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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김야구(若具​)의 슬기로운 직장생활(13)]

투수 뒤에는 7명의 수비수가 있다.

등록일 2023년03월23일 11시06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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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Shutterstock

[캐스터] 네! 클리닝 타임이 끝나고, 홈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나와 자신의 자리로 가고 있습니다. 지금 마운드에 올라온 선수는 처음 보는 선수인데요?

[해 설] 네. 고졸 루키 선수네요.
 

[캐스터] 점수 차가 좀 나기는 하지만, 잘 던지는 투순가 보네요? 아! 볼에 힘이 있네요. 신인의 패기가 느껴집니다.

[해 설] 신인 선수들의 강점이 패기죠! 신인 선수한테는 그게 가장 큰 무기예요!

 

“야구 씨도 처음에는 패기 넘쳤는데…. 기운 내라고!”

“아, 면목 없습니다. 오늘을 계기로, 다시 기운 내겠습니다!”

“하하하! 그래. 야구 씨 파이팅!”

 

[캐스터] 네! 연습 투구를 마치고 첫 타자와 마주합니다. 첫 타자부터 만만치 않겠습니다.

[해 설] 그렇죠? 이번 회 타순이 중심 타자들이라 다들 만만치 않을 거예요. 그래서, 신인 투수에게는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캐스터] 신인 선수는 중심 타자보다 하위타순의 타자들과 상대하게 해주는 게 낫지 않나요? 경험이 필요하니까요!

[해 설] 물론 그렇게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선수의 역량에 따라, 처음부터 세게 붙이기도 합니다. 승패보단 배짱을 키워주려는 거죠. 중요한 경기에서는 그런 모험을 할 수 없지만, 지금처럼 일반적인 경기에서는 한번 해볼 만하죠. 더군다나 지금처럼 점수가 좀 앞서있으니 부담도 덜 하고요.

 

“얼마 전에, 신 대리가 야구 씨한테 서울에 가능한 행사 장소 알아보라고 한 거 있지?”

“아, 네 있었어요! 근데 저는 행사 경험이 별로 없어서, 어떤 조건이 적합한지 판단하기 어렵더라고요. 기본적인 정보는 있어도 머릿속에 안 그려지니 막막하기도 하고, 암튼 제 경력으로 하기에는 좀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행사 장소를 알아보는 것을 야구 씨가 하기엔 무리가 있어. 참석인원이 같더라도 행사의 성격에 따라 적합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거든. 같은 장소라도 그렇지. 그래서 단순히 몇 명이 어디서 하느냐의 정보를 가지고 적합한 장소를 찾기는 쉽지 않아. 내가 볼 땐, 최소한 1년 정도의 경력이 돼야 그나마 덜 헤맬 거야. 그런데 왜 야구 씨한테 그 업무를 시켰을까?”
 

“그거야 뭐…. 다른 분들이 바쁘기도 하고, 제가 하는 일이 없어서 그런 거 아닐까요?”

“이런!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했구나! 자, 그 행사가 얼마나 남았지?”
 

“아직 좀 남았죠. 다섯 달 정도요.”

“그렇지? 시간 여유가 좀 있지?”
 

“아! 시간 여유가 있으니까, 저한테 경험해보라고 기회를 주신 거군요?”

“그렇지! 정작 급할 땐 업무를 가르치면서 일을 할 수 없으니, 시간 여유가 있을 때 경험을 해보게 하는 거야. 그리고 한편으로는 야구 씨의 업무 센스도 테스트할 겸.”
 

 

Photo by Shutterstock


 

“저 신인 선수처럼 말이죠?”

“그렇지!”

 

그랬다.
 

경력이 얼마 되지 않은 나에게 장소를 알아보라는 지시가 떨어졌을 때, 이해하지 못했다.


생각해 보니, 내가 조사해서 제출한 자료로 미팅했을 때, 맞았는지 틀렸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왜 이곳을 선정했는지, 그래서 이 장소가 행사하기 위한 조건에 맞는지를 계속 물어보셨다. 그렇게 나를 가르치신 것이었다. 덕분에 이제는 장소를 알아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게 되었다. 상황에 따라, 업무를 하나씩 경험하게 하고 익히게 해주고 있는 시스템에 다시 한번 놀랬다.

 

[캐스터] 아직 몸이 안 풀렸나요? 연속으로 두 개의 볼이 들어갑니다. 연습 투구할 때랑은 느낌이 좀 다른 것 같네요?

[해 설] 아무래도 연습으로 던지는 공과 타자와 마주하고 던지는 공은 다를 수밖에 없죠. 긴장되니까요.
 

