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by Shutterstock
매년 이맘때가 되면, 복잡한 마음이 생긴다.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면서 비장한 각오로 작성한 계획에, 실금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누군가는, 실금이 아니라 무너져 내려앉았을 수도 있다. 실금이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계획한 것을 실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를 계획했는데 몇 가지를 실천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중요한 한 가지를 계획했는데 실천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한 번 두 번 도달하지 못한 계획에는 실금이 가기 시작하고, 실금은 다시 일어서려는 의지를 눌러 앉힌다. 더는 하지 말라고.
실금으로 주저앉히고 묻어버린 계획이 얼마나 될까?
반만이라도 성공했으면, 지금 모습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아마 거의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리라 본다. “내가 첫사랑에만 성공했어도 너만 한 자식이 있어!”라는 말처럼 말이다. 첫사랑이 아니라 그 무엇이라도 성공했더라면, 뭐가 달라졌어도 달라졌을 것이다. 여기서 잠깐! 그럼 매년 이런 악순환을 반복할 것인가? 야심 차게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지 못하고, 또 고개 숙이고…. 영화 <친구>의 명대사가 떠오른다. “많이 묵었다 아이가?” 그래! 지금까지 포기를 많이 먹었으니, 인제 그만 먹어도 되겠다.
계획을 포기하는 이유가 뭘까?
아! 참고로 올해 나의 계획은 순항 중이다. 하루하루 순항을 이어가기 위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사는 중이다. 계획을 포기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하다, 주일학교 교사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 기억에서 힌트를 발견했다. 뜻하지 않은 기억의 힌트라 좀 의아하긴 하지만, 언제나 그랬다. 좀 생뚱맞은 기억이나 사람 혹은 상황에서 아이디어를 찾는 일 말이다. 그래서 사람 일 모른다는 말이 있는 듯하다.
의욕이 턱밑을 넘어 머리끝까지 차올랐던, 신입 교사 시절이 있었다.
대학을 가서 교사 활동을 하게 된 게 아니라, 교사를 하기 위해 대학을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내 생활의 중심은 교사 활동이었다. 그래서 대학 생활을 온전히 즐기지 못했다. 아쉽지만 후회는 없다. 여름 캠프를 준비할 때였다. 학생들에게 많은 경험과 배움을 주기 위해 열정적으로 프로그램을 짰다. 한시라도 허투루 낭비하면 안 된다는 일념에 가득 찼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주객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학생이 동원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학생들의 표정은 재미있다가 아니라, 지친다였다. 주도적으로 움직이기보다 끌려다녔다. 안 되겠다 싶어, 일부 프로그램을 취소하고 자유 시간을 줬다. 어디서 산삼을 먹고 왔는지 비실비실하던 아이들이 쌩쌩하게 뛰어다녔다. 그 모습이 참 행복해 보였다. 그 모습에서, 진정으로 학생들을 위한 캠프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획을 세울 때의 마음은, 슈퍼맨이다.
뭐든 할 수 있고, 안되는 게 없다. 머릿속으로 그리는 모습으로는, 출발도 안 했는데, 이미 정상에 도달해있다. 그렇게 세운 계획은 실천하면서 알게 된다. 무리였다는 것과 잘못된 계획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이 계획인데, 계획에 나를 맞춰가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묵직했던 확신은 점점 가벼워지고, 가벼워진 확신으로는 자신을 들어 올릴 힘이 부족해진다. 그렇게 주저앉게 된다.
무엇을 위한 계획인가?
자신에게 이렇게 질문을 던져보자. 그럼 내가 세운 계획 중에 무엇을 수정해야 할지 무엇을 빼거나 더해야 할지 알게 된다. 그렇게 조금씩 실천하면서 고쳐나가면, 계획을 조금 더 지속할 수 있게 된다. 지속하는 마음에 힘이 붙고, 그 힘은 나를 일으키는 원동력이 된다. 그렇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습관으로 자리 잡는다.
계획은 수단이다.
수단 때문에,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포기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일이다. 수단은 변경하면 된다. 내 상태에 따라 그리고 상황에 따라 변경하면 된다. 수단은 소프트웨어이지 하드웨어가 아니다. 수단에 갇히지 않아야 한다. 처음 세운 계획을 실천하지 못한 건 실패가 아니라,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그렇게 안 되는 과정을 하나 배웠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것을 증명한 유명한 분의 일화가 있어 소개한다.
전구를 발명한 에디슨에게 기자가 질문했다.
수천 번의 실패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이 기자의 질문에 에디슨은 이렇게 답했다. “나는 수천 번 실패를 한 것이 아닙니다. 불이 켜지지 않는 수천 가지 방법을 실험했던 것뿐입니다.” 인생에서 실패라고 표현하는 모든 것이, 결국은 과정이라는 것을 증명한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