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출간 한 책, '초보 직장인을 위한 직장생활 설명서'로 가끔 강연을 한다.
같은 자료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여러 번 강의했지만, 매번 느낌이 다르다. 익숙하게 전하는 예시나 문장은 그대로지만, 참석자에 따라 표현하는 방식을 조금씩 달리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강연에 참여하는 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메시지를 더욱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부분이다.
강연에서는 될 수 있는 대로, 필자의 경험을 말한다.
누군가의 이야기나 누군가의 말이 효과적일 때도 있지만, 강연하는 사람의 경험이 더 진솔하게 전달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강연은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전반부는 책에는 없는 내용이다. 글로 구성된 책이, 한 사람의 어떤 경험과 깨달음을 바탕으로 했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서다. 글을 쓴 토양이랄까? 그래서 강연할 때, 이 부분에 조금 더 무게를 싣는다. 강연에서 책의 내용을 설명할 때도 그렇다. 100가지의 이야기 중, 경험으로 깨달은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해서 진행한다.
강연이 끝나고, 단톡방에 후기가 올라왔다.
어떤 부분이 마음에 와닿았는지를 나누셨다. 그중, 육교와 지하도 이야기도 있었다. 누군가는 오르막과 내리막이라고 표현하시기도 했다. 살면서 크게 깨달은 부분 중 하나다. 육교와 지하도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뭘까? 공통점이 현재 위치에서 원하는 위치로 건너간다는 거다. 차이점은 육교는 올라갔다가 내려가지만, 지하도는 내려갔다가 올라간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예전에 살던 동네에 두 개가 같이 있던 곳이 있었다. 그곳에 가면 잠시 고민하게 된다.
육교로 갈까? 지하도로 갈까?
기본적으로 지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답답한 느낌 때문이다. 그래서 지하철보다 버스를 더 선호한다. 이외에도 고민하는 이유가 있다. 올라갔다가 내려갈 것인가? 내려갔다가 올라갈 것인가? 전자는 처음에는 힘들지만, 나중이 편하다. 후자는 처음에는 편하지만, 나중이 힘들다. 사람들이 이동하는 것을 보면 대체로 지하도를 택한다. 올라가야 하는 계단이 부담스러운 것이 아닌가 싶다. 사람은 대체로, 일단 편하고 보자는 생각이 더 크게 마련이다. 나중은 나중이고, 일단은 편한 게 좋다. 짧은 시간이지만 마음이 그렇게 기운다.
일찍 결혼한 우리 부부는, 육교를 택했다.
아내에게 그렇다고 설명했었다. 한창 예쁘게 꾸미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사는 친구들을 보며 부러워하던 아내에게 그렇게 설명했었다. 지금은 힘들고 친구들이 부럽겠지만, 나중에는 친구들이 당신을 부러워할 거라고 말했었다. 실제 그랬다. 일찍 아이를 낳아 키우고 나니, 아이들을 두고 외출하는 시기도 당겨졌다. 한번은 아이들끼리 두고 외출하는데, 아내 친구에게 전화가 왔었다. 아이들 없이 외출했다는 말에, 부럽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자신은 지금 아기 기저귀를 갈고 있다면서 말이다.
육교가 옳고 지하도가 틀렸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각 시절에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그때 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하는 게 얼마나 많은가? 다만, 지금 오르막길이라고 해서 항상 오르막길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거다. 시간이 지나면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내리막도 나타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당연히, 내리막길을 가고 있다면 언젠가는 오르막길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인생은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오르내리며 걷는 여정이라고 봐야 한다.
등산이 그렇지 않은가?
오르막길을 힘겹게 오르고 나서 내리막길을 만나면 어떤가? 바람까지 살살 분다면 금상첨화다. 내리막길을 걷다 보면, 오르막길도 만나게 된다. 등산은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의 연속이다.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오르막길은 필수다. 산이 평지보다 위에 있기 때문이다. 가끔 만나는 내리막길은 선물이라고 봐야 한다. 내리막길이 당연하게 아니라, 오르막길이 당연하다는 말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원하는 목적지에 가기 위해서는 오르막길은 필수다. 하지만 우리는 내리막길이 필수라 여긴다. 힘든 상황에 부딪힐 때, 반응하는 모습이 그렇지 않은가?
“왜, 나한테만!”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곰곰이 살펴보면 그 이유를 찾게 되고, 삶에 필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유를 깨닫게 되면 원망이 아닌, 감사의 마음이 올라온다. 감사하면 어떤가? 감사할 일이 자주 생긴다. 그렇게 나에게 벌어진 상황을, 밝은 점으로 바라보고 해석하게 된다. 이렇게 한다면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겠는가? 조금은 더 밝게 보이지 않을까? 밝게 바라보는 시선에 걸리는 게 바로, 기회다. 따라서 삶에서 기회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밝은 시선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