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소통관에 비치된 각 언론의 종이 신문들. Photo by NJT.
이선균, 지드래곤의 마약 관련 보도는 한국 언론의 민낯을 드러내는 그 무엇이었다.
뉴스 빅데이터 서비스인 빅 카인즈를 검색해보면 이선균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때까지 언론은 4천 건에 가까운 기사를 쏟아내며 마치 생중계하듯이 그와 관련된 사건을 다뤘다. 텍스트로 작성된 주요 언론 기사만 카운트한 것이기에 TV, 라디오, 군소언론, 블로그, SNS까지 포함하면 상상할 수 없는 많은 콘텐츠가 이선균 마약 관련 소식으로 작성되었다. 이선균 마약 관련 기사를 쏟아내면 조회수가 잘 나왔을 것이고 조회수 장사를 하는 한국 언론이 이 먹잇감을 놓칠 리 없었다.
개인의 인권과 유명인의 사생활 보호는 그들의 안중에 없었다. 종일 뉴스방송사의 앵커는 “저희도 이 논쟁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선균 씨의 마약 관련 보도는 무분별했다”라고 평할 정도였다. 자성의 목소리가 살짝 있었지만 미미했고 결국 그렇게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지나갔다.
이선균 씨 사망 며칠 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에서 습격을 당한 일도 이선균 관련 기사 못지않게 중계방송되고 있다. 시시각각 ‘단독’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언론에 의해 보도되고 있는 것. 물론 중요한 포인트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짚어줘야 한다. 사건이 어떻게 일어났고, 이재명 대표는 어디로 이송됐고, 어떤 수술을 받고 경과는 어땠는지 등 기본적인 정보는 국민에게 알려줘야 한다. 그러나 그런 것만 있는 게 아니었다.
빅 카인즈의 데이터에 따르면 일단 하루 동안 ‘이재명 피습’과 관련되어 언론 기사로 뜬 건수는 3일 오후 5시 45분 현재 1,568건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극좌, 극우세력이 SNS에 올린 것도 레거시 언론으로 불리는 매체들이 시시각각 중계했다는 점이다. 한쪽으로 쏠린 세력들은 "윤석열·김건희의 사주로 벌어진 일" "의료진을 매수할지 모르니 감시해야 한다"는 등의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민주당의 강성 지지자들은 “이 사건이 이낙연 전 대표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비난을 가한 바 있다. 또한, 보수 진영 극렬 지지자들은 "이재명의 자작극 " "재판을 미루려는 이재명의 꼼수" 등 가짜뉴스보다 몇 단계 더 낮은 ‘막말 뉴스’를 쏟아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런 이야기들을 레거시 언론이 계속 보도를 했다는 점이다.
이재명 피습에 대해 가장 많은 기사를 다룬 언론은 YTN과 세계일보로 하루 만에 각각 142건, 111건의 기사를 올렸다. 파이낸셜 뉴스(85건), 헤럴드경제(75건), 머니투데이(74건)가 그 뒤를 이었다. 5대 주요 언론 중에서는 중앙일보가 60건, 동아일보가 52건, 조선일보가 38건, 한국일보가 32건, 한겨레가 16건을 업데이트했다.
YTN은 종일 뉴스 방송을 하고 방송 때마다 큰 사건을 포함해서 다루기 때문에 기사 건수가 많은 게 어느 정도 이해는 되지만 세계일보가 하루 만에 올린 기사수 111건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언론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은 국민의 알권리를 핑계로 국민이 알 필요 없는 것까지 투척하는 기이한 상황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