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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는 이유를 찾는 노력에서부터 시작된다. [김영태 칼럼]

보이는 모습으로 단정 짓지 말고,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아보자!

등록일 2023년08월22일 09시0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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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는 이유를 찾는 노력에서부터 시작된다, 사진출처: 셔터스톡

 

 

 

용서와 자비의 의미를 깊이 생각한 적이 있었다.

 

‘창세기’를 공부할 때였다. 창세기 첫 부분에 나오는 내용은, 신자가 아니더라도 많이 알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는 장면이다. 하느님께서는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따 먹으면 안 된다고 당부하셨지만, 아담과 하와는 이를 어겼다. 뱀의 꼬임에 넘어간 하와가 먼저 먹고 아담에게 건네줘서 아담도 먹었다. 그렇게 둘은 눈이 열려 자신들이 알몸인 것을 알고 숨는다. 이를 알게 된 하느님께서는 진노하여, 이들을 에덴동산에서 쫓아내신다.

 

여기까지는 다 아는 내용이다.

 

아담과 하와는 따 먹지 말라는 열매를 따 먹었고, 그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른 것으로 보인다. 여자에게는 임신하여 커다란 고통을 겪게 하고, 남자에게는 평생 얼굴에 땀을 흘려야 양식을 먹을 수 있게 하셨다. 그리고 에덴동산에서 내치셨다. 어찌 보면 한 번의 실수인데 너무 가혹하게 내치신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반전이 있었다. 나도 그때까지 몰랐다. 신부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사건은, 인간이 처음으로 용서와 자비를 입은 사건입니다.”

 

‘뭐라고? 용서와 자비?’

 

이 말씀을 듣는데 이해가 되질 않았다. 남자와 여자가 평생 짊어져야 할 짐을 주시고 에덴동산에서 쫓아내시기까지 했는데, 무슨 용서와 자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다른 교육생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짐작된다. 신부님도 너무 당연한 생각이고 다 그렇게 생각할 줄 알았다는 듯, 잠시 숨을 고르시고 말씀을 이어가셨다. 듣는데 소름이 돋았다. 그 이유가 너무 명확했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는 처음에 분명하게 말씀하셨다. “그 열매를 따 먹는 날, 너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 (창세기 2,17)

 

죽는다고 하셨다. 반드시 죽는다고 하셨다. 아담과 하와는 그 열매를 먹는 즉시 죽었어야 했다. 마귀의 꼬임에 넘어가 사과를 한입 베어 문 백설 공주처럼, 그렇게 쓰려져야 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죽지 않았다. 하느님께서는 오히려 가죽옷을 만들어 입혀주셨다. 신부님께서는, 이것이 용서와 자비가 아니겠냐고 우리에게 반문하셨다. 당연히 그렇다고 생각했다. 반드시 죽는다고 했는데, 가죽옷을 입히시고 다른 곳을 보내셨으니 이만한 용서와 자비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이는 게 다는 아니다.

 

자주 들은 말이지만, 조금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 제3자의 처지에서 바라보는 상황으로는, 모질기도 하고 잘못된 모습처럼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그 속내를 알았을 땐 어떤가? 섣부른 판단을 했다는 생각에 뻘쭘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전후 사정을 알 때는, 지금의 모습이 왜 그런지 이유를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보이는 모습으로만 판단하게 된다. 대화를 나눌 때, 공격적으로 반응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 ‘왜 저래?’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 사람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들으면 어떤가? ‘아! 그래서 그랬구나!’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이유가 있겠지?’

 

이해가 되지 않는 반응을 볼 때,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잘 되진 않지만, 그렇게 생각하도록 노력하면 조금은 그 이유를 찾는데 집중하지 않을까? 보이는 반응에 집중하기보다 그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는데 집중하면, 판단과 비판보다 용서와 자비의 마음이 더 많이 차지할 것으로 생각된다. 대부분은 오해는 잘 이해하지 않으려 할 때 생긴다. ‘쟤는 원래 저러니까!’라며 단정 짓기 시작하면, 더는 관계에 유연함을 가질 수 없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이것만 기억하자! ‘저러는 이유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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