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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터] 야구 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장대 같은 비가 멈추고, 맑은 날씨에서 경기가 치러지게 됐습니다!
[해 설] 네! 오전에는 과연 경기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비가 많이 왔는데,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주 맑은 날씨가 됐네요!
[캐스터] 네! 그리고 사실, 오전 같은 비라면, 예전 같으면 경기를 할 수 없지 않았을까요?
[해 설] 맞습니다. 지금은 워낙 방수 기술이 뛰어나서 금방 정비를 하지만, 예전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아마 경기를 못 했을 수도 있었겠네요!
[캐스터] 네! 지금 경기장을 보면, 비가 오지 않은 것처럼 깔끔합니다!
[해 설] 보기에는 그렇게 보여도, 사실 비가 왔기 때문에 구장 상태는 온전하지 않습니다. 잔디에 물기가 남아있기 때문에, 미끄러질 수도 있고 타구가 먹혀서 잘 굴러가지 않을 수 있어요. 또, 흙에 물기가 있어서, 불규칙 바운드를 조심해야 해야죠!
[캐스터] 말씀대로라면, 오늘의 변수는 오전에 내린 비가 될 수 있겠네요! 네! 경기가 시작됐습니다. 원정팀의 1번 타자가 타석으로 들어옵니다!
첫 번째 타자가 들어오자, 원정팀 응원단과 관중은 일제히 일어나서 그들의 음악에 맞춰 그들의 응원 동작을 시작했다. 군무처럼 일사불란한 모습이 광적으로 보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저런 열정을 가질 수 있다면, 저런 열정을 가지고 있다면,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과 함께, 나는 언제 저런 느낌이 들었는지 기억을 더듬어도 잡히지 않자, 나도 모르게 웃음 반 짠함 반을 섞은 소리 없는 탄성이 새어 나왔다.
[해 설] 모든 경기가 그렇지만, 첫 타자 승부가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죠. 처음에 주도권을 넘겨주면,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되기도 하거든요. 투수가 그걸 제일 잘 아니까 더 긴장될 겁니다.
“땅”
[캐스터] 네! 선두 타자 안타입니다. 초구부터 바로 배트를 휘두르네요!
[해 설] 초구부터 작정하고 나온 것 같네요. 베테랑 투수이다 보니, 카운트가 불리해지면 힘들어지거든요. 그래서 아마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나온 것 같습니다.
[캐스터] 네! 말씀대로 첫 타석에서 초구 노림수가 정확하게 통한 것 같습니다. 타자가 주자로 바뀝니다.
노래에 맞춰 응원하던 원정팀 응원단은 마치 홈런이라도 친 것처럼, 방방 뛰면서 타자의 이름을 소리 높여 외쳤다. 시작부터 좋은 결과가 나오니 좋을 수밖에.
첫 끗발이 개 끗발이라는 말은, 처음에 좋은 결과를 내본 사람만이 내뱉을 수 있는 말이다. 개 끗발이라도 좋으니 처음부터 좋은 결과를 내봤으면…. 그렇게 타자의 이름을 몇 번을 외치더니, 다음 다자의 등장에 맞춰 음악이 바뀌고 다른 동작의 응원이 시작됐다. 야구장에 얼마나 자주 왔으면…. 뭐든 오래 하면 저렇게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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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터] 네, 다음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초구~ 볼, 볼입니다. 첫 타자와 같은 코스였는데, 이번 타자는 지켜보네요?
[해 설] 공 하나 정도 차이로 살짝 빠졌네요. 초구랑 같은 코스에 공을 던진 건 베테랑 투수의 배짱이죠! 칠 테면 쳐봐라! 뭐 이런 겁니다. 아쉽게 볼이 되기는 했지만, 처음부터 신경전이 대단하네요.
[캐스터] 네! 2구~ 떨어지는, 볼! 볼입니다.
[해 설] 타자가 이번에는 잘 참았네요! 초구는 놓쳤다고 봤거든요? 이번 공은 잘 골랐네요.
[캐스터] 네, 연속 볼로 타자의 카운트가 됐습니다. 투수가 좀 몰리는 상황이네요. 3구를 맞이할 준비를 합니다. 네! 1루, 견제해봅니다.
