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 아닌 타인의 마음을 전달할 때가 있다.
중간 역할을 하는 사람이 대체로 이 역할을 많이 하게 된다. 회사에서는 매니저나 임원들이 주로 이 역할을 한다. 직원들의 마음을 회사에 전달할 때도 있고, 회사의 마음을 직원들에게 전달할 때도 있다. 좋은 소식이면 전하는 데 어려움이 없지만, 그렇지 않은 소식이나 무거운 소식을 전할 때는 신중하게 전달해야 한다.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두루두루 친한 사람이 이 역할을 주로 한다. 직접 마음을 전하기 어려운 친구가 있을 때, 이 친구한테 부탁하게 된다. 이성(異性)에게 마음을 전해야 할 때나 미안한 마음을 직접 적하기 쑥스러울 때, 주로 부탁한다.
중간 역할이 좋아 보이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어찌 보면 양쪽의 처지를 살필 수 있고 대변하는 등 다각도로 역할을 하는 듯하다. 하지만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할 때가 있어, 외로운 상황에 부닥치기도 한다. 어릴 때부터 중간 역할을 주로 했고, 지금까지 그런 역할을 하는 필자로서는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사실 중간자의 역할은 특정 누군가만 하는 건 아니다. 빈도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는 누구나 어떤 상황에서든 중간자 역할을 하게 된다. 가족만 봐도 그렇다. 부모님과 형제간에 중간 역할을 하기도 하고, 아이들과 배우자 사이에서 중간 역할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타인의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방법을 잘 알 필요가 있다.
마음을 전달할 때, 중요한 게 뭘까?
그 사람이 말한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는 게 중요할까? 그럴 수도 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듯, 같은 말을 어떻게 전하느냐에 결과가 달라진다. 말한 사람의 의도와 다르게 전달되어, 오히려 더 곤란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받아들이는 사람의 상황도 잘 살펴야 한다. 알아들을 수 있게 전달해야 한다는 거다. 필자는 이것을 ‘공던지기 이론’이라 명명한다. 공던지기 놀이를 한다고 하자. 두 사람이 마주하고 있을 때, 공을 던지는 사람이 중심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럴까? 던지는 사람이 중심이라고 자기 편한 대로 던지면 어떻게 될까? 받는 사람이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된다. 공을 주고받는 행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어떻게 던져야 할까?
받는 사람의 상황을 살펴서 던져야 한다. 키가 작으면 낮게, 크면 높게 던져야 한다. 받는 숙련도가 좋은 사람이라면 좀 세게 혹은 어렵게 던져도 무방하다. 오히려 더 좋아할 수도 있다. 공이 밋밋하게 오면, 시시하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숙련도가 낮은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언더스로(공을 무릎 정도 높이에서 던져, 포물선이 그려지게 던지는 형태)로 살살 던져야 한다. 그래야 원활하게 받을 수 있다. 이처럼 공던지기는 받는 사람이 중심이 돼야 재미있게 주고받을 수 있다. 대화도 마찬가지다. 받는 사람 그러니까 이야기를 듣는 사람의 상황에 맞춰서 말을 전달해야,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다.
자! 그럼, 무엇을 중심으로 전달하면 좋을까?
내용을 그대로 전달할 거면, 말한 내용을 그대로 받아적든지 적어달라고 해서 읽으면 될 텐데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경우는 없다. 필자가 지금까지 경험한 바로는 없다. 왜 그럴까? 왜 꼭 어렵게, 다른 사람의 말을 전달해야 할까? 여기에 핵심이 있다. 바로, 감정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하면, 마음을 전달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생각이 아니라 감정이라는 사실이다. 전하고자 하는 사람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 안에는 중요한 감정선이 있다.
듣기 싫은 소리를 해서, 관계가 서먹해졌다고 하자.
말한 사람이 싫은 소리 하려고 한 말이 아니라는 것을, 누군가를 통해 전하고자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왜 그렇게 말하게 됐는지 자초지종을 설명해야 할까? 화만 더 돋울 뿐이다. 아는 얘기를 굳이 다른 사람을 통해 또 들을 이유는 없다. 감정선을 전달해야 한다. 말한 사람도, 전달하지 못한 자신의 감정을 전해달라고 할 거다. 미워서 그런 게 아니라, 안타까운 마음 때문이라고. 더 잘 됐으면 하는 마음도 포함해서 말이다. 이 감정이 잘 전달되면 한순간에 관계가 풀리게 된다. 오히려 자신이, 격하게 반응한 것을 사과하기도 한다.
중간자 역할은 역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어떤 사신이 파견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말 몇 마디로 전쟁을 막은 사신도 있으니, 그 효과는 실로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별거 아닌 일인데, 전쟁으로 번진 사례도 어디선가 본 듯하다. 이처럼 중간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감정 전달의 중요성을 언급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전하고자 하는 사람의 의중을 십분 잘 전해야 한다. 결과가 좋으면 모르겠지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오해를 불러일으킬 때도 많다.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가 나오는 거다. 따라서 중간자 역할을 하는 사람은, 전하고자 하는 사람의 의중과 감정을 잘 전달해야 한다. 그래서 그가 원하는 바를 얻도록 도와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