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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 만루의 절체절명의 위기와 기회의 상황이었다.
위기를 맞은 원정팀은 잘 극복했고, 기회를 맞은 홈팀은 허망하게 날려버렸다. 위기를 극복한 팀과 기회를 날린 팀 중, 누가 더 이득일까? 위기를 맞은 팀은 어차피 내줘야 할 점수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다만, 몇 점에서 막을 것인지를 고민했을 것이다. 나갔어야 할 지출이 나가지 않은 것이다.
기회를 날린 팀은 높은 확률로, 점수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몇 점까지 낼 수 있을까가 관심사였을 것이다. 당연히 들어온다고 생각한 수입이 들어오지 않은 것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들어와야 할 돈이 들어오지 않은 것보다, 어차피 나간다고 생각했던 돈이 나가지 않은 것이 더 기쁘지 않을까? 나가야 할 돈은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이고, 들어올 돈은 내가 현재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빼앗긴다는 생각은 큰 두려움을 준다.
직장생활하는 사람 중에, 자신의 자리가 위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매일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출근을 할 것이다. 내가 지금 그렇다. 빠르게 자리를 잡고 싶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오랜 시간 직장에 다녔던 사람은 그런 마음이 더 클 것이다. 대안이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암담한 심정일 것이다.
아버지가 1군으로 등록이 되었다가, 2군으로 다시 내려오실 때 그러셨다고 했다.
아쉬운 마음과 원망스러운 마음도 있었지만, 두려웠다고 하셨다. 언제 다시 올라올 수 있을지, 과연 올라올 수 있을지, 기약을 할 수 없기에 두려웠다고 하셨다.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킨다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
[캐스터] 동점은 아니지만, 원정팀은 이제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겠어요?
[해 설] 1점 차로 경기의 승부가 갈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큰 위기를 극복하고, 이길 수 있는 확률이 커졌으니, 아마도 전력을 쏟을 겁니다.
[캐스터] 네! 첫 타자부터 대타가 나오네요?
[해 설] 아마, 이번 회에 동점까지는 만들어보겠다는 계산인 것 같습니다. 동점이 되거나 리드하면, 다음 회부터 필승조를 투입할 확률이 높고요. 잡아야 하는 경기가 되니까, 그런 전략으로 나오겠죠!
[캐스터] 잡아야 하는 경기요?
[해 설] 이길 가능성이 큰 경기는 무조건 잡아야 합니다. 그래야 승수를 쌓는 데 유리해요. 모든 경기에 최대 전력을 쏟을 수는 없으니까요. 체력적인 한계가 있거든요. 그래서 강약을 조절해야 하는 겁니다. 이길 수 있는 경기는 그래서 잡아야 하는 거죠. 지는 경기에 마무리 투수를 안 내보내는 이유가 다 그런 거죠!
[캐스터] 아! 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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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장님은 해설을 듣다 문득 무슨 생각이 나셨는지, 나를 쳐다보고 말씀하셨다.
“아! 아직 잘 모르겠구나. 지고 있는 경기에는 절대 마무리 투수를 안 내보내. 마무리 투수는 매 경기 나올 수가 없거든. 그래서 리드하고 있는 경기에만 내보내지. 이길 수 있는 경기는 무조건 잡아야 하니까.”
“네! 저도 그 정도는 알고 있어요~ 그래서 마무리 투수에게 뒷문을 책임진다는 표현을 하는 거니까요. 열리지 않게 걸어 잠그라는 거잖아요!”
“그래! 맞아! 업무도 마찬가지야. 모든 일에 전력을 쏟을 수는 없거든. 그래서 중요도와 긴급한 정도에 따라 업무를 나누고 강약 조절을 해야 해.”
“저도 어떤 책에서 본 것 같아요. 중요도와 긴급함을 기준으로 일을 4가지로 나누고 하라고 했던 것 같아요.”
“맞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중요하면서 급한 거겠지. 중요하지도 않고 급하지도 않은 거는 사실 안 해도 될 일인 경우도 많아. 그런데 누군가는 중요하지도 급하지도 않은 일에 목숨을 거느라, 정작 중요한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 그리고 하는 소리가 ‘저는 최선을 다했어요!’라는 거야. 그럴 때마다 참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 안 해도 될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만큼 미련한 것이 없거든.”
“O.T 때 자료 보여주시면서 하신 말씀이 기억나요! 종이상자에 금고 열쇠가 달린 사진과 망치 뒤에 전원선이 연결된 사진은 좀 쇼킹했어요. 그러면서, 이렇게, 하지 않아도 될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다고 말씀하셨죠!”