[해 설] 이번 타자도 발이 빠른 선수라 기습 번트 작전이 나올 수 있겠는데요. 그리고 지금 투 볼이기 때문에, 타자가 노려볼 만한 카운트예요. 치고 달리는 사인이 나올 수도 있으니까, 아무래도 한 발이라도 묶어두는 게 좋죠.
[캐스터] 네! 포수와 사인을 교환하고. 3구! 몸 쪽~! 아! 볼이네요! 포수가 꼼짝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심판의 판정은 확고해 보입니다. 볼 카운트가 완전히 몰리게 됐습니다.
[해 설] 많이 빠지는 게 아니라, 공이 한두 개씩 빠지는 걸 심판이 안 잡아주는 것도 있고, 타자가 잘 고르네요! 아무리 베테랑 투수라고 해도 이런 건 힘들죠! 만약 볼넷이 되거나 안타를 맞게 되면, 투구 수는 투구 수대로 많아지고 출루는 출루대로 내주게 되니까 기운 빠지죠!
[캐스터] 네! 투수가 불리한 카운트에서 던집니다! 스트라이크! 이번 공은 가운데 잘 꽂혔습니다. 타자는 공을 한번 지켜봅니다.
[해 설] 이번 공이 승부구가 되겠네요!
[캐스터] 5구! 바깥쪽! 스트... 아! 이번에도 빠졌나요? 투수! 매우 허탈해합니다.
[해 설] 허허, 저건 잡아줘도 타자가 할 말이 없을 텐데요. 참 답답하겠네요! 배트가 나오지 않은 공은 공 한두 개 차이로 빠지고, 배트를 끌어내려고 던지는 공에는 반응하지 않고. 저러면, 던질 공이 없어지죠!
[캐스터] 홈팀 투수가 1회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해 설] 아직 1회고, 주자 1, 2 루라서 땅볼로 병살을 유도하면 되니까 아직 괜찮습니다! 그리고 공이 나쁘지 않거든요. 조금만 영점 조정하면 승부해 볼만 할 것 같습니다!
[캐스터] 이번 타자 승부가, 양 팀 모두에게 매우 중요하게 됐습니다. 초구! 아! 이번에는 많이 빠지네요. 포수가 잘 커버해줬네요.
[해 설] 이번 공이 빠졌으면, 주자 2, 3루가 되는 상황인데, 포수가 잘 막았네요. 무사 주자 1, 2와 2, 3루는 천지 차이거든요. 투수가 몸에 힘이 들어가네요
[캐스터] 투수가 크게 숨을 몰아쉬고, 모자를 벗어 땀을 닦고 있습니다! 신중하게 사인을 보고 던집니다. 어? 맞았어요. 보호대 쪽인 것 같긴 한데 소리가 컸거든요.
[해 설] 저 팔 쪽은 보호대가 있더라도, 저 정도면 충격이 좀 있겠습니다.
[캐스터] 네! 트레이너가 나오네요. 큰 부상이 아니어야 할 텐데요. 아! 네! 괜찮은 것 같습니다. 타자가 1루로 나갑니다. 이제 무사 만루가 됐습니다! 투수가 초반부터 많이 흔들립니다!
[해 설] 경기 초반이라 지금은, 최소한의 실점만 하겠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내야수들이 전진 배치되는 걸로 봐서도 그런 의지를 볼 수 있습니다.
[캐스터] 저런 걸 압박 수비라고 하죠? 여기서 이렇게 봐도 타자 입장에서는 수비수들이 앞에서 진을 치고 있는 형상이라 부담이 되겠네요. 충분히 압박되겠어요.
[해 설] 그렇죠! 내야 땅볼이 나올 경우, 홈에서 점수를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인데요. 어차피 내야를 빠져나가면, 2점을 주게 되기도 하고, 정상 수비에서 깊은 내야 땅볼은 홈 승부가 어렵거든요. 좀 극단적인 수비지만, 경기 초반이기 때문에 시도해볼 만하죠!
“에이~ 오늘은 안 되겠네!”
벌써 술에 흥건히 취해있는 덩치 큰 아저씨가 씩씩거리며, 내뱉는 소리가 들렸다. 무사 만루라면, 아무리 못해도 1~2점, 많게는 3~4점까지 날 수 있으니 수비하는 처지에서는 최대의 위기 상황이다. 더군다나, 다음 타자는 팀에서 가장 잘 친다는 4번가 아닌가!
