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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행동 그리고 표정으로 가릴 수 없는 진심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영화 <증인>에서, 자폐 소녀가 변호사에게 한 질문이다. 이 영화는, 살인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가 된 자폐 소녀와 피의자로 지목된 가정부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이다. 자폐 소녀의 어머니는, 어릴 적 이 아이가 천재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머리가 좋았다고 말한다. “기저귀 갈아주세요.” 돌을 갓 지났을 때, 아이가 처음 한 말이라고 한다. 다른 아이들이 엄마 아빠하고 단어를 말할 때 문장으로 말을 했다고 한다. 두 살 때는 신문을 줄줄 읽었다고 하니, 그렇게 생각할 만도 했다. 천재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자폐라니. 기대가 컸던 만큼 충격도 더 컸으리라 짐작된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자.
변호사는 자폐 소녀의 방을 둘러 보다, 아이의 꿈이 변호사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과거형으로 표현한 이유는, 아이가 스스로가 자신이 자폐라는 이유로 변호사의 꿈을 접었기 때문이다. 왜 변호사가 되려고 하느냐의 질문에 아이는, 사람을 도와주는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말을 한다. 이 말에 변호사는 머쓱한 표정을 짓는다. 이때 아이가 변호사를 쳐다보며 질문한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변호사의 눈이 흔들린다. 답변은 하지 않고, 아이가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처음 했다는 말로 얼버무린다.
“사람의 마음은 참 어려워요.”
‘사람의 마음’이라는 제목으로, 엄마의 다양한 표정 사진이 붙어있는 걸 보면서 아이가 한 말이다. 엄마의 다양한 표정 사진 아래는 그 표정이 의미하는 감정이 적혀 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을 이어간다. “신애는 늘 웃는 얼굴인데 나를 이용하고, 엄마는 늘 화난 얼굴인데 나를 사랑해요.” ‘신애’라는 아이는 자기를 챙겨주는 척했지만, 오히려 이용했다는 것이 밝혀진 친구다. 그러면서 변호사를 보고 말을 이어간다. “아저씨는 대체로 웃는 얼굴이에요. 아저씨도 날 이용할 겁니까?”
이 영화를 안 지는 좀 됐다. 하지만 재미있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보지 않았다. 신부님이 미사 강론에서 이 영화를 언급하지 않으셨다면, 아마 계속 보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사 때문에 보게 되었다. 친구는 웃고 있는데 자신을 이용했고, 엄마는 화난 얼굴인데 자신을 사랑한다는 대사 말이다.
그 대사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둘 떠올랐다.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더러 있다. 가만히 생각하면, 누구나 주변에 이런 사람 한 둘은 있으리라 생각된다. 가족들은, 거의 후자에 속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영화에서 아이가 언급했듯이, 엄마들은 더욱 그렇다.
사람의 표정은, 마음에서 올라온다. 표정뿐만 아니라, 말이나 행동도 그렇다.
그래서 마음을 곱게 써야 한다고 어른들의 말씀 하지 않았나? 그래서 사람의 말과 행동 그리고 표정이 곧 마음이라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이미 깨졌다. 그렇지 않은 사람을 만나면서부터다. 공동체 생활을 하면 알게 된다. 겉으로는 너무 잘해주지만 마음이 가지 않는 사람이 있고, 매우 투박하게 반응하지만 마음이 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마음은 말과 표정 그리고 행동으로 포장할 수 있다.
어쩌면 그렇게 잘 하는 사람이 사회생활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게 있다. 포장할 순 있어도, 감출 순 없다는 사실이다. 화장할 순 있지만 언제나 화장한 채로 살 순 없는 법이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게 아닌 것처럼, 결정적인 순간에 진짜 마음이 드러나게 된다. 정말, 결정적인 순간에. 그래서 어르신들의 말씀이 틀리지 않다는 게 증명된다. 마음은 언젠가, 내가 하는 말과 행동 그리고 표정에 증인이 된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