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터] 홈런! 참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끌려가던 승부를, 한 번에 따라잡을 수 있으니까요.
참! 드라마틱하네요?
[해 설] 네! 그래서 야구는 4점까지는 안심할 수 있는 점수가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 1점 차로 승부가 나기도 하지만, 야구는 한 방에 최대 4점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홈런은 단순히 점수를 얻는 것 이외에도 많은 의미가 있습니다. 적은 점수 차로 지고 있을 때는, 분위기를 반전하고 따라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줍니다. 이기고 있을 때는, 쐐기를 박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죠! 연장 승부에서 1점 홈런은, 만루 홈런 이상의 가치가 있죠.
[캐스터] 어떤 경기는 홈런을 치고도 고개를 숙인 채로, 베이스를 도는 선수가 있거든요? 홈런이 경기 결과에 아무런 영향도 줄 수 없을 때, 그런 건데요. 특히 중심타자가 한 참 뒤지고 있는 경기 후반에 홈런을 치면 그렇더라고요. 그럴 때 보면, ‘진작 이렇게 해야 했는데…’라고 자책하는 느낌이랄까요? 같은 홈런이라도, 상황에 따라 가치가 참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뭐, 느껴지는 거 없어?”
“어.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뭐 이런 거요?”
“그래! 갈증이 극에 달했을 때 마시는 맥주 한 잔과 배가 부른 상태에서 마시는 맥주 한 잔의 느낌은 매우 다르잖아? 배고플 때 누군가가 건네는 빵은 일용한 양식이지만, 배가 부를 때 주는 빵은 처리해야 할 대상이 되는 것처럼. 아까 얘기했던 김밥! 점심시간에 업무가 많아서, 밥 먹을 시간도 없는 동료에게 건네는 김밥 한 줄은 고급 뷔페보다 더 큰 가치가 있다고 했잖아?”
“네!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도 바로 시도해 보려고요!”
“그래! 아! 이런 예도 있겠네! 퇴근 시간 무렵, 약속이 있는데 택배 받을 것이 있어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동료에게, 대신 받아줄 테니 퇴근하라고 하는 말 한마디는 몇 시간 일을 도와주는 것보다 값지게 느껴지기도 하지! 이런 한 방을 날리기 위해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한다고 했지?”
“네? 아. 네!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상대방의 상황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래, 기억하는군! 맞아! 가치를 그 자체로 생각하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생각밖에는 안 들어. 그래서 상황으로 인식해야 해. 가치는 상황이 만들어주는 거지! 그러면, 신입이나 경력 상관없이, 그리고 가진 것이 없는 사람도 충분히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거야!”
“네! 명심하겠습니다!”
[캐스터] 홈팀의 마지막 공격이 시작됩니다. 홈팀이 따라잡힌 경기를 뒤집을 수 있을지요?
[해 설] 무엇보다 선두타자 승부가 중요하게 됐습니다. 이제 1점 차 승부라, 살아 나가면 점수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죠.
[캐스터] 그렇겠네요! 주자가 나가면 보내기 번트를 하고, 두 번 중에 안타 한 번만 나오면 점수를 낼 수 있으니 가능성이 크겠네요!
[해 설] 그렇죠! 그래서 어느 때보다, 선두타자 출루가 중요하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공격에서 쓸 수 있는 작전을 다양하게 할 수 있으니까요, 수비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어요! 머리가 복잡해지면, 실수가 나오기 쉽고요. 모 아니면 도라는 식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거죠!
[캐스터] 선두타자가 매우 긴장되겠어요? 본인도 그걸 알 테니까요!
[해 설] 그렇죠! 그래서 타자가 출루를 위해서 매우 신중할 겁니다. 공을 많이 보고, 확실한 공이 아니면 배트를 내지 않을 수도 있어요.
[캐스터] 긴장감이 맴도는 가운데, 초구! 타격! 뒤로 넘어가는 파울! 초구부터 과감하게 돌리는데요?
[해 설] 정말 과감하네요! 승부가 볼만하겠어요.
[캐스터] 타자는 매우 아쉬워합니다. 놓쳤다는 표정이에요!
