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보부상'이 되게 하는 '그' 생각, 사진출처: 셔터스톡
책가방을 무겁게 하고 다니는 이유가 뭘까?
요즘 고등학생 그리고 중학생 딸아이가 매고 다니는 가방을 보면, 보는 것만으로도 힘들어 보인다. 어깨가 내려앉을 것 같은 부피의 가방 때문이다. 힘겹게 내려놓는 책가방에 무게가 궁금해서 들어보면, 체감되는 무게에 한 번 더 놀란다. 한 손으로 들려고 해봤는데 불가능했다. 공부할 것만 들고 다니면 이렇게 무겁게 다니지 않아도 되지 않겠냐고 이야기하지만, 말이 통하질 않는다. 더는 뭐라 할 수 없는 건, 나도 그랬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도 똑같은 말을 부모님께 들었던 기억이 난다.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몇 가지가 있는데, 책가방도 그중 하나라 생각된다. 모든 책이 전자파일로 바뀌지 않는 이상, 아마도 바뀌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혹시나’하는 마음 때문이다. 필요할지 모른다는 바로 '그' 생각 말이다.
이건 모두가 알고 있다. 내 기억으로도 그렇다. 한 보따리 싸 가지고 가서 꺼내지도 않은 책을 보면, 한참을 눌린 어깨를 만지며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한다. 하지만 책가방을 챙길 때가 되면, 그때는 하지 않았지만, 오늘은 꼭 할 것 같은 혹은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강력하게 올라온다. 그렇게 망설이다, 또다시 보지 않을 책을 챙기게 된다. 이런 생각과 행동이 반복된다.
알지만 잘되지 않는 이유가 뭘까?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정말 큰맘 먹고, 항상 가지고 다니던 물건을 꺼내놓고 나왔다. 거의 사용하지 않던 물건이었다. 그날따라 짐도 많아서, 지금까지처럼 사용할 일이 없으리라 생각하고 가방에서 꺼냈다. 아주 오랜만에. 하지만 평소에 필요하지 않던 그 물건이 왜 하필 꺼내놓고 나온 그 날, 필요하게 됐을까? 집에 굴러다니는 게 우산인데, 비가 쏟아질 때는 가지고 나오지 않아, 또 사게 되는 우산처럼 말이다. 그러면 그 물건은 또 필요하지 모르니. 다시는 꺼내놓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그 이후론 사용한 적이 없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버거울 때가 있다.
꼭 해야 하는 일도 있지만, 내가 목표하고 계획한 것으로 발생한 일도 있다. 그렇게 하나둘 나열하다 보면, 물리적인 시간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생각이 이른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한둘이 아니라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된다. 꼭 해야 하는 건 어쩔 수 없이 하겠지만, 목표하고 계획한 건 전부 내려놓게 된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기 때문이다. 누가 강제한 것도 아니고, 내가 선택한 일이니 그렇게 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많은 계획을 세웠다가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된다.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정말 다, 꼭 그 시간에 해야 하는지를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그래야 내가 목표하고 계획한 것을 흔들림 없이 유지할 수 있다. 잘 따져보면, 전부 다 필요한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벽돌을 지고 간다고 해보자. 1개, 2개, 3개……. 이렇게 쌓여가는 벽돌의 무게를 견디다 보면, 한계에 이를 때가 온다. 9개까지는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10개를 채우는, 1개의 벽돌로 무너지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10개의 벽돌을 모두 내려놓아야 할까?
아니다.
마지막에 올린 1개의 벽돌만 내려놓으면 어렵더라도 이동할 수 있다. 정 힘들 다면 1개 혹은 2개만 더 내려놔도 한결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다. 나를 억누르는 건 10개의 벽돌이 아니라 1~2개의 벽돌이기 때문이다. 나를 억누르는 1~2개의 벽돌은 무엇인가? 그것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내려놓아야 한다. 그래야 내가 정말로 원하는 목표와 계획을 실행할 수 있다. 1~2개의 벽돌로 나머지 8~9개의 벽돌까지 버리는 건, 너무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