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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과 지혜의 차이가 뭘까?
사람들은 이 둘에 대해 다르다는 것은 알지만, 무엇이 다른지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사전적 정의를 먼저 살펴보면, 이렇게 나온다. 지식은 ‘어떤 대상에 대하여 배우거나 실천을 통하여 알게 된 명확한 인식이나 이해.’라고 하고, 지혜는 ‘사물의 이치를 빨리 깨닫고 사물을 정확하게 처리하는 정신적 능력.’이라고 설명한다. 지식은 알고 있는 것 그 자체를 말하고, 지혜는 그것으로 어떤 결과를 내야 한다고 설명하는 듯하다. ‘지식과 지혜의 차이’라고 검색하면 많은 사람이 자기 생각을 이렇게 저렇게 설파해 놓은 글들이 보인다. 그만큼 이 둘의 차이에 관해 관심을 두는 사람이 많은 듯하다. 그래서 생각해 봤다. 이 둘을 나만의 언어로 설명하면 어떻게 풀 수 있을까?
‘트레이닝’과 ‘코칭’의 차이로 풀 수 있다,
두 가지의 목적은 같다. 현재 상태에서 원하는 상대로 성장하는 거다. 하지만 그 방법은 다르다. 트레이닝은, 기차를 나타내는 트레인(train)에서 왔다. 기차는 정해진 레일을 따라 이동한다. 레일에서 벗어나는 것을 탈선이라고 하는데, 매우 큰 사고다. 트레이닝도 그렇다. 주로 스포츠 종목에서 많이 언급하는데, 트레이너가 계획한 프로그램을 통해 훈련받는다. 시키지 않은 것을 하거나 엉뚱한 것을 하면 어떻게 될까? 혼난다. 탈선되는 거다. 체대 입시를 준비할 때도 그랬다. 시키는 것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시키지 않은 것을 하면, 엄청나게 혼났다.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아서다. 정해진 흐름대로 하지 않으면, 다칠 위험까지 있다고 했다.
코칭은 어떨까?
코칭의 어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해가 좀 쉽다. 15세기경, 코치(Kocsi)라고 명명한 4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에서 유래됐는데, 영국에서는 이 말을 ‘Coach’라고 불렀다. 고객을 출발지에서 그가 원하는 위치까지 이동시켜 주는 운송수단이라는 의미다. 기차와 마차의 목적은 같다. 고객을 현재의 위치에서 원하는 위치로 옮겨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가 있다. 마차는 기차처럼 정해진 레일이 없다는 사실이다.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그래서 코칭은 정해진 프로세스에 따라 대화를 끌어가지만, 코치가 주도권을 잡고 가지 않는다. 고객의 상태에 따라 그에 맞춰서 적절하게 질문을 던진다. 경청하고 공감하며 인정과 칭찬 등을 통해 이야기를 잘 듣고, 피드백을 통해 함께 가는 여정을 잘 가고 있는지 확인하기도 한다.
정해져 있는 길과 자유로운 길.
이 둘의 가장 큰 차이를 말해준다. 그렇다고 좋고 나쁘고의 차이가 있다는 건 아니다. 상황에 따라 적절한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는 말이다. 동작을 익숙하게 하기 위해서는 훈련을 통해 많은 반복을 해야 한다. 중학생 때 합기도를 배웠는데, 사범님이 하신 이 말이 아직 기억에 남는다. “하나의 기술을 체화하기 위해서는 1만 번을 연습해야 한다!” 실제 1만 번을 하라는 건지 그만큼 많이 연습하라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무한 반복해야 하나의 기술이 몸에 밴다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자유롭게 대화를 나눔으로, 방향을 찾아가야 할 때도 있다.
삶에서 마주하는 문제는 겉으로 비슷해 보여도 막상 개별적으로 들어가면 어떤가? 천차만별이다. 사람의 생각이 전부 다르듯, 상황도 전부 다르다. 같은 상황을 받아들이는 느낌도 다르다. 지금까지 경험한 이런저런 부분이 그렇게 만든다. 그건, 몸도 안다. 기초대사량이 사람마다 다른 이유가 그렇다. 당연한 말일 수도 있지만, 내용은 이렇다.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사람의 몸은 이렇게 인식한다. “정해진 시간에 열량이 들어오니 마음껏 소비하자!” 그래서 기초대사량이 높다. 반면 불규칙하게 식사하는 사람의 몸은 이렇게 인식한다. “언제 열량이 들어올지 모르니 지금 들어오는 열량을 꼭 붙들고 있자!” 같은 열량을 섭취하지만, 몸에서 반응하는 모습이, 이처럼 다르다. 아무튼.
사람의 문제를 정해진 틀로 해결할 순 없다.
각 사람의 성향과 상황 그리고 가능한 범위 등 무수히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마차와 같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코칭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코칭을 진행하면서 이런 부분을 많이 느낀다. 처음 코칭을 배웠을 때는, 코치인 내가 이끌려고 했다. 배운 프로세스대로 하려고 했다. 고객을 내 틀에 가두는 격이 된 거다. 코치인 나도 그렇고, 고객도 답답한 마음을 품고 마무리한 적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고객의 이야기를 잘 듣게 되었고, 그에 따라 몇 가지 질문을 던졌을 때 고객의 표정과 말투가 밝아지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고객이 대화의 중심이 되고 난 다음부터 그랬다.
사람과 대화할 때 미리, 시나리오를 준비할 때가 있다.
협상하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자칫 잘못된 협상으로 피해를 보면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활한 대화를 이끌어 가는 데 중요한 것은, 내가 준비한 말이 아니다. 상대방이 하는 말을 잘 듣고 그에 응하면서, 질문을 적절히 하는 게 중요하다. 코칭할 때 고객과 왈츠를 추듯 대화하라는 말이 있다. 두 사람이 짝이 되어 서로 호흡을 잘 맞춰야 원활하게 진행되는 왈츠처럼, 일방적이 아닌 고객과 호흡을 맞추면서 진행하라는 말이다. 호흡을 맞추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동작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 따라서 내가 해야 할 말이 아닌, 상대방이 하는 말을 잘 살펴야 한다.
지식과 지혜의 차이를 언급하면서, 많이 흘러왔다.
한마디로 지식은 정해져 있는 틀 안에 있는 것이고 지혜는 정해진 틀이 없다는 거다. 지혜를 발휘하는 데 지식이 필요할 순 있지만, 지식이 지혜가 될 순 없다. 지식을 지혜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지식에 통찰이 가미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식을 무조건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생각을 더 해, 새로운 창조를 이끌어야 한다. ‘삶의 지식’이라 표현하지 않고, ‘삶의 지혜’라 표현한다. 그 이유를 잘 생각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