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생 의대생 김창민 씨가 용산 집무실 건너편에서 1인 시위겸 기자회견을 했다. 사진 - 뉴저널리스트 투데이
“정부에서 의대생의 수업거부를 집단 행동으로 보고 있지만 이번 사태를 보면 의대생들의 개개인의 결정이 모여 집단 행동처럼 보이는 것 같은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김창민 건국대학교 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학생회장은 14일 오전 10시 용산 집무실 건너편 전쟁기념관 앞에서 1인 시위와 기자회견을 갖고 뉴저널리스트 투데이 기자의 위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학생들이 힘든 의대 과정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사명감, 보람, 봉사정신이 확립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것이 무시되어 동기를 잃어버려 거의 모두 나가게 된 것이고 이는 모든 의대생이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의대에서 공부를 한다는 것은 사명감, 보람, 봉사정신이 없으면 가능한 일이 아니고 그런 마음을 품고 힘든 공부를 버텨왔는데 정부에서 일방적인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대부분의 의대생들이 공부할 동기를 잃었다고 김창민 씨는 설명했다.
기자는 창민 씨에게 “그렇다면 비슷한 생각을 가진 학생이 전체에서 몇 퍼센트가 되느냐”고 물었고, 창민 씨는 “저는 거의 100%라고 생각한다. 대부분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었던 것을 자제하고 참으며 공부를 했던 친구들이기 때문에 공부에 대한 욕심이 애초부터 있었다. 높은 수준의 공부에 대해 자부심을 가졌던 의대생들인데 위에서 누르듯이 짓밟히다 보니까 100% 가까운 학생들이 동시에 같은 생각을 갖게 되었고 공부에 대한 동력과 동기를 잃어 동시에 떠나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른 기자가 창민 씨에게 “복학하고 싶어도 블랙리스트에 오를까 봐 못 오는 학생도 있다고 하는데”라고 질문하자, 창민 씨는 “저도 그렇게 들었다. 모두 사정이 다르지 않나. 소수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사정이 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울 수 있고, 장학금 문제일 수 있고, 군대 문제가 있는 사람이 있고, 유급될 위기에 있는 사람도 있다. 그들이 복학한다고 해도 소수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고 모두 관용을 가져야 한다”고 답했다. 실제 그런 사정을 가진 의대생이 약 3.3%이고 이 복귀생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창민 씨의 생각이었다.
창민 씨는 오전 9시부터 ‘의대생의 호소, 교육부 장관에게 고합니다’라는 피킷을 들고 나와 1인 시위를 했고, 10시에 기자회견을 가졌다.
피킷에는 “복귀하지 않으면 제적, 유급이라는 겁박 당장 멈추십시오!” “국민 생명을 다루는 의대 공부는 6년으로도 부족합니다. 의대 5년 단축 당장 철회하십시오!” “무책임한 말을 뱉는 교육부 장관은 의대생들에게 즉각 사과하십시오.” “교육부가 망쳐 놓은 의료교육, 책임지고 정상화하십시오”라고 쓰여 있었다.
창민 씨는 “의료계와 의대 교육이 망해가고 붕괴되어 가는데 책임지는 어른이 없다”며 “교육부 장관께서는 의대 교육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고 그냥 위에서 찍어 누르듯이 의사만 배출하고 병원에서 수련만 받으면 의사가 된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교육 정책을 낼 때 현장에 와서 양질의 의대 교육이 무엇인지 교육부에서 먼저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창민 씨는 “의사들도 인문학을 잘 배워야 하는데 인문학을 배울 수 있는 유일한 기간 예과 1, 2학년을 단축하려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의대생들의 상처난 마음을 돌리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첫 단추가 교육부 장관의 사과다. 솔직한 사과가 있으면 우선은 학생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이주호 교육부 장관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기적이다’, ‘어린애들이 벌써 밥그릇을 챙긴다’는 일부 비난에 대해 창민 씨는 “우리는 밥그릇이 뭔지도 모르고 그냥 매일 잠 못 자가며 매주 시험을 치르던 순수한 의학도였다.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하고 휴학계를 낸 건 정부 정책을 막기 위한 최후의 방법이었다”고 답했다.
다른 매체 기자가 ‘언제 돌아갈 계획인가’에 대해 물었는데, 그는 “지금으로선 복학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 교육부 장관의 사과가 먼저다. 정부가 정책을 바꾸지 않는다면 복학할지에 대해 생각 자체를 못할 것이다. 가장 궁금한 건 정부의 속마음”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윤석열 대통령의 남은 임기 3년 내내 이렇게 졸속으로 의대 증원책을 추진할 것인지 진심으로 묻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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