“그래! 그래서 업무의 우선순위를 잘 정하는 것부터가 일의 시작인 거야. 야구씨 같이 아직 우선순위를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으면, 선배들한테 물어보면서 해야 하는 거야. ‘맞겠지? 이렇게 하면 되겠지?’ 하면서 추측으로 일을 하면 절대 안 돼! 물음표를 느낌표로 만들 때까지 질문해야 하는 거야!”
“물음표를 느낌표로 만든다고요?”
본부장님은 마시려던 음료수잔을 내려놓으시고 나를 향해서 돌아앉으시면서 말씀을 이어가셨다. “자! 내 손가락 잘 봐! 물음표(?)는 이렇게 머리가 구부러져 있잖아? 그런데 이 머리를 요렇게 당기면 구부러져 있던 머리가 펴지면서 느낌표(!)가 되지?”
“어! 그러네요. 항상 보던 기호인데, 그렇게 설명해 주시니 새롭네요!”
“그래서, 궁금한 것이 있으면 몇 번이고 물어봐야 하는 거야! 본인 스스로가 확실히 알고 일을 해야 정확한 결과물을 낼 수 있으니까. 그게 무슨 일인지, 왜 해야 하는지 알면 머릿속에 느낌표가 생기겠지?”
“네. 맞습니다! 저도 선배들이 너무 바쁜 것 같아서, 몇 번 추측하고 했다가 잘못된 결과물을 보고해서, 처음부터 다시 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선배들이 좀 어렵기도 하고, 귀찮게 하는 거 같아서 잘 안 물어보게 되지?”
“네. 한 번에 못 알아들었다고 혼날 것 같기도 하고요. 하하하”
“그렇게 해서, 잘못된 결과물을 가지고 가니 어땠어?”
“시간은 시간대로 보내고, 일을 일대로 하고, 욕은 욕대로 먹고 그랬죠. 뭐”
“그러니까. 잘못된 결과물을 가지고 가는 게 더 큰 손실인 거야. 다시 물어봤을 때, 못 알아들었다고 혼날 수도 있고 귀찮게 한다고 짜증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제대로 확인하고 일을 해서 결과물을 가져가면 나중에는 그런 것도 다 잊히게 돼.”
“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앞으로는 저도 좀 귀찮게 해 드리겠습니다. 하하하”
[캐스터] 네! 대타가 나오자, 포수가 마운드로 올라갑니다.
[해 설] 아마, 포수가 알고 있는, 타자의 정보를 알려주려는 것 같네요.
[캐스터] 짧게 몇 마디 나누고 다시 자리로 돌아옵니다. 포수! 바깥쪽으로 빠져 앉습니다. 초구! 스트라이크! 글러브를 댄 곳으로 정확하게 들어갑니다. 타자는 멀게 느껴졌나 보네요?
[해 설] 저렇게 깊숙하게 꽂히는 공은 멀게 느껴질 수밖에 없죠!
“포수가 원하는 곳으로 정확하게 공이 들어오면, 참 기분이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겠지? 그래서 원하는 곳으로 들어온 공을 받은 포수가 고개를 끄덕거리는 게 아닐까 싶어. 잘했다고.”
“그런 거 같아요. 투수도 기분 좋겠어요. 자신감도 막, 더 생길 것 같고요.”
[캐스터] 이번에 포수가 몸쪽으로 바짝 붙어서 자리를 잡습니다. 2구 타격! 3루와 유격수~ 사이를 빠르게 가릅니다.
[해 설] 이번 공은, 몸쪽이 아닌 가운데로 몰렸어요. 타자가 실투를 놓치지 않네요!
[캐스터] 투수! 상당히 아쉬워합니다.
“초구는 잘 들어갔는데, 다음 공은 실투가 됐네요.”
“그러게. 너무 몸쪽으로 붙이면 몸에 맞을 것 같아서 약간 안쪽으로 던진다는 것이 그만 가운데로 몰리고 말았네. 그래도 다행인 거지.”
“네? 안타를 맞았는데 다행이라고요?”
“가운데로 던지는 실투를 했는데, 1루타로 그쳤잖아. 잘못했으면 홈런이나 장타를 맞을 수도 있었는데.”
“아! 그렇게도 볼 수가 있네요. 실수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는 때도 있겠네요.”
