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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김야구(若具​)의 슬기로운 직장생활(10)]

팀에서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등록일 2023년03월01일 17시13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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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Shutterstock

 

 

“말을 많이 했더니, 목이 마르네. 자~ 한잔하자고!”

“넵!”

컵에 남아 있는 음료수를 시원하게 들이켰다. 잔을 내려놓고 페트병을 들었는데 비어 있었다.

“어? 다 마셨네요. 제가 더 사 올까요?”

“그래, 자 여기 카드”

“아닙니다. 제가 사겠습니다. 야구도 보여주시고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셨는데, 제가 사야죠.”

“하하하! 별소릴 다 하네. 나중에 야구 씨 후배 들어오면 그 후배 사줘. 그렇게 갚는 거야. 그러면 돼!”

“후배한테 갚으라고요?”

“선배들한테 얻어먹었으면, 그걸 후배들한테 똑같이 사주라고. 그게 갚는 거야. 그렇게 내리사랑을 하는 거니까, 말 듣고 이 카드로 사 와!”

 

본부장님은 카드를 두 손가락에 끼워서 나에게 찌르듯 내미시고 몇 번을 흔드셨다.

“아! 네, 알겠습니다.”

 

음료수를 사러 가면서 생각해 보니, 대학 때 한 선배도 그렇게 이야기했던 기억이 났다.

 

매번 밥 얻어먹는 게 미안해서, 크게 마음먹고 밥 한 번 사려고 했는데, 비슷하게 얘기했었다. 정 미안하면 나중에 후배들한테 사주면 된다고. 자신도 선배들한테 그렇게 배웠다고 했다. ‘그래! 선배들한테 실컷 얻어먹고 후배들한테 갚아야지!’ 음료수를 사서 자리에 돌아왔는데, 본부장님은 통화하고 계셨다. 오른손은 휴대전화를 잡고 계셨고, 왼손은 뒷머리를 만지작거리고 계셨다. “그래그래, 휴일까지 고생이 많았네! 잘 마무리하고 들어가 수고했어!”

 

자리에 앉으려고 하자, 본부장님은 통화를 마치셨다.

 

“사 왔어?”

“네, 아직 경기가 좀 남은 거 같아서 2개 사 왔어요.”

“그래, 잘했어.”

“자! 한잔하지!”

 

본부장님이 뚜껑을 따서 먼저 잔에 따라주셨다. 잔을 받고, 페트병을 받아 나도 따라드렸다.

 

 

Photo by Shutterstock

 

 

“참, 조금 전에 이주임하고 통화했는데, 야구 씨가 참석자 명단 파일에서, 참석 인원하고 호텔 객실 수량 안 맞는다고 했던 거, 해결했다네. 엑셀 파일에 수식이 잘못 걸려있던 것도 있고, 참석자 중에서 객실을 같이 사용하겠다는 분이 있었는데, 그러면 객실을 한 개 빼야 하잖아? 그걸 적용 안 해서 수량이 안 맞았던 거래. 해결됐으니 이제 너무 신경 쓰지 마!”

“아, 그랬군요. 아무리 해도 잘못된 부분을 못 찾겠던데 저 때문에, 이 주임님이 휴일까지 고생하셨네요!”

“우리야, 뭐 자주 그러는데 뭐!”

 

“저는 이렇게 야구장 와 있는데, 제가 해결하지 못한 일 때문에 쉬지도 못하신 것 같아, 이 주임님한테 죄송하네요.”

“괜찮아! 어제 내가 이주임 따로 불러서 얘기했어. 야구 씨가 요즘 힘들어 보이니, 대신 좀 처리해달라고 했어. 야구 씨가 아무리 낑낑대고 붙들고 있어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었어. 안 그래도, 요즘 기운 빠져있는 것 같았는데, 그 문제 때문에 더 힘들어했잖아?”

“아, 네. 그렇긴 했습니다. 사실, 오늘도 그거 붙잡고 있었으면 더 답답했을 것 같아요. 지금 본부장님하고 얘기하면서 답답했던 실마리가 조금씩 풀려가는 느낌이에요. 내일부터는 일을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 다 생각이 있어서 데리고 온 거니까 편하게 생각해. 정 미안하면, 내가 방법을 하나 알려줄까? 적은 돈으로 크게 마음을 전달하는 방법!”

 

“오~ 그런 게 있다면, 저야 너무 감사하죠!”

“오케이! 최근에 이 주임이 일이 많아서 점심 먹으러 못 가는 거 알지?”