현재 자신의 출루는 일반 경기의 장타와 그 가치가 같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조금 전에 홈런의 가치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눴던 것이 떠올랐다.
가치는 상황이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지금 상황에서 출루는 장타와 같은 가치를 낼 수 있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라도 나가려고 할 것이다.
[캐스터] 나가려는 타자와 내보내지 않으려는 투수와의 대결이네요!
[해 설] 어느 때보다 더 그렇죠! 승부에 결정적일 수 있으니까요!
[캐스터] 포수가 마운드를 방문합니다. 아무래도 안정감을 주기 위해서겠죠?
[해 설] 타자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걸 수도 있겠네요.
[캐스터] 포수가 자리에 돌아와서 사인을 보냅니다. 사인 교환을 마치고 투구 자세를 취합니다. 2구! 떨어지는 공! 스트라이크입니다. 살짝 몸을 낮췄지만, 배트를 내지는 않았는데요, 심판에게 살짝 어필하는 표정입니다. 이제는 투수의 카운트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투수가 유리해졌네요?”
“아무래도 그렇지! 투 스트라이크니까 3번의 기회가 있다고 봐야겠지? 타자를 유인할 기회! 그렇다고 너무 유인하다 스리 볼까지 가면 그때는 오히려 투수가 불안해질 수도 있어. 투수와 포수는 언제 승부를 걸지를 결정하게 될 거고, 타자는 그게 언제인지 그리고 어떤 구질의 공인지 파악하는 머리싸움이 될 거야! 여기서 또 한 가지!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게 있겠네!”
“머리싸움 하는 거요? 아니면 타이밍이요?”
“물론 그런 것도 있지만, 중요한 건, 기회 요인을 선점하는 것! 그래야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해지지 않게 되지. 나쁜 공에 배트가 나갈 확률도 낮아지고.”
“아. 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도 적용할 수 있겠는데요? 시작을 잘하면 절반은 해놓은 것과 같다는 의미에서요!”
“야~ 그런 생각까지? 그렇지! 그런 의미로 해석해도 좋을 것 같네.”
[캐스터] 투수의 표정이 조금은 여유 있어 보입니다.
[해 설] 아무래도 카운트가 유리하니까요.
[캐스터] 3구! 볼! 약간 높았다는 판정입니다. 타자는 움찔했지만, 배트를 내지는 않았습니다.
[해 설] 이번 공이 승부구가 될 것 같네요. 정직하게 하느냐 유인구로 하느냐가 관건이네요!
[캐스터] 어떤 차이가 있는 건가요?
[해 설] 정직하게는 말 그대로, 스트라이크 존에 꽂는 공입니다. 유인구는 스트라이크는 아니지만 참을 수 없는 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신 있는 공이죠!
[캐스터] 아! 그래서 승부구라고 하는군요? 승부를 건 투구!
“승부구라고 하면 당연히 스트라이크 존에 넣는 것으로 생각했지?”
“네! 당연히요!”
“그게 아니라는 건 알았지?”
“네,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습니다!”
“승부구는 스트라이크 존에 넣는 공이 아닌, 스트라이크를 잡는 공이야!
두 가지 방법이 있지. 투수가 직접 스트라이크 존에 넣어서 잡는 법과 참을 수 없는 공으로 잡히게 하는 법. 이 두 가지는 같은 말 같지만, 달라! 결과는 같지만, 그 과정이 다른 거지.
원하는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내가 직접 하는 방법도 있지만, 누군가의 도움으로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해! 야구 씨도 무엇이든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최선의 결과를 내는 방법을 다각도로 찾도록 해! 그것도 실력이야! 혼자 해결하는 것만이 실력이 아니야!”
“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캐스터] 투수와 타자의 신경전이 상당하네요! 타임! 타자의 타임이 받아들여집니다.
[해 설] 네! 투수에게 경기 진행을 빨리하라는 사인을 주네요!
[캐스터] 네! 다시 준비합니다. 4구! 타격! 1루 파울 라인 밖으로~ 1루수! 잡았습니다. 담장까지 쫓아가서 공을 낚아챕니다.