“그럼! 그래서 실수를 최소화하는 게 좋지만, 실수했다고 주눅 들 필요는 없어. 그것을 오히려 기회로 만들면 되거든. 실수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는 사람이야. 매우 진부한 얘기 같지만.”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흔한 얘기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어쩌면 너무 흔하게 듣는 거라, 가볍게 생각하고 실행으로 옮기지 않는 것 같아요.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라고 자신을 위로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렇게 볼 수도 있지! 야구를 보다 보면 실수가 전화위복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얼마 전에는, 투수가 던진 공이 포수 앞에서 바운드가 됐거든? 포수는 공을 뒤로 빠트리지 않으려고 몸을 앞으로 내밀면서 막았어. 근데 공이 옆으로 뛴 거야. 이 틈을 타서 1루에 있던 주자가 2루로 달렸어. 스타트가 좀 늦은 거지! 포수는 마스크가 옆으로 돌아갈 정도로 빠르고 급하게 공을 던졌어. 포수로서는 최선을 다한 거지. 그런데 운이 좋게도, 주자가 들어오는 방향으로 공이 간 거야. 자연 태그가 된 거지! 그래서 아웃됐잖아.”
“와~ 진짜 전화위복의 대표인 사례라고 볼 수 있네요!”
“그렇지! 실투로 위기가 찾아왔지만, 오히려 주자를 지우게 됐으니까! 이런 걸 보면, 실투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돼. 그러니 야구 씨도 실수하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당당하게 부딪혀보도록 해. 그게 나중에 다 경험이 돼서 약으로 쓰일 때가 오니까! 실수를 극복하는 과정을 겪으면, 실수를 견디는 맷집도 생기게 돼.”
“네~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마음에 꼭 박힌 문장이 있어요. ‘실수하는 걸 걱정하지 말고, 실수를 피하는 것을 걱정하라!’라는 말이요.”
“오~ 의미가 있는 말이네. 암튼 화이팅!”
“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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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터] 무사 주자 1루입니다. 초구! 오~ 높은 볼! 포수가 간신히 낚아챕니다. 투수의 제구가 좀 흔들리는 것 같네요?
[해 설] 아까의 실투가 계속 머리에 남아서 그럴 겁니다. 빨리 잊어야 해요!
[캐스터] 네! 포수가 일어서서 투수에게 차분하게 던지라고 손짓을 합니다. 투수! 1루에 있는 주자를 보고, 2구! 바운드 볼! 옆으로 많이 튑니다. 1루 주자는 여유 있게~ 2루. 2루로 들어갑니다. 이제 무사 주자 2루가 됐습니다.
[해 설] 네! 이제 주자가 득점권에 들어갔습니다. 타자는 병살 위험이 없어졌으니 마음이 좀 편하겠네요.
“이제 점수 낼 확률이 커졌네요?”
“무사에 2루니까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캐스터] 투수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투구를 준비합니다. 타자가 다시 타석에 들어옵니다. 타임! 투구 시간이 길어지자, 타자가 타임을 요청했습니다.
“저 선수는 아까도 그랬지만, 투수가 공을 하나 던질 때마다 연습 스윙 2번 하고 장갑을 고쳐 끼네요. 번거롭게 왜 그러는 거죠?”
“번거롭다니? 저건 선수들만의 루틴이야!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일종의 의식 같은 거로 봐도 좋겠네. 그래야 마음에 안정을 찾게 되는 거지. 다른 스포츠도 이런 루틴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 있어. 거의 다 있다고 봐야지! 골프 같은 경우도 공을 치기 전에, 연습 스윙 몇 번 하고 심호흡하는 루틴을 거의 모든 선수가 가지고 있어. 안정적인 플레이를 하기 위해서.”
“아! 말로만 듣던 루틴이라는 게 그런 거군요. 제가 봤을 때는 번거롭게 생각됐는데, 선수들한테는 빼놓을 수 없는 거네요. 말씀하신 의식처럼요.”
“우리 부서에도 보면 인지하지는 못하지만, 각자만의 루틴이 있어.”
“네? 어떤 루틴이오?”
“야구씨 출근하면 제일 먼저 뭐해?”
“저는 가방 놓고 컴퓨터를 켠 다음 커피를 타러 가요.”
“그리고는?”
“그리고 커피를 가져와서, 인터넷을 열고 메일을 먼저 열어요.”
“거의 매일 그렇게 하지?”
“네!”
