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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행동으로 드러난다. [김영태 칼럼]
내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은 누구일까? 어떤 지시나 부탁을 했을 때, 내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대답도 잘 하고 실행도 잘하는 사람이 가장 잘 들어주는 사람이긴 하다. 이런 사람이 주변에 많다면, 뭐를 하든 든든하다. 이런 환경이라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겨도 큰 걱정이 없다. 일이 많은 사람에게 일이 더 몰리는 이유도 그렇다. ‘믿을 맨’이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마음으로 믿고 맡길 수 있는 듬직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말하는 사람은 둘 중 하나만 잘 하는 사람이다. 대답 혹은 실행.
대답을 잘하는 사람이 있다. 대답만으로도 이미 다 처리한 듯한 느낌마저 드는 사람 말이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말하면, 표정과 몸짓으로, 마치 자기 일처럼 안타까워한다. 그런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하지만 다 돼야 할 시간까지 묵묵부답이다. ‘시간이 좀 걸리나?’하고 몇 번을 생각하다, 시간이 임박해서 물어보면, 깜빡했다는 말이 돌아온다. 아니면, 해보니까 어려워서 일단 뒀다는 말까지 나온다. 아…. 그냥 흘려보낸 시간이 아까워진다. 차라리 하겠다고 답이나 하지 않았으면 다른 방법을 찾았을 텐데, 갑갑하다. 뭐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화풀이라도 하겠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정말 난감하다. 거기에 더해, 아무렇지 않은 듯 얘기하면 정말이지, 마음이 참 좋지 않다.
대답을 잘 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할 수 있는지 없는지 명확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아니면 자기는 이런저런 이유로 안 된다고 거절을 한다. 부탁할 수 있는 사람이 이 사람밖에 없으면 정말 난감하다. 아쉬운 마음에 돌아서서 다른 방법을 찾고 있는데, 시간이 좀 지나고 연락이 온다. 어떤 때는 요청한 결과물을 보내오거나 들고 올 때도 있다. “와우~”탄성이 절로 나온다. 내가 원하던 딱 그것이면 두말할 것도 없다. 이럴 거면 마음이라도 편하게 시원하게 답을 좀 해주지, 왜 그랬냐고 물으면 이렇게 말한다. “혹시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못 할 수도 있으니 말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자기가 하겠다고 했는데, 못하는 상황이 생길까 봐 그랬다는 거다.
나도 이런 경험이 있다. 아니라고 말은 했지만, 행동으로 보여준 일.
선임이지만 나보다 업무를 잘 모르는 선임이 있었다. 거래처와 미팅을 진행했는데, 준비된 슬라이드를 보면서 논의를 했다. 논의하는 과정에서 수정 및 변경 요청사항이 나왔다. 그렇게 계속 수정하면서, 미팅을 더 하기로 했다. 미팅을 다녀와서, 선임이 미팅에서 논의된 내용을 슬라이드에 반영해서 준비하자고 제안했다.
사실 그렇게 하면 좋지만, 가성비가 떨어지는 일이었다. 괜한 수고? 뭐 그런 느낌이었다. 그래서 단박에 거절했다. 하지만 선임이 했던 말이 마음에 걸렸다. 그 방법이 가성비는 떨어지더라도, 미팅을 순조롭게 이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선임이 제안한 대로 미팅 자료를 수정 및 보완하겠다고 말을 전했다. 그 말을 듣자, 선임에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내가 왜 그 선임의 말이 마음에 걸렸을까?
내가 좋아하는 선임이었기 때문이다. 가족도 그렇지 않은가? 아내가 어떤 말을 했는데, 바로 반박한다. 잘 몰라서 그런 거라며 한마디 한다. 그러고 돌아섰는데 마음에 짠한 기운이 느껴진다. 왜 그럴까? 알고 모르고 혹은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말은 그렇게 해도 어떻게든 들어주고 싶어진다. 선임도 그랬다. 거절하는 말에 아무 말 없이 돌아서는데 마음이 짠했다. 그래서 하는 방향으로 다시 생각했고, 선임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진행한 미팅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행동을 보면 알 수 있다.
앞에서 듣기 좋아하는 말을 많이 하고 즐겁게 해주는 게 다가 아니다. 그 사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실행하는 게 더 필요하다. 그것이 내가 하기 싫은 것이나 귀찮은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것을 실행하는 사람이라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라 말할 수 있다. 그렇다고 말하는 족족 모든 것을 해줘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원하는 것을 흘려듣지 않고 잘 새겨듣는 게 먼저다. 그렇게 몇 번을 생각했을 때, 정말 원하고 필요로 한다는 생각이 들면 해주는 거다. 그게 서로를 위하는 결과로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