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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중심을 잡아야 하는 이유 [김영태 칼럼]
‘가장 합리적인 결정이, 가장 잘못된 판단이라면?’
가장 합리적인 결정이라는 것은, 공동체에서 많이 하는 다수결에 따른 결정을 말한다. 공동체에서는 어떤 결정을 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 그중에서 가장 ‘합리적’이라고 여기는 것이 바로, 가장 많은 사람의 의견이다. 공동체에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경험하게 된다. 가장 흔한 예로, 점심 메뉴를 정하는 것부터가 그렇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든 적은 없었나? 그 결정이 가장 잘못된 판단일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다수결의 가장 큰 문제는 뭘까?
두 가지 정도를 들 수 있다. 먼저는, 다수결이 곧 정답이라 믿는 거다. 앞서 말한 다수의 결정이 정답이 아닐 수 있는데, 사람들은 정답이라 믿는다. 왜? 대다수가 그렇다고 하니까. 그게 전부다. 왜 옳은지 아니면 그른 지가 기준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선택했다는 것에서 안정감을 얻는다. 안정감은 내가 혹시 틀리더라도 다 같이 틀렸다는, 쓸데없는 공동체(?) 의식을 불러일으킨다.
학창 시절 시험 때 이런 경험도 있었다.
시험을 치르고 서로 정답을 맞혀봤다. 자기 생각을 말하면서 몇 번이 답이라며 확신하면서 말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러면 옆에 있던 한두 명이 자신도 그렇게 했다며 표정이 밝아진다. 한 친구의 확신과 그 답을 표기한 친구가 여럿 있다는 점에서 정답이라 확신했다. 하지만 한편에서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쉬는 친구가 있었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자기는 다른 번호를 선택했다고 했다. 자기가 틀렸다고 믿는 거였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틀렸다고 생각한 친구가 정답이었다. 다수의 의견이 곧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 하나의 에피소드다.
다른 하나는, 소수의 의견이 틀렸다고 말하는 거다.
소수의 의견은 충분히 나올 수 있다. 그리고 때로는 그 사람의 의견이 더 옳을 때도 있다. 여럿이 함께 의사결정을 할 때 그렇게 느꼈을 때가 가끔 있었다. 한 친구의 의견은 무시되고 다른 친구의 의견이 반영되는 그런 상황 말이다. 소위 말하는 목소리 큰 친구였다. 영향력이 있다고 해야 할까? 어쨌든 그 영향력에 자신도 모르게 휩쓸려 “어, 어”라고 하면서 어정쩡한 표정으로 동의한다. 그렇다고 소수의 의견을 낸 친구가 틀렸을까? 아니다. 앞서 말한 시험 문제처럼, 그 친구의 의견이 정답일 때도 많이 있다.
자기중심이 중요한 이유를 여기서 발견한다.
자기중심이 잘 서 있는 사람은, 다수결이든 소수 결이든 그런 것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자기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옳고 그름을 판단한다. 물론 항상 그 판단이 옳을 수는 없다. 사람이지 않은가? 틀릴 수 있다. 그 판단으로 후회도 하고 자책도 한다. 하지만 거기서 머물지 않고, 다시 자기중심을 정비해 나간다. 무엇 때문에 그런 판단을 했는지 되돌아보고, 자신이 잘못 선 지점으로 돌아가 주변을 살펴본다. 그렇게 다시 정비한다. 새로운 배움을 얻는 거다.
나의 중심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할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