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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연하게 대처하는 자세 [김영태 칼럼]

타인의 페이스에 말리지 않고, 나의 페이지를 유지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등록일 2023년08월10일 09시0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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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페이스에 말리지 않고, 나의 페이지를 유지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사진출처: 셔터스톡

 

 

 

‘페이스메이커(pacemaker)’

 

중장거리 달리기나 마라톤에서,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기준을 만들어 주는 선수를 말한다. <페이스메이커>라는 영화가 나오면서 이 역할이 집중 조명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페이스메이커의 목적은 하나다. 자신의 선수가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거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도록 이끌어준다는 거다. 오랜 시간 달려야 하는 경기에서는, 페이스 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잘 달리다가도, 주변 선수들의 페이스에 말려서 경기를 망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체대 입시를 준비할 때였다. 학교마다 실기 시험 종목이 다르다. 그래서 자기가 잘하는 종목과 성적을 기준으로 학교를 선정하고 집중적으로 준비를 한다. 나는 2,000m 달리기를 제일 잘 했다. 근력 중심 종목보다는 지구력 종목에 더 강점을 보였다. 그래서 다른 건 몰라도 2,000m 달리기만큼은 누구한테도 지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최선을 다했다. 연습할 때도 그렇고, 기록을 재거나 누군가와 시합을 할 때도 그랬다. 마치 시험을 본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왜 중장거리 달리기를 잘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잘 하는 방법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깨닫게 되었다.

 

언제인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막강한 상대를 만난 적이 있었다. 같이 운동하던 친구는 아니었고, 몇몇 학교 사람들이 모여 함께 시합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자신 있던 종목이라 내 나름의 페이스로 달리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출발 신호와 함께 앞으로 나갔다. 처음에는 무조건 선두권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빠르게 달리든 느리게 달리든, 무조건 선두권에 있어야 좋은 성적이 나온다. 천천히 달리다 마지막에 힘이 빠져 추월하지 못했던 적도 있었고, 처음에 너무 달리다 기운이 빠져 쳐진 적도 있었다. 그런 경험들을 통해 초반 선두권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선두권 무리에 속해서 잘 따라갔다. 그리 빠른 속도가 아니었기 때문에 무리가 되지도 않았다. 운동장 10바퀴를 최대한 같은 페이스로 달리는 게 중요한데, 출발 속도가 페이스를 유지하는데 어렵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다섯 바퀴 정도를 돌았을 때, 선두권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처지기 시작했다. 힘이 떨어졌는지 페이스 조절을 위해서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선두권 그룹이 몇 명 되지 않게 되자, 한 명이 갑자기 치고 나갔다. 순간 고민이 됐다. 그냥 내 페이스대로 달릴지, 간격이 벌어지면 따라잡기 어려우니 따라갈지 고민을 했다.

 

고민하던 시간에 간격은 더 벌어졌다. 

 

같은 그룹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마치 완주하는 데 의의를 두는 사람처럼 말이다. 나는 그럴 수 없었다. 내가 제일 자신 있는 종목 아닌가? 절대로 1등을 빼앗길 순 없었다. 조금씩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한 번에 따라잡기는 어려우니 한두 바퀴를 돌면서 따라잡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간격이 줄어들지 않았다. 마음이 조급해지니 호흡도 흐트러졌다. 나의 장거리 달리기 호흡 패턴은 이렇다. 코로 짧게 두 번 들이쉬고, 이 두 번보다 조금 길게 한 번 내쉰다.

 

호흡이 흐트러지니, 입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코로만 호흡을 조절해야 하는데 감당이 안 되니, 입으로 숨을 쉬기 시작한 거다. 그러면 페이스는 무너지게 돼 있다. 마치 물속에서 입을 벌리고 있으면 입속으로 물이 밀려 들어오는 것처럼, 공기가 밀려 들어왔다.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 최종적으로는 근소하게 2등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몸 상태는 1등 했을 때보다 더 힘들었다. 미칠 것 같았다. 숨도 차고 입도 마르고 아무튼 몸 상태가 엉망이었다. 내 페이스대로 달렸다면, 편안하게 2등을 했든지 아니면, 역전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등수를 떠나, 페이스 조절에 실패한 원인은 하나다. 내 페이스대로 가지 않고 상대방의 페이스에 말렸기 때문이다.

 

질 것 같다는 생각에, 평소에 잘 지켜왔던 내 페이스를 무시했다. 그 결과 1등을 하지도 못했고 잠시지만 미칠 듯한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그때 깨달았다. 내 페이스를 유지하지 않으면, 타인을 이기지도 못할뿐더러 그 타격을 고스란히 내가 받는다는 것을 말이다. 가장 멋있게 보이는 사람은, 의연한 사람이다. 타인의 자극에도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의연한 사람이 멋있게 보인다. 나는 얼마나 의연할 수 있는 사람인가? 살피고 또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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