“네. 요즘 무슨 일이 그리 많은지, 점심때 잘 안 나가시더라고요. 점심 때 전화 와서 못 나가시는 경우도 종종 있고요.”

“그럼, 내일도 한번 지켜봐. 그래서 혹시 밥을 먹으러 나가지 못하면, 들어올 때 김밥 2줄 정도 사다가 주도록 해! 평소에는 김밥이 그저 그럴 수 있지만, 그런 상황에서는 고급 뷔페보다 더 반갑거든!”

“아! 맞아요! 저도 점심시간에 일이 있어서 못 나가고 있었는데, 신 대리님이 김밥 사다 주신 적이 있었어요. 그때 먹었던 김밥은 지금까지 먹었던 김밥과는 비교도 안 되게 맛있더라고요! 그리고 너무 감사했어요.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고요.”

“그래! 잘 보면, 그렇게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내는 방법이 많이 있어. 그 포인트를 찾는 건, 관심이지. 그 사람에 관한 관심! 잘 지켜보면 그 사람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알게 돼. 그걸 해주면 상대방은 그것을 잊지 못해. 그렇게 내 편을 만들어가는 거야!”

“편이요? 내 편 네 편 그런 거요?”

 

“하하하! 그런 거랑은 다르지! 내 편이라 표현해서 그렇게 생각한 거 같은데. 풀어서 얘기하면,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이라고 해야 하나? 내가 어려울 때 함께 해줄 수 있는 사람!”

“아! 그런 의미에서 내 편이요?”

“그래! 사회생활은 어쩌면, 내 편을 만들어가는 게임이 아닐까? 나를 지지하고 응원해 주는 사람이 많으면,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당당할 수 있거든!”

“네~ 저도 편을 많이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직 막내고 일도 익숙하지 않은데,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모든 분이 고맙게 느껴졌다. 그 모든 분이 내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감사한 마음으로 나도 그분들의 편이 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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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네? 아. 아닙니다. 모든 분이 저 많이 생각해 주시는 거 같아 고맙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아직 부서에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아 죄송하기도 하고요.”

“하하하, 별소리를 다 하네. 역할이 없다니 무슨 그런 소리를 해. 저기 더그아웃 보이지?”

“네! 근데 갑자기 왜요?”

“저기에 사람들이 꽉 차 게 있지? 야구는 9명이 하는데, 왜 저렇게 사람들이 많겠어?”

“그야, 감독도 있고 코치도 있고 필요하면 교체해야 할 선수들까지 있어서 그런 거 아닌가요?”

 

“잘 아네! 자 그럼, 문제를 낼 테니 맞춰봐! 야구는 9명이 하는 경기이다. 오? 엑스?”

“네? 처음에 말씀하셨잖아요. 야구는 9명이 하는 거라고.”

“그래서, 오야 엑스야?”

“당연히 오죠?”

“땡! 조금 전에 야구 씨가 얘기했잖아. 감독도 있고 코치도 있고 교체 선수도 있다고. 그러니까 이 사람들이 다 같이 경기를 하는 거라고 봐야지! 경기에 직접 뛰지 않는 선수라고 해서 필요가 없는 사람은 아니라는 거야. 더그아웃에서, 경기하고 있는 선수들을 응원하고 독려한다면 10번째 선수로 뛰고 있다고 봐야지!”

 

“아! 10번째 선수! 들어본 거 같아요. 예전에 월드컵 때, 붉은 악마를 보고 12번째 선수라고 했었죠! 그런 거네요?”

“그렇지! 마찬가지로, 프로젝트에 기여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어. 직접 기여와 간접 기여. 직접 기여는 말 그대로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는 거야. 비중에 따라 클 수도 적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프로젝트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이라는 거지. 간접 기여는 프로젝트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지만, 그 프로젝트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간접적인 도움을 주는 사람이야.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동시에 해야 하는 우리 같은 경우는,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를 잘 수행해서 다른 사람들이 다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어. 그 이외에도 자질구레한 업무나 심부름을 하는 것도 간접 기여를 하는 것이라고 봐야지.”

 

“그래서 모든 사람이 각자가 맡은 프로젝트 말고도, 간접적으로 모든 프로젝트에 관여하고 있다는 말씀이군요?”

“오호~ 빠르네! 야구 씨 같은 경우도, 아직 업무 역량이 뛰어나지 않기 때문에 직접 기여도는 적지만, 선배들이 프로젝트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서포트를 잘하고 있잖아. 그것도 간접 기여라고 볼 수 있어.”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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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은 신입이기 때문에, 업무 역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어. 아직 경험이 적잖아. 그런데도 야구 씨처럼,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있어. 아직 많은 경험이 쌓이지 않아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인데,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거지!”