“본부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응? 뭘? 아, 지금 상황? 홈팀으로서는, 초반부터 쉽지 않은 승부인 건 사실이야! 야구는 그래서 1회를 어떻게 넘기느냐가 매우 중요하거든. 그래서 에이스 투수라고 해도 1회에 고전하는 선수들이 있어. 그 1회를 어떻게 넘기느냐가, 그날의 승부를 결정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금처럼 자의든 타의든, 잘 안 풀리는 상황도 있는데, 그걸 잘 극복하는 투수는 빠르게 자신의 컨디션을 회복하고. 극복하지 못하는 투수는 초반에 무너지는 거지. 그래서 에이스 투수가 3이닝도 못 채우고 내려가는 일도 있어. 또 어떨 때는, 1회에 30구 가까이 던져서, 그날도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6회까지 던지고 승리투수가 될 때도 있지. 그래서 나는, 1회 모습이, 그날 투수의 컨디션을 대변할 순 없다고 봐. 그래서 아직 뭐라고 판단하기는 좀 일러. 조금 더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본부장님은 그렇게 말씀하시면, 내 어깨에 손을 얹으셨다. 그리고 두어 번 어깨를 토닥이시면서 반쯤 감은 눈으로 부드럽게 쳐다보시고는 음료수를 입으로 가져가셨다. ‘뭐지?’ 손길은 가볍고 눈빛은 흐릿했지만 메시지는 강렬했다. 내 어깨를 토닥였던 손길을 타고 전해오는 찌릿함과 흐릿하지만 전해오는 따뜻함이 고스란히 내 마음에 담겼다.
[캐스터] 네! 이제 4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원정팀 입장에서는 초반에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해 설] 네! 이번 승부가 오늘 첫 번째 승부처가 되겠네요. 원정팀은 최대한 뽑을 수 있을 만큼 점수를 뽑아야겠지만, 홈팀은 최소한의 실점으로, 분위기를 최대한 추슬러야 합니다. 지금까지 투수가 던진 공의 개수와 수비수들이 느끼는 긴장감만 해도 이미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거든요.
[캐스터] 네, 경기 초부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번 초구는 정말 중요할 것 같은데요!
[해 설] 지금은 주자가 꽉 찼기 때문에, 투수는 이제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카운트가 불리하면 어쩔 수 없이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갈 수밖에 없거든요. 그러다 큰 거 한 방 맞는 거예요. 투수는 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습니다.
“땅”
[캐스터] 초구! 잘 맞았어요! 중견수 쪽, 뒤로 뒤로~ 아! 생각보다 멀리 뻗지 못하는군요. 중견수! 중견수가 잡습니다. 3루 주자 태그업! 네! 홈으로 들어옵니다! 2루 주자도 태그업, 아! 진루하지 못하고 다시 2루로 돌아옵니다! 원정팀에서 먼저, 선취점을 뽑습니다. 점수를 내기는 했지만, 뭔가 좀 아쉽겠어요?
[해 설] 그렇죠! 아무래도 4번 타자고, 타이밍도 잘 맞췄거든요. 하지만 아직 투구에 힘이 있다 보니 타구가 먹혔어요! 투수가 힘으로 이겨냈다고 봐야겠네요.
[캐스터] 네! 아웃 카운트 하나와 점수 한 점을 맞바꾸게 됐습니다. 지금의 이 상황이 어느 팀에게 더 유리하게 흘러갈지 지켜봐야겠습니다.
[해 설] 이제 투수가 안정을 찾을 수 있을지가 중요하게 됐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투수는 나쁘지 않거든요? 그 어려웠던 아웃 카운트 하나를, 그것도 팀에 4번 타자에게 뺏어 냈다는 건 큰 의미가 있죠. 큰 고비 넘겼으니 마음에 안정도 찾았을 겁니다. 위기를 넘기면 대범 해지거든요.
[캐스터] 네! 이제 1사에 주자는 1루와 2루입니다. 다음 타자도 중심 타자라 쉽게 승부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만.
[해 설] 네! 지금까지의 전적으로 봤을 때, 12타수 5안타로 타자가 잘 공략했네요!
