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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 Soccer] 탁구파 사태와 한국 리더십의 현주소

전설적 감독들의 리더십 원칙과 그 영향 비교

등록일 2024년02월18일 03시39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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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우든이라는 감독이 있다. 미국의 100년 이상 역사를 자랑하는 ‘스포팅 뉴스’가 모든 종목을 통틀어 최고의 감독으로 뽑은 인물이다. 그는 1971년부터 3년 동안 자신이 지도했던 UCLA 남자 농구팀을 88연승으로 이끌며 전설이 되었다. UCLA에서 약 10년이 좀 넘는 기간에 그는 이 대학을 10차례나 NCAA 챔피언에 올려놓았다.
 

필자는 그의 자택에서 단독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우든 감독은 현역 시절 일화를 소개하며 “팀에 스타 선수가 있었는데 그가 공항에 늦게 도착했고 우리는 그를 공항에 남겨두고 서부에서 동부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 명이 늦음으로써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는지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그는 이후 다시는 늦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Photo from Shutterstock. 히딩크 감독.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의 역대급 명장 히딩크는 어떤가. 그가 PSV 아인트호벤의 감독으로 있던 시절이다. 당시 팀에는 브라질 축구 스타 호마리우가 속해 있었으며, 그는 종종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며 감독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연습은 매일 오전 10시에 시작되었는데, 히딩크 감독은 항상 10분 일찍 도착했지만 호마리우는 정확히 10시에 도착하는 습관이 있었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자 히딩크는 자신의 시계를 10분 앞당겨 설정했다. 호마리우가 도착하면, 그는 자신의 시계를 보여주며 지각한 이유를 물었다. 호마리우는 자신의 시계를 가리키며 지각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에 히딩크는 앞으로는 감독의 시계에 맞추라고 지시했다. 시즌 첫 경기에서 호마리우를 선발 명단에서 뺐고, 두 번째 경기에서도 같은 조치를 취했다. 이로 인해 호마리우는 크게 자존심이 상했다. 세 번째 경기 전, 팀이 모인 자리에서 히딩크는 말없이 호마리우를 주전 선수 명단에 포함시킨 후 자리를 떠났다. 호마리우는 그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히딩크는 유로96에 출전할 당시 네덜란드 감독으로 나섰는데 대회 중 에드가 다비즈가 자신을 욕하자 그를 대표팀으로 소집하지 않다가 2년 뒤인 98프랑스 월드컵 때 불러들였다. 다비즈는 프랑스 월드컵 유고와의 8강전에서 결승골을 뽑은 바 있다. 

 

Photo from Shutterstock. 퍼거슨 감독.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 알렉스 퍼거슨은 팀플레이에 해가 된다고 생각되면 데이비드 베컴과 판 니스텔로이, 로이 킨 등 수많은 스타를 팀에서 쫓아냈다. 한때 ‘퍼거슨의 단두대’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였다. 


이런 내용을 2024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이야기하면 그런 리더는 ‘꼰대’로 치부해버린다. ‘친절한 리더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리더십에 대한 왜곡이 일어났다. 리더십은 친절하거나 인기 높은 말을 하고 행동하는 게 아니다. 공동체의 목표를 위해 때로는 불친절한 말을 하는 자가 리더이다. 


필자는 한국인의 리더십에 대한 곡해가 손흥민, 이강인이 연루된 ‘핑퐁딩동 사태’의 원인이 됐다고 생각한다. 손흥민은 주장으로서 할 일을 했던 것인데 어린 선수들이 그를 ‘꼰대’로 여기며 ‘왜 나의 자유시간을 침범하는가’ 하는 식으로 나왔던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싸가지 없는’ 행동이 아니라 요즘 사람들의 리더십에 대한 잘못된 사고가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이다.

 

Photo from Shutterstock. 포스테코글루 감독.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최근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손흥민이 아시안컵에서 보여준 것이) 리더십이란 것이다. 리더십은 인기를 얻으려 하고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려는 게 아니라, 옳지 않다고 느끼는 것에 대해 대응하는 것이다. 그게 그룹에 있어서 가장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리더십은 때로는) 그룹이나 코치, 클럽과의 갈등을 야기할 수도 있지만, 리더로서 그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강력하게 밀어부쳐야 한다. 손흥민은 본성적으로 착한 사람이다. 그는 매우 예의 바르고 타인에 대해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진정한 승자가 되거나 승리에 대한 높은 기준을 갖고 있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핑퐁딩동 이슈’를 하극상이다, 싸가지가 없다, 후배에게 예의가 없다는 식으로 치부하지만 대한민국 사회는 이 이슈를 통해 한국의 리더십이 어떻게 정의되고 있는지 알아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Generated on DALL·E. 우리는 탁구파. 휴식시간에 탁구하는 데 왜 뭐라고 그러는겨?

 

이강인 등 ‘탁구파’ 후배들은 분명히 잘못했고 그것에 대해 징계를 해야 한다. 마치 존 우든이나 히딩크 감독이 그렇게 했던 것처럼 말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은 그것을 하지 못했고 감정의 쓰레기만 남겨둔 채 경질됐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징계는 따로 없고 대표팀 소집을 하지 않는 게 징계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분명히 해야 하고 ‘이래저래서 누가 소집이 안 되었고, 대표팀 내에서 리더십은 이렇게 정의된다’라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리더십에 대한 개념이 올바르게 정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무리 뛰어난 유럽파 선수들이 조합된다고 해도 조화를 이루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부조화는 팀을 승리로 이끌지 못한다.


히딩크가 그랬던 것처럼 습관적으로 조직 분위기를 헤치는 선수에게는 서약서를 받아낼 필요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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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기 편집장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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