“그럼 그게 야구 씨만의 루틴인 거야. 매일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 일종의 습관이라고 할 수도 있고. 만약에 야구 씨가 그렇게 하던 행동을, 누군가 하지 말라고 하면 어떤 느낌이 들어?”
“뭐, 잘은 모르겠지만 왠지 찝찝할 것 같아요. 뭘 안 하면 찝찝한 느낌이 드는 것처럼요.”
“맞아! 별거 아닌 거 같은데, 하던 대로 안 하면 뭔가 찝찝하거든. 그런 거야! 그래서 평소에 어떤 행동을 습관적으로 하느냐가 중요해. 처음에는 자신이 의식을 가지고 노력할 수 있거든. 예를 들면, 처음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명함을 주고받은 사람이 있다면, 그날, 메일을 보내는 거야. 특별한 내용이 없어도 돼. 만나서 반갑다는 인사 정도만 해도 돼. 메일을 보내는 이유는, 상대방에게, 나를 한 번 더 각인시키기 위한 거니까. 좋은 이미지를 줄 수도 있고. 별거 아니지만, 처음에는 잊어버리고 잘 안 하게 되는데, 의식하고 노력하면 나중에는 습관처럼 하게 되지. 안 하면 찝찝하고. 이런 건 좋은 루틴이라고 할 수 있지!”
“네. 좋은 루틴을 갖기 위해, 의식하고 노력하겠습니다!”
[캐스터] 네! 이제 볼 카운트는 2스트라이크 2볼입니다. 외야수는 모두 앞쪽으로 전진 배치가 됐습니다.
“외야수들이 왜 저렇게 앞쪽으로 많이 들어와 있죠?”
“장타가 나오면 어차피 점수를 주게 되니까. 저렇게 당겨있으면, 짧은 안타는 막을 수 있거든. 그래서 2루 주자를 홈으로 안 들여보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야. 하지만 공이 좀 멀리 가면, 외야 플라이로 잡을 수 있는 공도 장타가 될 수 있는 위험은 있지! 그래서 투수가 2루 주자를 계속 쳐다보면서, 조금만 리드가 길면 견제하는 것도 그 이유야! 한 걸음이라도 줄여놓으면 막상막하의 승부에서는 큰 도움이 되니까.”
“한 걸음이 여기에서는 매우 큰 의미가 있겠네요. 점수를 낼 수도 있고 못 낼 수도 있는 한 걸음이니까요.”
[캐스터] 투수! 포수와 사인 교환을 마치고 투구 준비를 합니다. 타격! 중견수와 좌익수 사이 앞으로 떨어집니다. 중견수가 재빠르게 공을 잡고 홈으로 던집니다. 2루 주자는 3루를 찍고 홈으로~ 원 바운드~ 포수 태그!
포수는 공을 잡고 몸을 던져서 홈으로 들어오는 타자를 향했다. 주자가 포수의 태그를 피해서 살짝 몸을 틀었다. 주자는 옆으로 몇 바퀴 굴러서 손을 뻗었다. 홈을 찍으려고 했지만, 살짝 모자랐다. 포수는 얼른 일어나 타자를 향했고, 타자는 홈으로 몸을 던졌다. 타자가 홈을 향해서 뻗는 손을, 포수가 글러브로 막았다. 아웃이 된 것이다. 그 사이 타자 주자는 2루까지 진루했다.
[캐스터] 아웃! 네, 홈에서 아웃이 됩니다. 중견수의 기막힌 송부가 나옵니다.
[해 설] 네! 중견수가 한 점을 막아냈다고 해도 되겠네요. 엄청난 송굽니다.
홈팀 관중은 일제히 일어나 환호를 하였고 원정팀 관중석에서는 탄식 소리가 나왔다. 투수는 포수를 향해 짧게 박수를 보냈고, 중견수를 향해 엄지척을 했다. 좋은 승부였다.
“정말 아슬아슬했네요. 아까 말씀하신 대로 홈팀이 한 걸음 승부에서 이긴 거나 다름없네요.”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간발의 차이였으니까. 다른 한편으로는 아까 이야기한 실수가 행운이 된 경우라고 볼 수도 있지.”
“행운이요? 이번에는 실력으로 잡은 거 아닌가요?”
“잘 들어봐! 아까 실투가 나와서 1루 주자가 2루로 갔잖아?”
“네 그랬죠.”
“만약에 주자가 1루에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1루에 있었다면, 짧은 안타가 됐으니까 1루 주자는 2루까지 그리고 타자는 1루 주자가 되었겠죠?”