[캐스터] 그럼, 아무래도 투수가 부담이 좀 되겠는데요? 상대 전적이 밀리니까요.
[해 설] 그렇죠. 이게 신기한 게, 데이터가 거의 맞아떨어져요. 이번 승부, 정말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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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라는 것은 지금까지의 결과를 모아서 분석한 것이다. 과거의 결과물이다. 과거의 결과물로 현재 그리고 미래의 결과를 예측하는 것이다. 이것이 거의 맞아떨어지는 이유는 확률 때문이다. 확률이 높으니 맞아떨어질 가능성도 올라가는 것이다. 그렇게 점점 확률이 올라가면서 신뢰는 더 굳어지게 된다.
선입견도 이와 비슷하다. 처음에는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지만, 한두 번 반복되면서 그렇게 믿게 되고 그렇게 믿은 대로 되면 다시 한번 자기 생각을 확신하게 된다. 어쩌면 지금은, 과거에 결과로 만들진 선입견과 투수 심장의 승부라고 볼 수 있다. 팀을 떠나, 지금은 투수 심장의 승리를 바란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누구나 예상하는 결과가 나오면, 희망이라는 단어가 무색해질 것 같기 때문이다. <마지막 잎새>에서 존시가 심한 폐렴에 걸려 사경을 헤맬 때, 담쟁이덩굴의 마지막 잎새를 바라보며 삶의 희망을 놓지 않았던 것처럼,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저 투수가, 나의 마치 마지막 잎새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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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터] 아, 네! 볼넷!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주자가 걸어가게 됩니다. 말씀하신 대로 상대 전적에서 열세이다 보니, 정면 승부를 못 했나 보네요?
[해 설] 부담스러운 상대라면,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피해 가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지금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부담이 덜 가는 타자와 결정을 짓는 것도 하나의 전략입니다. 괜히 정면으로 들어갔다가 한 방 맞으면, 여기서 내려가야 할 수도 있거든요. 무조건 부딪히는 게 정답은 아니죠.
[캐스터] 네, 말씀 들어보니 잘 판단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 결과는, 지금 타자와의 승부에서 판가름 날 것 같습니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저도 궁금해지네요. 초구! 아, 좀 빠졌습니다. 볼! 다음 공! 아, 네! 볼! 투수가 상당히 아쉬워하는데요?
[해 설] 사실 저 볼도 아까처럼 스트라이크를 줘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잘 들어갔는데요. 그래서 S존을 빨리 파악해야 해요. 심판마다 다르니까요.
[캐스터] 심판마다 달라도 일관성만 있으면 되는 거잖아요?
[해 설] 그럼요! 지금처럼 일관성이 있다면 심판의 판정을 존중해줘야죠!
[캐스터] 다음 공! 네! 스트라이크! 이번에도 같은 코스였는데, 이번에는 들어왔네요! 이제, 투볼 원스트라이크. 타자는 다음 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파울” “파울” ”파울“ “파울” 네! 계속 타자가 걷어내고 있네요?
[해 설] 타자와 투수 모두 끈질기게 승부하고 있네요! 결과가 어떻게 날지 더 궁금해지네요. 사실 저렇게 계속 걷어내면, 투수는 던질 공이 없어지니까 답답하거든요! 투수가 지금 많이 힘들 겁니다. 이 위기를 잘 이겨내줬으면 좋겠네요.
“땅”
[캐스터] 네! 쳤습니다! 유격수 옆으로, 아 잡았습니다. 2루 토스 아웃! 그리고 1루~ 네, 아웃! 병살! 병살이 나왔습니다! 끈질긴 승부 끝에 땅볼을 유도해서, 이닝을 마무리합니다! 유격수의 멋진 수비가 나왔습니다.
[해 설] 네! 참 끈질긴 승부였는데, 유격수가 잘 처리했네요. 바운드가 예측했던 반대로 튀었거든요. 역모션에 걸렸는데, 맨손 캐치로 잘 처리했어요. 시작 때도 말씀드렸지만, 우천으로 바닥상태가 고르지 않아서 바운드가 어렵거든요! 어쨌든, 이번에는 투수가 이겼네요!
[캐스터] 네! 투구 수는 많았지만, 그래도 1점으로 막은 것에 의의를 둬야겠습니다!
