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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과 용기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서로 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지만, 떨어져서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영화 '명량'의 명대사 중, 이런 게 있다.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만 있다면…….” 아군이 병사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는 상황에서, 이순신 장군이 한 말이다. 엄청난 군사력으로 쳐들어오는 적에 맞서기도 전에, 병사들은 이미 패배를 직감하고 있었다. 모든 면에서 숫자만 보더라도, 아이와 어른의 싸움밖에는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숫자로 밀리는 상황에서 두려움에 휩싸여 있는 병사를 이끌고 전쟁터로 간다는 건, 기름을 안고 불 속에 뛰어드는 상황밖에 되지 않는다.
이 상황을 반전하는 방법은 딱 하나다.
갑자기 병사의 수를 늘릴 수도 없고 새로운 병기를 얻기도 어렵다. 전투함을 늘리는 건 더 어렵다. 할 수 있는 건 오직 하나, 두려움으로 위축된 마음에 용기를 불어넣는 거다. 두려움이 용기로 바뀐다면, 숫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이순신 장군은 알고 있었다. 따라서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는 방법을 고민했고, 답도 알고 있었다. 자신이 죽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 전투에서 이순신 장군은 적의 활을 맞아 죽는다. 하지만 여기서 자신이 죽어야 한다는 의미가, 진짜 죽어야 한다는 의미만으로 이야기한 건 아닌 듯하다.
솔선수범의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 물러서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불사르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 생각된다. 리더의 이런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도저히 안 된다고 생각했던 상황을, 뒤집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올라온다. 리더가 마음을 불태우면, 함께하는 구성원의 마음도 뜨겁게 불타오른다. 이와 같은 사례는, 책이나 영화 등으로도 많이 만날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은 이렇게 무섭고 강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사람이, 갑자기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게 되니 말이다. 사람에게 있어 가장 중요하고 강력한 힘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라는 생각이 바뀌지 않는 이유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큰 자산은 무엇일까? 무엇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까?
리더와 구성원의 성향이나 상황에 따라, 그 무엇이 달라진다. 그 무엇에 해당하는 걸 몇 가지만 나열하면 이렇지 않을까 싶다.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겸손 배려 공감 따뜻함 등 있다. 강한 느낌을 주는, 자신감 추진력 지시 냉철함 등 있다. 이런 요소를 사람의 성향이나 상황을 잘 판단하고, 적절하게 발휘할 필요가 있다. 아! 이 모든 것을 발휘하게 하는, 가장 근본이 되는 부분이 있다. 앞서 나열한 몇 가지 요소에서 이 부분을 제외하면, 제대로 발휘될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가장 기본이 되면서 반드시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강조돼야 하는 그 무엇.
인내다.
인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문장이 있다. “인내는 쓰고 그 열매는 달다!”라는 고등학교 교실, 특히 3학년 교실에 가장 많이 걸려있던 문장이다. 달콤한 열매를 얻기 위해서는 지금 쓰디쓴 인내와 잘 동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많은 고3이 이 문장으로, 자신의 의지를 다잡지 않았나 싶다. 요즘은 어떤 문장으로 수험생활을 보내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아무튼. 인내는 어떤 요소를 발휘하든, 밑바탕이 된다. 부드러운 느낌으로 언급한, 겸손 배려 공감만 봐도 그렇다. 인내가 없이는 절대 발휘될 수 없는 요소다. 자신을 낮추는 인내와 경청해야 하는 인내가 있어야,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 그러면 여기서 이런 질문이 떠오를 수 있다.
‘인내는 어떻게 길러야 할까?’
인내를 끈기와 같은 의미로 볼 수 있지만, 인내는 끈기와는 색깔이 조금 다르다. 느낌으로 설명하면 이렇다. 끈기는 무언가를 계속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인내는 묵묵히 견디는 느낌이다. 끈기가 계속 나아가는 동적인 느낌이라면, 인내는 그 자리에서 버티는 정적인 느낌이다. 인내해야 하는 순간을 떠올려봐도 그렇다. 인내하면 무언가를 삭이는 상황이 떠오른다. 하고 싶은 말을 삭이거나, 드러내고 싶은 감정을 삭인다. 누군가는 이런 상황을, 도전받는다고 표현하기도 하고, 시험에 든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의지로 할 수 있는 그 이상을 요구받기 때문이다. 때로는 혼자 힘으로 이겨내기에 버거워,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 기도하기도 하고, 조언을 청하기도 한다.
인내는 고갈된다는 말도 있다.
한 실험에서 그것을 증명했다. 먹는 것을 참게 했던 아이들에게 어려운 문제를 풀게 했더니, 다른 대조군보다 빨리 포기했다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다른 사례도 있다. 실험한 건 아니지만, 경험으로 깨달았다. 인내를 발휘하면서, 동시에 견고해진다고 말이다. 경청이 그렇다. 코칭에서 가장 어렵고 중요한 건 경청이다. 잘 들어야 공감할 수 있고 질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청이 잘 안되는 이유가 뭘까? 타인의 말을 주의 깊게 듣는 연습이 안 돼서 그럴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듣기 위한 노력 즉, 인내를 발휘해야 한다. 인내를 발휘하면서 듣기 위한 노력을 하면, 어느새 듣는 것이 어려움이 아니라 즐거움으로 변하게 된다.
인내를 발휘하면서, 인내가 견고해진다는 말이다.
따라서 무작정 참아야 하는 인내는 고갈되지만, 의도를 갖고 하는 인내는 견고해진다. 의도를 갖고 견고하게 하고 싶은 인내가 있는가? 도전받고 시험에 들게 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 상황이 자신의 인내를 견고하게 해준다는 희망을 품자. 그 희망이 인내를 발휘하게 한다. 매일 쌓이는 적금처럼, 인내의 견고함도 매일 쌓이기 시작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엄청난 인내의 견고함과 마주할지도 모를 일이다.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큰 자산을 쌓는다는 면에서 충분히 그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