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
영화 제목이다. 필자는 이 영화를 보진 않았지만, 영화에 관한 이야기는 종종 들었다. ‘단기 기억 상실증’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꼭 함께 언급되는 영화다. 영화를 본 사람으로부터 줄거리를 들으면 흥미가 생겼다.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주인공의 부인이 살해당한다. 그 충격으로 주인공은 단기 기억 상실증에 걸린다. 기억을 10분 이상 유지하지 못하는 거다.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건, 자신의 이름과 아내가 살해되었다는 것 그리고 정확하지 않은 범인의 이름뿐이다.
주인공은 자신의 가정을 망가트린 범인을 찾기 위해 나선다. 기억을 오랜 시간 간직하지 못하는 주인공은, 단서를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거나 메모한다. 심지어 자기 몸에 문신으로 새기기까지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마저도 잊히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왜 적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거다. 위키백과 참조
장르가 범죄 스릴러이니만큼, 줄거리만 들어도 긴장감이 맴돈다. 줄거리를 들을 때마다 꼭 봐야지 하면서 보지 못했는데, 올해는 꼭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다시 올라온다.
이 영화를 언급한 이유는, 인상적인 장면 때문이다.
아직 보진 않았지만, 줄거리만으로도 충분히, 강한 인상을 주는 장면이 있다. 앞선 줄거리를 보고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이 장면을 꼽지 않을까 싶다.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자기 몸에 문신으로 새기는 장면이다. 듣고 읽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는데, 실제 이 장면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
영화 '아저씨'에서 원빈 배우가 머리카락을 스스로 자르는 장면처럼,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라 꼽히지 않을까 싶다. 왜, 자기 몸에 문신으로 새기는 장면이 그토록 인상적이었을까? 화려한 문신으로 온몸을 감싼 배우가 나오는 영화가 그렇게 많지만, 한 번도 인상적이라 느끼진 않았는데 말이다.
문신한 이유 때문이다.
주인공은 자신의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사진을 찍고 메모했다. 하지만 이들은 언제고 잊어버릴 가능성이 있다. 잊어버리지 않더라도 어딘가에 두고 오면 알 수 없다.
중요한 건, 단기 기억 상실증이라 어디에 보관해 두었더라도, 그곳이 어디인지 몰라 찾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생각할 때,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곳이 바로 자기 몸이라는 것을 깨달은 거다.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한 노력이 실로 엄청나다. 자기 몸을 메모지로 사용할 생각을 한 것도 그렇지만, 문신으로 새기는 동안의 고통은 어땠을까? 마취하고 새기진 못했을 테니 말이다.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고 참았겠지만, 아내를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과 죄책감이 함께 올라와 그를 더 고통스럽게 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영화를 보면, 이런 부분까지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잊으면 안 되는 기억을 몸에 새긴다.
잊지 않기 위한 노력 중, 이만한 것이 또 있을까? 이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잊지 않아야 할 혹은 잊으면 안 되는 기억이 있다. 나라에 큰 사건 사고가 터지면, 잊지 않겠다고 말하는 구호가 날린다. 하지만 고통의 기억을 잊어야 할 가족들은, 그 기억을 점점 더 새기는 듯하다.
정작 기억해야 하는 사람은, 기억하지 못하고 아니, 기억하지 않으려 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계속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가 무엇인가? 기억해야 할 것을 기억하고 있지 않아서이지 않을까? 상황이 벌어질 때만, 분주했다가 금방 사그라들고 잊힌다. 그렇게 우리 사회에는, 계속 기억을 되살리려는 희생자가 늘어나고 있다. 누군가는 꼭 기억하고 그 횟수라도 줄였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Generated on DALL·E.
실수하거나 잘못한 것이 있을 때, 다시는 그러지 않아야지 다짐한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는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을 잊는다. 오히려 기억하지 않아도 될 것을 더 기억할 때도 있다. 잊지 않아야 할 것을 기억하는 방법을 배운다. 그렇다고 문신을 하라는 말은 아니다.
언제 어디서나 기억하고 자신을 다잡을 수 있도록 기록하고 새기는 노력을 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자기 메신저 프로필에 기록한다. 하지만 잘 보지 않거나 익숙해서 그냥 흘린다. 물론 어디에 적어두어도 오래 보면 익숙해서, 그냥 흘리긴 하지만 말이다.
언제든 바라볼 수 있고 기억하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바로 바라보게 되는 곳에, 큼지막하게 붙여두는 것도 좋다. 핸드폰 화면에 적어두는 것도 좋다. 매일 쓰는 바인더 혹은 다이어리가 있다면, 펼치는 첫 장에 적어두는 것도 좋다. 가끔은 위치를 바꾸는 것도, 새롭게 받아들일 수 있어 좋다. 중요한 건, 어디에 적어두느냐도 필요하지만, 잊지 않기 위해 루틴으로 정하고 행동하는 게 필요하다.
영화 '메멘토'에서 주인공이 자기 몸에 문신을 새기듯, 몸이 기억하도록 행동으로 몸이 기억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는가? 그렇다면 새기자. 어디든 새기자. 그리고 매일 기억하도록 행동하자. 그러면 머리는 망각할지 모르지만, 몸은 기억할 거다. 결과는 만드는 건 몸으로 실행하는 행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