“그렇지! 그럼 무사 주자 1, 2루의 기회가 되는 거잖아?”
“아! 지금은 1사에 주자 2루인데, 주자가 1루에 있었다면 무사에 1, 2루가 되는 거네요. 아까 실투가 나서 진루를 했을 때는 원정팀에 행운이었지만, 지금의 결과는 홈팀이 행운이 된 거네요? 와~ 정말 야구 모르겠는데요?”
실수가 뜻하지 않게 행운으로 돌아오는 것과 최선의 노력으로 더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을 보았다. 실수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수하면 그 실수를 못 잊고 다음 일까지 지장을 주는 경우가 있어. 지금 투수처럼.
그렇게 신경 쓰면 계속 악순환이 되는 거야. 실수한 사람은, 반복되는 실수와 문제로 허덕이다가 지쳐 쓰러지게 될 가능성이 크지.”
“맞아요! 저도 실수하면, 그 생각이 머릿속에서 잘 떠나질 않아요. 그러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더라고요!”
“실수는 실수로 놓아주는 게 좋아. 그렇다고 실수한 것을 그냥 내버려 두라는 의미는 아니야. 실수했다는 자책감으로 의기소침해 있지 말고, 그럴 시간에 차라리 실수한 것을 만회하기 위한 노력을 하라는 거야. 그러면 더 좋은 결과로 돌아올 수도 있거든. 운이 좋으면, 실수의 결과가 오히려 더 나은 기회를 가져다줄 수도 있어. 운은 그냥 있다고 생기는 게 아니라, 최선의 노력을 할 때 생기는 거야. 지금처럼!”
실수에 대해서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다. 실수가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들어서 알고는 있지만, 왜 그런지, 오늘 그 이유를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실수가 문제가 아니라, 실수를 대하는 마음 자세가 문제인 것이다. 이미 벌어진 실수에 마음이 묶여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과거에 시선을 맞추지 말고, 그것을 만회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행동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투수가 교체되고, 나머지 타자들은 범타로 처리하여 실점 없이 4회 초를 마쳤다.
*** Change & Chance ***
《실수는 외부의 영향으로 시작되지만, 결과는 내가 만드는 것이다!》
골프를 잘 치시는 분이,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다.
프로선수와 아마추어 선수를 알고 있는 분이, 경험해보고 종합해서 내린 결론은 이렇다.
누가 적은 실수를 하느냐는 것이다.
모든 선수는, 많은 훈련을 통해, 기본적인 기량이 갖춰져 있다.
중요한 순간에, 실수 1~2개에 따라, 무너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무너졌다가 다시 회복하는 선수도 있지만, 그대로 주저앉는 선수도 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실수가 나오는 주된 원인에 관한 이야기였다. 자신의 실력에 의한 실수가 아니라, 상대를 의식해서 생긴다는 것이다. 자신의 기량이 떨어지거나 잘못해서 생기는 것보다, 상대방을 의식해서 발생하는 것이다.
이기는 선수는, 상대방의 플레이와 상관없이, 자신의 플레이에 집중하는 선수라고 한다.
상대방의 플레이를 신경 쓰느라, 자신의 플레이에 집중할 수 없으면 무너지는 것이다. 잘하다가도,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플레이를 하는 선수를 보고, 더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자신만의 기준과 신념이 없으면, 다른 사람을 의식하게 되고, 그 의견에 따라가게 된다.
기준이 나에게 있지 않고, 상대방에 있는 것이다. 옷을 입거나 물건을 고를 때, 자신의 의견보다 상대방의 의견에 쏠리는 사람이 있다. 자신은 A가 좋은데, 상대방이 B라고 하면 B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마음속에서는 A를 생각한다. 혼란스러워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의견을 무시하는 일방 통행적 사고와 행동은 분명 문제가 있다.
하지만 자기 기준 없이, 일방적으로 따르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상대방의 의견은 말 그대로 의견으로 받아들이고, 결정은 자기 기준으로 해야 한다. 그래야 실수를 최소화할 수 있고, 실수하더라도 후회가 없다.
내가 올바른 기준을 세우고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자신만의 시간을 통해, 평소 의식하지 않던, 나와 만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하지만 외롭다는 이유로, 귀찮다는 이유로, 하지 않는다. 외롭고 귀찮다는 나태함보다, 기준 없이 끌려다니는 고통이 더 크다. 내가 나를 찾고 나의 기준을 찾는 시간이 꼭 필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