[캐스터] 제 3구! 볼! 연속 쓰리볼이에요! 이러다가 볼넷으로 내보낼 수도 있겠는데요? 투수가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호흡을 가다듬고 있습니다. 4구! 스트라이크! 가운데로 정확하게 들어갔습니다. 5구! 아! 공이 날렸네요. 결국, 볼넷을 내줍니다. 포수가 투수를 바라보고 어깨를 털어 보입니다. 힘 빼고 던지라는 의미인데요.

[해 설] 포수가 베테랑 선수니까, 본인 믿고 자신 있게 던져라. 뭐 그런 의미일 수도 있겠네요. 포수가 잘 이끌어주고 있습니다. 경험이 없는 투수들은 베테랑 포수들이 잘 끌어주면 마음이 좀 편하거든요! 신인 투수를 내보낸 것도, 베테랑 포수니까 내보낼 수 있는 겁니다.
 

[캐스터] 네, 말씀을 들어보니, 포수가 투수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공만 받는 게 아닌 것 같아요?

[해 설] 절대 그렇지 않죠! 투수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하죠! 그래서 포수를 안방마님이라고 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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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타자하고 제일 가까운 사람이 누구라고 했지?”

“포수요!”

“그래! 포수야. 타자의 상태를 잘 알기 때문에 포수가 리드하는 대로 잘 던지면, 어렵지 않게 아웃 카운트를 잡을 수 있게 되는 거야!”

“아! 포수가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거네요.”
 

“우리도 대부분 프로젝트는 PM(Project Manager)들이 주도하는데, 아주 까다롭지 않거나, 간단한 프로젝트 같은 경우는 AM(Assistant Manager)들이 주도하게 하기도 하지! 단, PM들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옆에서 봐주지. 대신 많이 관여하진 않고, 방향이 틀어지면 조언해 주는 정도. 모르는 건 알려주고. 그렇게 조금씩 경험을 쌓아가야 프로젝트를 주도해서 진행할 수 있으니까. 지금 상황은, 포수가 PM의 역할을 하는 거야! 경력이 적은 직원들을 리드하는 거지!”
 

“아! 그래서 얼마 전에, 서울에서 하는 소규모 행사를 김 사원이 진행한 거였군요? 사원이 벌써 프로젝트를 맡아서 한다는 게 신기했는데….”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지! 강 대리가 서포트 해주니까 가능했던 거지. 너무 나서지 않고 적절한 선에서. 그렇게 경험하고 나면, 옆에서 봤을 때는 별거 아닌 것 같은 일이, 별거 아닌 게 아니라 걸 알게 되지. 보는 거랑은 실제 해보는 거랑은 아주 다르거든.


‘아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은 비슷한 것 같지만 매우 달라!”
 

“참, 시스템적이네요. 모든 게요! 하하하”

 

[캐스터] 네! 이제 두 번째 타자와 마주합니다. 초구! 헛스윙! 떨어지는 공에 배트가 나갑니다.

[해 설] 선두타자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내니까, 이번에는 초구를 노리고 들어왔어요!”
 

[캐스터] 네! 그래서 스윙이 컸던 거군요? 2구! 볼! 바깥으로 빠졌습니다. 3구! 볼! 높은 공! 승부를 못 하네요?

[해 설] 공이 나쁘지 않거든요? 아무래도 좀 피한다는 느낌이 드네요!
 

[캐스터] 신인이고, 중심 타자다 보니, 큰 거 맞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 그런 거 아닐까요?

[해 설] 그럴 가능성이 크죠! 하지만 맞는다고 다 안타가 되거나 홈런이 되는 것은 아니에요. 잘 맞아도 수비 정면으로 가서 아웃되는 경우도 많고, 평범한 땅볼로 처리되는 경우도 많거든요. 투수 뒤에는 7명의 수비가 버티고 있습니다. 수비를 믿고 자신 있게 던져야 합니다!
 

[캐스터] 맞습니다! 정말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서 잡힐 때도 있고. 안타가 될 것 같은 타구를 수비가 잘 잡아서 아웃을 만들 때도 있죠.

[해 설] 그래서 노련한 투수들은 맞춰 잡는 투구를 하기도 합니다. 투구 수 조절하면서, 좀 더 수월하게 경기를 끌어갈 수 있으니까요.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투수 역할이 매우 중요하거든요? 개인에게 승패를 부여하는 포지션이 투수잖아요? 그만큼 경기 결과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죠!
 

[캐스터] 그러면, 투수들은 자신이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마음이 강할 수도 있겠어요? 팀의 에이스라고 불리는 투수는 그 압박감이 엄청날 거고요.

[해 설] 펜들은 에이스가 나오면 무조건 이긴다고 생각하니까. 이겨야 본전이죠! 거기에 팀이 연패하는 상황이라면, 부담감은 더 커지죠!
 

[캐스터] 정말로, 투수는 자기 뒤에 있는 수비수를 믿고 던져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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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씨도, 시간이 지나면 프로젝트를 맡게 될 때가 오겠지?
 

