 발이 나아간다. 그 한 걸음 한 걸음이, 자신을 원하는 곳에 도달하게 해준다. 다 갖추고 시작하려 하면, 시작조차 하지 못하게 된다.

 

사람들이 강연을 듣고 책을 읽는 이유가 그렇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부수고 싶은 신념을 깨기 위해서다. 머리로는 알겠어도 가슴까지 내려오지 않는, 새로운 신념을 받아들이고 실천하기 위해 그렇게 하는 거다. 그 신념이 가슴에 내려오는 순간, 몸은 기운에 찬 에너지로 가득 차게 되고 첫발을 내딛게 된다. 그렇게 시작하는 거다. 그러니 부수고 싶은 신념을 부수기 위한 또 다른 신념을 만나기 위해, 부단히 움직여야 한다. 강의도 듣고 책도 읽고 사람도 만나야 한다. 언제 어느 때 만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오늘이 그날이라는 생각으로 임하면 어떨까? 혹 만나지 못하더라도 좋은 에너지로 가득 찬 하루를 보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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