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에 온전한 마음을 담아 타인에게 신뢰를 주는 마음이 진실이다., 사진출처: 셔터스톡
‘사실’과 ‘진실’은 얼핏 들으면 같은 의미로 들린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진실에 대한 사전적 정의만 봐도, 다른 의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진실을 이렇게 설명한다. ‘거짓이 없는 사실’(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사실이 진실에 포함돼있다. 다만, 거짓이 없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여기서 좀 헷갈린다. 사실이라는 말에는 당연히, 거짓이 빠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왜? 실제로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일어나지 않은 일을 일어났다고 하는 건 거짓이다. 하지만 일어난 일을 일어났다고 말하는 게 거짓은 아니다. 그럼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 사실과 진실을 언급할 때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게 있다.
뉴스다. 뉴스는 일어난 사실을 전해준다. 그래서 그 내용에는 당연히 거짓이 없다고 믿는다. 필자도 그랬다. 하지만 여기에 물음표를 던지는 책이 있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라는 책에, 뉴스에 관한 내용이 언급된다. 뉴스 기사에 담긴 조각조각의 사실은 객관적일지 몰라도 사실들이 구성된 원리는 주관적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뉴스는 객관적인 현실 세계가 아니라, 해석된 현실 세계라 강조한다. 뉴스를 발행하는 언론사의 가치 판단에 따라, 그 색깔과 방향이 달라진다는 말이다. 여기서 강조하는 것이 ‘관계’다. 가치 판단의 기준인 관점을 가지고 사실을 관계로 묶는 과정을 잘 살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게 합리적 의심을 통해, 생선 가시 발라내듯 발라내서 살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관계가 한 번 더 강조되는 부분이 있다.
뉴스의 의미를 찾아내는 방법이다. 뉴스 속의 가시를 발라내는 방법이 ‘부적절한 관계’를 찾아내는 것이라면, 뉴스의 의미를 찾아내는 방법은, 사건과의 관계가 부적절하게 맺어졌는지를 살피는 것이라 말한다. 이때 ‘합리적 의심’ 이외에 또 하나의 무기를 장착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정치적 의심’이라고 한다. 같은 사실이라도 어떤 마음을 담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이 부분을 잘 표현한 문장이 있어 소개한다.
“사진은 구성되는 것이다. 꽃밭을 자연의 모습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핀트를 중심으로 새롭게 해석한, 내 눈에 포착된, 나의 꽃밭을 보여주는 것이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중에서
사실과 진실의 차이를 이렇게 볼 수 있다.
사실은 드러난 현상을 말하고, 진실은 사실에 온전한 마음을 투영한 것이라고 말이다. 꽃밭은 드러난 사실이다. 이 사실 중에 내가 중점을 두고 싶은 그 지점에 초점을 맞춰서 찍는다면, 어떤 꽃은 매우 선명하게 보인다. 반면 어떤 꽃은 흐리게 어떤 꽃은 점처럼 보이게 된다. 사진을 찍은 사람에 의도에 따라 찍힌 화면은 달라진다.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같은 장소와 같은 장면이지만, 느낌이 전혀 다르다.
해석하는 것도 그렇다. 의도에 따라, 같은 현상을 보고 전혀 다르게 해석한다. 최근에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을 자주 듣는다. 같은 현황을 가지고 각기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는데, 전혀 다른 시각과 해석을 내놓는다. 누군가의 말은 정말 그 사람의 소신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러면 절로 고개가 끄떡여진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자신의 소신과 상관없이 알려준 대로 말하는 느낌이 든다.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뭔가 시원치가 않다. 그 내용이 사실일지는 몰라도 진실은 아니라는 느낌을 받는다. 온전한 마음이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실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