전체 프로젝트 중 일부의 역할이 될 수도 있고, 작은 프로젝트는 김 사원처럼 주도할 수도 있을 거야. 처음에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할 수 있어. 그런데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혼자서 처리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어. 애매한 것은, 선임들한테 물어보면 되는데, 혼자서 끙끙 앓는 거지. 그러다가 잘못된 결과물을 가져오기도 하고. 지금 야구의 상황처럼. 책임감을 느끼고 열심히 하는 것은 좋아. 하지만, 책임감에는 ‘정확한 결과물’이 동반돼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돼. 정확한 결과물은 공동체가 함께 짊어져야 할 몫인 거야. 함께 책임져야 하는 거지. 그러니 주변 동료를 믿어. 물어볼 때는 물어보고 도움을 요청할 때는 요청해서 같이 해야 하는 거야. 알겠지?”
 

“네! 잘 알겠습니다.”

 

야구가 단체경기인 이유는 여러 명이 함께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경기에 따라 누군가가 뚜렷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팀워크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좋은 팀워크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의지하고 서로가 함께 마음과 힘을 합쳐야 한다. 책임은 함께 지는 것이라는 말씀을 들으니 마음이 든든해졌다.

 

[캐스터] 네! 두 번째 타자도 결국은 볼넷으로 내보냅니다! 포수가 마운드로 올라와서 투수에게 무언가 이야기를 해주네요. 수비하는 선수들을 믿고 자신이 있게 던지라는 말을 하는 거겠죠? 포수가 투수의 등을 두드려주고 자신의 자리로 들어갑니다. 세 번째 타자가 들어섭니다. 초구! 스트라이크!

[해 설] 몸쪽에 꽉 찬 공이에요! 타자가 뒤로 물러날 정도로, 꽉 찼거든요!
 

[캐스터] 네! 포수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면서 투수에게 공을 던집니다. 공을 받고 어깨를 크게 한번 돌립니다. 2구! 타격! 빠른 타구! 유격수 정면! 2루 토스! 거쳐서 1루! 아웃! 다시 한번 병살! 네, 좋은 플레이가 나왔습니다. 투수가 주먹을 불끈 쥐네요!

[해 설] 이 플레이로, 투수는 자신감을 찾을 수 있겠어요!

 

주자 3루 상황이었지만, 부담이 덜어졌는지, 자신감 있는 투구를 했고, 타자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냈다. 투수는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면서 돌아오는 수비수들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전했다.

 

“와~ 잘 막았네요?”

“그러게. 포수가 마운드를 방문하고 나서 자신감을 얻었던 것 같아! 이번 기회에 저 선수는 많이 성장하게 될 거야!”

 

위기를 잘 극복하면 그것이 기회가 된다는 말이 있다.
 

위기를 잘 넘긴 경험이 새로운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위기를 극복한 모습을 본 주변 사람들은, 그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경험과 능력을 갖춘 사람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믿음이 가게 되고 더 큰 프로젝트를 의뢰할 수 있게 된다. 나에게 위기가 찾아왔을 때, 그것을 피하려고 하기보다 잘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야겠다. 본부장님 말씀대로,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주변 선배와 동료들에게 도움을 청할 것이다. 함께 해결한다는 생각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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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nge & Chance ***

 

《가치는, 같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모 은행에서 광고했던 카피 중에서, 마음에 남는 문구가 있다.

‘같이의 가치’이다. 다섯 글자뿐이지만,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강력하다.

혼자서 하는 것보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도 포함된다.

같이하기 위해서는 마음이 맞아야 한다.

마음이 맞지 않으면 같이 할 수도 없지만, 같이 하더라도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없다.

그래서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축복이라 생각한다.

 

사회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만나게 된다.

자신이 얻고자 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만날 가능성이 크다.

옳지 않은 방법으로 이익을 얻으려는 건 잘못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정당하다고 볼 수 있다.

이익을 얻기 위해 사람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라는 말이다.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오랜 시간 걸리는 사람도 있지만, 한두 번의 만남으로 마음이 가는 사람도 있다.

마음이 맞는 사람과 함께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좋다.

내가 더 이익을 얻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함께 있는 시간 자체가 좋고, 내 이익보다는, ‘함께’의 이익을 추구하게 된다.

 

‘함께’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행복도 같이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이 맞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은, 가치가 있는 것이고 축복이다.

 

함께하는 사람에게 무조건 기대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의지할 필요도 있다.

공동체는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성장하기 때문이다.

내가 도움을 청하는 선임이나 후임이 있다면, 그 사람들도 그 과정을 통해 성장하게 된다.

부탁하는 것이 불편하고 어렵게 느껴진다면,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좋다.

상대방을 성장시키는데 내가 한몫을 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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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태 객원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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