“야~ 투수가 이겼네요?”
“아무래도 타자가 좀 조급했던 것 같네! 사실, 참을 수 없는 상황과 공이라 더욱더 그랬을 거야!”
투수는 모자를 벗고 땀을 닦아냈다. 자신도 어려운 승부라 생각했고, 그것을 잘 이겨낸 것에 대해 만족해하는 것 같았다.
[캐스터] 네! 투수가 첫 타자를 잘 잡아냅니다.
[해 설] 네! 투수가 잘 잡아냈어요. 이번 타자는, 오늘 타격감이 좋은 타자네요?
[캐스터] 그렇네요? 이번에도 앞선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네요.
[해 설] 안타를 많이 쳤으니 다른 선수들보다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겠죠?
[캐스터] 타자가 자신감 있게 타석에 들어섭니다. 홈팀 관중의 함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초구! 헛스윙! 떨어지는 공에 배트가 나갑니다.
[해 설] 저 스윙은 오늘 타격감으로 본다면 좀 이해가 안 되네요!
[캐스터] 그렇습니다. 볼과 배트 차이가 좀 났는데요. 초구를 노렸던 걸까요?
[해 설] 그렇게 볼 수도 있네요. 마음에 부담이 좀 커서 그랬을 겁니다. 계속 안타를 치고 나갔으니, 관중들은 당연히 안타를 칠 거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타자가 그걸 의식하면 부담이 더 커지죠!
[캐스터] 잘해야 본전이라는 거네요. 참 부담되겠습니다. 2구! 바깥쪽 스트라이크! 3구! 다시 한번 헛스윙 삼진! 아~ 허무하게 3구 삼진으로 물러납니다.
“안타깝네!”
“네? 삼진 아웃 된 거요?”
“그것도 그거지만, 저 선수가 오늘 참 잘했거든. 그래서 지난 이닝까지 앞선 경기를 할 수 있었던 거고. 하지만 관중들은 아까의 안타는 잊고 지금의 삼진만 기억할 거야. 그게 안타깝다는 거야.”
“아….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어요! 연말에 드라마 시상하는 걸 보면, 저도 비슷한 걸 느껴요. 연초에 인기 있던 드라마는 아주 기억에 남지 않는 이상, 상을 받는 경우가 드물더라고요. 연말쯤에 인기 있는 드라마와 배우들이 거의 상의 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 맞아! 회사에서 평가할 때도 마찬가지야. 평가는 연말에 하게 되잖아? 그래서 상반기에 잘했던 것은 잊히는 경우가 많지. 상반기에 잘하지 못해도, 하반기에 반짝 잘해서 성과를 인정받는 일도 있고. 그런 것을 보면 참 씁쓸하지! 그래서 내가 강조하는 평가는, 연말 드라마 시상식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는 거야! 그래서 우리 회사는 중간 평가라고 해서, 중간에 목표 달성을 체크하는 시스템이 있어. 상반기가 지나면 개별 면담을 통해서, 점검하고 기록을 하는 거지. 그러면서, 아까 이야기한 부분을 최소화하는 거야!”
[캐스터] 이제 홈팀의 마지막 타자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해 설] 지금 타자는 아까 타자와는 달리, 오늘 타격감이 좋지 않은 선수네요?
“저 타자는 전 타자와 다르게, 삼진과 땅볼 아웃만 있는 선수네요? 근데 왜 대타를 쓰지 않는 거죠?”
“자세한 이유야 알 수 없지만, 감독이 선수를 끝까지 믿고 맡기는 거라고 볼 수 있겠네. 지금 저 선수를 빼면 자신감을 회복하기 어렵다고 판단을 했을 수도 있고.”
“선수를 믿는 것과 위하는 마음이네요!”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감독은 한 경기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한 선수 한 선수에 대한 마음을 쉽게 생각할 수는 없지. 지금 성적은 한 게임이지만, 선수의 마음을 잘 챙기면, 남은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할 수도 있으니까. 그 판단을 하는 게 매우 어려운 거지. 그래서 감독이 어려운 거야. 나중에 야구 씨가 관리자가 되면, 그때는 관리자가 가져야 할 마음 등에 관해서도 얘기해줄게!”