“야~ 1회부터 짜릿짜릿하네. 그렇지 않아? 자! 1회를 보고 뭘 느꼈어?”
“네? 아. 네! 투수가 처음에 잘 안 풀린다고 포기했으면, 많은 점수를 줄 수 있었을 텐데, 끝까지 집중해서 위기를 잘 넘긴 것 같습니다.”
“그래! 투수가 처음에는 위기에 처하긴 했지만, 집중력을 잃지 않으니까, 유격수 도움도 받고 잘 마무리하게 된 거지! 투수가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건, 1회를 끝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야.”
“1회를 끝으로 보지 않았다는 게 어떤 의미죠?”
“1회니까 시작이라는 마음이 컸던 거지. 거쳐야 할 과정이고 이겨내야 할 숙명이라 생각한 거야! 위기에 처한 자신의 모습을 결론으로 볼 수도 있지만, 과정으로 본 거지!”
“아! 잘 안 풀리는 자신의 모습을 결론이 아닌, 하나의 과정으로 본다는 거죠?”
“그렇지! 결론으로 보는 것은 ‘오늘은 안 되겠어!’, ‘나는 안되나 보다!’라는 생각으로 단념하는 거야. 투수가 오늘 상태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고 진작에 포기했다면, 지금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거야.”
본부장님은 말을 마치시고, 음료수잔을 들어, 내 앞으로 내미셨다. 뭐하냐는 표정으로, 눈으로 내 음료수잔을 가리키시면서 고개를 한 번 까딱 추켜올리셨다. 나는 음료수잔을 얼른 들어, 본부장님이 내미신 음료수잔에 갖다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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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같은 신입도 적용되는 이야기죠?”
“눈치는! 하하하!”
본부장님은 음료수를 단숨에 들이켜시고, 오징어를 집어 입에 무시면서 말씀을 이어가셨다.
“오래되지 않은 직원들이 자주 하는 표현이 뭔 줄 알아?”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원래’, 원래라는 표현이야! 예를 들어 이런 거지. 엑셀 작업이나 파워포인트 작업이 필요한 업무를 시키려고 하면, 자신은 원래 엑셀이나 파워포인트를 못 한다는 거야. 그 말은 뭐야? 자기한테 엑셀이나 파워포인트 작업을 안 시켰으면 좋겠다는 말이잖아? 원래 못하는 거니까.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지 못할 것 같다는 마음에 그렇게 말할 수는 있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과하게 표현하면, 평생 엑셀이나 파워포인트를 못 하게 될 거야!”
”평생이라는 말씀은 좀….”
“하하하! 그러니까, 좀 과하게 표현한다고 했잖아! 노력해보지도 않고 단념하기 때문이야. 어떤 것이든 처음부터, 해본 사람은 없어! 원래 해본 사람은 없는 거야. 안 그래? 그래서 안 해본 것을, 못 한다고 단정 지으면 안 되는 거라고!”
본부장님은 비우신 컵을 내 앞으로 내미시면서 말씀을 이어가셨고, 나는 음료를 따르면서 그 말씀을 들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어! 재능이 있어서 빨리 습득하는 사람은 있지만,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는 거야. 경력이 많지 않은 이상, 대부분 업무가 생소하지 않겠어? 잘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거야. 안 해봤으니까. 안 그래?”
“네! 맞는 말씀인데, 그게 그렇게 쉽게 받아들여지지는 않더라고요.”
본부장님은 그렇게 대답할 것을 아신 것처럼, 살짝 미소를 지으며 음료를 내려놓으시고 나를 지긋이 쳐다보시고 몸을 내 쪽으로 돌려서 말을 이어가셨다.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야구 씨의 모습을 결론으로 생각하면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되는 거야! 과정으로 봐! 새로 접하는 모든 업무를 야구 씨가 성장하는 과정으로 보는 거야! 그래야, 새로운 걸 스스럼없이 받아들일 수 있어! 새로운 것을 그렇게 받아들여야, 새로운 기회를 만날 수 있고. 야구 씨도 모르는, 생각지도 못한 능력을 발견하게 되는 거야! 그렇게 작은 승리들이 쌓여서 야구 씨를 조금씩 성장하게 만드는 거야! 오케이?”
“네, 명심하겠습니다!”