“사실 저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긴 했어요.”

“물론,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좋다고 봐. 일에 대한 열정이 있다는 거니까. 경력자 중에도 그런 사람들 있어. 아직 주임인데 대리가 해야 할 업무 역량을 기준으로 보고 자신을 평가하는 거야. 그럼 당연히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아~ 그래서 이 주임님이 그러신 거군요? 제가 볼 때는 일을 엄청 잘하시는 거 같은데, 항상 부족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친구가 욕심이 많아! 욕심이라기보다, 열정이지! 그런 마음을 발판으로 삼고 노력하면 되는데, 부족하다는 생각을 너무 하면, 자칫 자존감이 떨어질 수 있어. 자신이 필요 없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는 거지. 그런 생각을 하는 것보다, 차라리 역량을 강화하면서, 간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좋아. 야구 씨의 장점을 잘 생각해 보면, 간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반드시 있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을 좀 편해지지 않을까?”

“네, 업무 배우면서, 간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번 회는 순식간에 끝났다. 얘기를 나누느라 자세히 보지 못한 것도 있지만, 짧은 시간에 공격과 수비가 끝났다. 더그아웃을 바라보니, 안에 있던 사람들이 수비를 마치고 들어오는 선수들과 손을 마주치며 격려해 주는 모습이 보였다. 그랬다. 경기장 안에 있지 않더라도, 한마음이라면, 그것도 함께하는 것이다.

 

 

*** Change & Chance ***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존중의 시작이다!》

 

팀워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존중이다.

 

선임을 존중하고 후임을 존중하고 동료를 존중하는 팀이, 가장 강력한 팀이다. 서로를 존중하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할 것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무시하지 않아야 한다.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부러움에 주눅 들지 않아야 한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역량을 충분히 발휘해서 팀에 보탬이 되면 되는 것이다.

 

존중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에, 어느 선비가 나룻배에 올랐다. 선비는 뱃사공에게, 논어를 읽어봤냐고 물어본다. 뱃사공이, 자신은 글도 모른다고 말한다. 선비는 뱃사공에게 훈계하기 시작한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어떻게 논어를 모르고 살아갈 수 있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기 시작한다. 뱃사공은 기분이 나빴지만, 묵묵히 노를 저었다. 그런데 갑자기 바람이 세게 불더니, 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큰 파도가 배 안을 덮치자 배에 물이 가득 찼다. 물이 가득 찬 배는 점점 가라앉기 시작했다. 파도는 잔잔해졌지만, 더는 배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었다.

 

뱃사공이 다급히 선비에게 물었다.

 

“헤엄칠 줄 아십니까?” 선비는 물에 들어가 본 적도 없다고 했다. 뱃사공은 선비의 목 뒷덜미를 잡고 헤엄치기 시작했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섬이 있어서, 두 사람은 가까스로 살아날 수 있었다. 뱃사공은 선비에게 숨을 고르며 이렇게 말한다. “때로는 인생에서, 논어보다 더 중요한 것도 있습니다.” 선비는 자신이 교만했던 것을 뉘우치며 고개를 숙였다.

 

아무리 뛰어난 지식이나 재물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무용지물일 때가 있다.

물에 빠졌을 때는 헤엄치는 능력보다 값진 것은 없는 것이다. 다양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렇지 않은 사람을 하찮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때로는 그 사람의 하찮아 보이는 능력이 자신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공동체의 리더 중에서, 자신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교만한 사람들이 있다.

 

구성원들을 하찮게 생각하는 것이다. 자신이 다 이끌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있다. 뉴스에서 나오는 사내 갑질도 그런 마음이 표출된 사례가 볼 수 있다. 방향을 잡아주고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가는 역량은, 리더가 탁월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구성원들이 각자의 역할을 해내지 못하면, 아무리 뛰어난 역량도 소용없다. 단순하고 쉽게 생각하고,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우습게 보면 안 된다. 영업력이 뛰어난 리더가 있다고 해도, 실행할 구성원이 없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진정한 리더는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구성원의 역할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다.

 

역할을 인정하고 존중하면, 구성원은 마음을 다해서 자신의 역할에 임할 것이다. 그 마음은, 때로는, 리더가 해결할 수 없는 일을 해결하는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이런 장면이 가끔 나온다. 회사의 임원이나 팀장이 해결 못 하는 일을, 말단 사원이 재치 있게 해결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직급이나 경력 그리고 나이순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분명히 있다. 만나는 사람과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을 대할 때, 존중의 마음으로 대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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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태 객원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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