“그때도 야구장 와서 해주실 건가요? 하하하!”
“글쎄. 그건 그때 봐서?”
[캐스터] 마지막 타자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해 설] 표정에서부터 단단히 각오하고 들어오는 느낌입니다.
[캐스터] 그렇네요! 표정에서 의지가 느껴지네요!
“감독이 믿고 맡겨줬으니, 결과를 보여주고 싶을 거야! 야구 씨도 그렇지 않아? 실수했을 때 뭐라고 혼만 내는 선배보다, 토닥여주고 잘 할 수 있을 거라 조언해 주는 선배한테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잖아? 같은 마음일 거야!”
“네, 맞아요! 믿고 맡겨주시면 더 잘하려고 신경 쓰는 건 사실이에요!”
“그래, 그래야 해! 근데 대부분 반대로 하지. 뭐라고 하는 사람한테는 잘하려고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쉽게 생각하는 거야. 그건 매우 잘못된 생각이야! 그런 생각을 한 사람은 반드시 나중에 자신이 그렇게 받게 될 거야!”
[캐스터] 포수와 사인을 교환하고 초구를 던집니다. 스트라이크! 복판에 꽂힙니다. 아~ 아직 타격감이 회복되지 않은 것 같이 보이네요.
[해 설] 공 하나로 그렇게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노린 공이 아닐 수도 있거든요?
[캐스터] 타자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떡입니다. 연습 스윙을 하고 타석에 다시 들어섭니다.
“땅”
[캐스터] 2구! 타격! 완벽한 타이밍! 어? 큽니다!
[해 설] 이건 넘어갔어요!
[캐스터] 네! 계속 뻗어갑니다. 어디로~ 어디로~ 담장~ 밖으로~ 네! 담장을 넘깁니다. 홈런! 그동안 침묵했던 용이 깨어나, 하늘로 치솟아 오릅니다!
[해 설] 같은 코스였는데요. 이번에는 잘 노렸네요. 투포수는 초구에 반응하지 않는 것을 보고, 다시 한번 공략한 것 같은데요. 어쨌든 경기를 결정짓는 홈런이 나왔습니다!
홈팀 관중은 일제히 일어서서 함성을 질렀다.
타자는 맞는 순간 넘어갔다는 것을 느낀 것 같았다. 두 팔을 번쩍 치켜들고 2~3걸음을 옆으로 껑충껑충 뛰었다. 홈런을 치기 전까지 쌓였던, 마음의 짐을 털어내는 동작처럼 보였다.
타자가 3루를 돌고 홈으로 들어올 때, 팀의 모든 선수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타자는 홈을 양발로 힘차게 뛰어오르며 밟았다. 9-10. 한 점 차 짜릿한 승리였다.
9회 초에 3점 홈런을 맞아 동점이 됐을 때는 암울했던 팀이, 이 홈런 한 방으로 되살아났다.
1점 홈런이 3점 홈런을 지우는 순간이었다.
“1점 홈런이 3점 홈런을 지웠네요!”
“절대적인 점수는 3점이 크지만, 지금처럼 끝내기 상황에서는 1점 홈런이나 만루 홈런이나 같은 거지. 이전 이닝에서 3점 홈런은 동점을 만드는 소중한 홈런이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지금의 1점 홈런으로, 그 가치가 지워지게 된 거라고 할 수 있지. 그건 그렇고, 오늘 어땠어?”
“너무 재미있었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야구가 참 재미있는 스포츠였네요. 실은, 저희 아버지가 야구선수셨거든요!”
“그래? 그래서 이름이 야구구나? 근데 왜 야구를 안 좋아해?”