홈팀 투수가 1회의 상황을 겪으면서, 오늘은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단념했다면, 위기를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다. 최악의 경기를 치르고 조기 강판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투수는 단념하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찾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고, 최소한의 실점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그런 마음이 주변의 도움까지 끌어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는 거야! 내가 처음부터 너무 잘하려고 하다 보니, 좀 급했나 보다. 조금은 여유를 갖자!
본부장님은 음료수가 담긴 컵을 들고, 다시 건배하자는 눈치를 주셨다.
지금까지 잘못 생각하고 있던 것을, 음료수와 함께 넘겨버렸다. 시원하게 타고 내려가는 음료수와 버리고 싶은 생각이 쓸려내려갔다.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는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조금은 여유를 갖고 천천히 그렇게 한 걸음씩 내딛기로 다짐했다.
*** Change & Chance ***
《처음부터 쉬운 것도, 자연스러운 것도 없다!》
오래전, 한참 영업하러 다닐 때가 떠오른다.
회사에서는 내부 조직을, 팀별 운영체계로 바꿨다. 팀을 5개로 나누고, 팀원을 2~3명씩 배정했다. 팀별 운영은, 영업부터 실행까지 모든 것을 팀 안에서 진행하는 것이다. 팀장에게 권한을 주고 모든 것을 운영하게 하지만, 책임도 함께 져야 했다. 가장 급한 불은 영업이었다. 영업해서 일을 받아야, 실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규 거래처를 확보하기 위해 그동안 거래했던 담당자분들께 타 거래처 소개를 부탁했다.
협력업체 담당자들에게도 연결할 수 있는 거래처를 부탁했다. 각개전투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던 찰나, 학회 행사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학회 행사할 때 부스가 들어오는데, 그때 마케팅 담당자들이 많이 온다는 정보를 얻었다. 많은 담당자를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설렜다. 간단한 소개와 프로젝트 제안서를 만들어서 돌리기로 마음먹었다. 제안서에는 모든 내용을 담지 않고, 간략한 개요만을 담았다. 제안서의 역할을, 정보제공이 아닌, 다음 약속의 연결고리로 생각한 것이다.
제안서를 들고 학회장을 찾았는데, 막상 돌리려고 하니, 망설여졌다.
한마디로 쪽팔렸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한테 제안서를 돌리면서 영업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렇게 부스 전시장을 두 바퀴 정도 돌았다. 마치 부스 전시를 보러 온 사람처럼. 그러다가 어떤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계속 왔다 갔다 하는 내가 눈에 들어온 것 같았다. 순간, 나도 모르게, 그 사람에게 다가가 인사를 하고 제안서를 전달하게 됐다. 간단한 설명과 함께, 자세한 사항은 연락해주면, 찾아뵙고 설명해 드리겠다고 했다.
한번 그렇게 하자, 용기가 생겼다.
'별거 아니네!' 이런 생각이 들자, 두려움이 용기로 바뀌게 되었다. 온 부스를 다 헤집고 다니면서 인사를 하고 설명을 하게 되었다. 몇몇 담당자에게는 명함을 받는 성과도 이뤄냈다.
어떤 일을 처음 할 때, 시작 전에는, 머뭇거리게 된다.
두려움, 망설임, 긴장감…. 이런 느낌들이 발목을 잡는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면, 별거 아닌 경우가 많다. 그리고 심지어 재미까지 있다. 별거 아니라는 생각에 자신감이 생기고, 행동에 가속도가 붙는다. 그러다 보면 성과도 생긴다. 자신감과 성과가 만든 의미 있는 결과물은, 다시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게 해 준다. 작은 성공을 이뤘기 때문이다. 작은 성공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망설여지는 것이 있다면, 계획을 세우지 말고, 그냥 시작하는 것이 좋다.
계획과 생각이 시작하는 걸음에 발목을 잡는다. 핑계를 댈 만한 건수가 생기면, 자신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면서 쉽게 주저앉게 만든다. ‘하기 싫은 게 아니라, 이유가 있는 거라고!’ 그렇게 되면, 앞으로도 계속 그런 핑계들을 기다리며, 새로운 시작은 못 하게 된다. 생각으로 행동을 이끌려 하지 말고, 행동으로 생각을 이끌어야 한다. 그러면, 마음도 따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