“말씀드리자면 사연이 좀 깁니다. 아무튼, 본부장님께서 야구 상황을 통해 말씀해 주신 이야기를 들으니, 좋았습니다. 지금까지 고민했던 부분이 많이 풀어졌어요. 내일부터는 처음 출근할 때의 마음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하하하! 도움이 됐다면 다행이네. 오늘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해서 다 기억할 수는 없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어떤 상황과 마주했을 때, 기억이 되살아날 거야! 그리고 항상 무슨 일을 하든 많이 생각하도록 해. 많은 정보를 얻고 지식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방법은 사고하는 거야! 생각에 생각을 더하는 거지! 그 생각을 바탕으로, 체화시키는 거야! 생각하는 방법은 그냥 앉아서 하는 방법도 있지만. 산책하거나 움직이면서 하면 더 도움이 돼. 사람은 걸을 때, 두뇌가 활발하게 움직인다는 얘기도 있잖아! 그래서, 나는 가끔 혼자서 산에 올라! 오르기 시작했을 때 가졌던 고민이나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 정상에 오르는 동안 나도 모르게 정리가 되는 경험을 많이 했거든. 야구 씨도 한번 해봐! 강추!”
“네!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궁금하거나 고민되는 게 있으면 말씀드리겠습니다!”
*** Change & Chance ***
《가치는 상황이 만들어 준다!》
‘터널’이라는 영화가 있다.
어떤 사람이 운전하면서 터널을 지나가고 있는데, 터널이 무너지면서 그 안에 갇히게 되었다.
그 안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노력과 밖에서 구조하는 사람들의 상황들을 그려낸 영화이다.
내가 이 영화에서 주목한 장면은 이것이다.
주인공은 터널에 진입하기 전, 주유소에 들른다.
일이 미숙한 노인이 아주 느리게 주유를 한다.
답답함을 느낀 주인공은 주유를 마치자, 바로 자리를 뜨려고 한다.
노인은 느릿한 동작으로 작은 물병 2개를 건넨다.
주인공은 귀찮다는 듯, 그 물을 뒷자리로 던지고 자리를 떠난다.
그리고 통화를 하면서 터널에 들어가게 된다.
터널의 불들이 하나씩 꺼지기 시작하고, 결국 무너져 내린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주인공이 살기 위해서 몸부림치는데, 주유소에서 받은 물을 발견한다.
병뚜껑에 조심스럽게 따라, 아주 조금씩 입에 넣고 가글하듯 마시면서 버티기 시작한다.
물을 받았을 때는 너무 흔한 물이었기에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터널이 무너지고 갇힌 상황에서는, 자신의 목숨을 보전해 주는 유일한 수단이 되었다.
같은 물이지만, 상황에 따라 그 가치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일상생활을 할 때도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평소에는 하찮게 여기는 물이지만, 심한 갈증을 느낄 때는,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를 발휘한다.
평상시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떡이, 배고플 때는 무엇보다 맛있는 양식이 된다.
부족함이 간절함을 느끼게 하고, 그 간절함이 가치 없던 것을 가치 있게 만든다.
가치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고로, 가치는 상황이 만든다.
ending
지금까지 담을 쌓고 지냈던 야구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아버지 때문에 등을 졌던 야구! 통찰력 있는 사람이 되라고 지어주신 이름 야구!
야구(野球)를 통해 야구(若具)를 갖출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내 이름을 왜 야구라고 지으셨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아버지는 야구선수로서의 생활은 패자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버지는 야구를 통해서 인생을 배우셨던 것 같다.
본부장님이 해주시는 말씀을 들으면서, 아버지가 가끔 해주셨던 말씀이 떠올랐다.
야구 경기를 봐서 아버지 생각이 났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야구를 통해 아버지가 해주셨던 이야기가 떠오른 것이었다.
아버지는 야구를 통해 인생을 알려 주셨다.
야구를 보면서 참 많은 말씀을 해주셨다. 하지만 내가 듣지 않았다.
아버지가 말씀하셨을 때, 새겨듣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와 미안한 마음이 밀려 들어왔다.
그때 새겨들었다면, 지금 내가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회해도 소용이 없지만, 지금이라도 알게 되었으니 다행이다.
야구를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힘이 생긴 것 같다.
직장생활의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는 도구가,
야구가 될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도 못했었다.
야구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재해석하는 힘이 통찰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내 이름대로 살아야겠다.
지금까지, <신입사원 김야구(若具)의 슬기로운 직장생활>을 읽어주신 독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