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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태 칼럼] 말하는 대로?

원하지 않은 결과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는 단서, 의미

등록일 2023년03월30일 08시4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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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NJT through Shutterstock AI generrated Image

 


‘말하는 대로’


잘 알고 많이 들었던 노래다.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을 때, 되뇌기도 한다. “생각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됐으면 좋겠다!” 지금이라고 모든 게 잘 풀리고 그러는 건 아니지만, 정말 안 풀린다고 생각됐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때를 어떻게 버텨왔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주변에서 함께해 주고 도와준 분들이 있었고, 신앙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보다 젊은 시절로 돌아가기를 원한다는 사람의 말을 들으면, 나는 손사래를 친다. 절대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이다. 나는 지금, 현재가 좋다.

 

정말 안 풀렸다.


글에 적은 적도 있고, <완벽한 하루> 출간 후 강연에서도 언급한 이야기가 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3가지 지점에 관한 이야기다. 결혼과 직업 그리고 직장 이 모든 결정과 선택이, 내 의지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계획보다 이른 시점에 결혼하게 됐다. 다른 이유는 아니고, 부모님들이 처음 만난 식사 자리에서 날을 잡으셨다. 결혼을 약속하긴 했지만, 우리가 계획한 시점보다 1~2년 정도 빨랐다.

 

우린 둘 다 어린 나이였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때는 현실에 대한 두려움이나 걱정이 없었다. 전혀 몰랐고 예상할 수 없었으니까. 그래서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결혼은 현실 이랬던가? 결혼뿐만 아니라 새로 접하는 모든 것에서 현실의 벽에 부딪히지만, 결혼생활은 더 크고 높게 느껴졌다. 나 혼자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정이라는 가장 작은 공동체를 꾸려나가는 것은, 정말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다.

 

직업과 직장도 그랬다.


원했던 직업을 선택하기에는 시간과 여건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직장에 들어가서 30대의 전부라고 할 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본의 아니게 나오게 되었다. 그때는 이미 아이가 셋이었는데. 막막한 마음도 들었지만 이게 뭔가 싶었다. 한동안은 너무 분하고 억울한 마음뿐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마음도 생겼다. 아무런 역량이 없던 나에게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준 것과 그 일로 먹고사는 힘을 키우게 해준 것은 고맙다는 마음이 들었다.

 

 

많은 시련과 어려움이 있었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시련과 어려움을 이겨내신 분 앞에서는 명함도 못 내밀지만, 나름 치열하게 살아왔다. 힘들게 지내온 여파가 아직 남아있고 해결해야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어려운 고개를 넘어서고 나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도 든다.

 

인생은 육교와 지하도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육교는 처음에는 올라간다. 그리고 평평한 길을 걷고 내려온다. 지하도는 처음에는 내려간다. 그리고 평평한 길을 걷고 올라간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시작하는 지점과 끝나는 지점은 같다. 누구나 태어나고 죽는 건 같다는 말이다. 다만 그 과정이 다를 뿐이다. 육교는 처음은 힘들지만, 나중에는 편해진다. 지하도는 처음에는 편하지만, 나중에는 힘들어진다.

 

나는 육교를 택한 거다.


또래 친구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때, 나는 아내와 치열하게 해야 할 것으로 시간을 보내며 살았다. 그런 비교가, 그때 당시 삶의 아픔을 더 후벼팠다. 하지만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컸을 때, 나와 아내가 부러워하던 친구들이 우리를 부러워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해야 할 것을 해야 할 시간에, 우리는 원하는 것을 조금씩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아이고 힘들겠다!”라며 위로해 준 적도 있다.

 

“내가 말하는 대로 됐다면?”


가끔 이 질문을 나에게 던진다. 내가 생각하고 말하는 대로 됐다면, 내가 지금처럼 온전하게 (?) 살아가고 있을지 의문이다.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오르막길을 걸었던 건 다행이다. 지금 내가 내려가는 편한 길을 걷고 있는 건 아니지만, 힘들게 올라갔던 시간이 나를 성장시켰다는 것은 분명하다. 가장 중요한 건, 시선이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내가 원하는 결과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나에게 이렇게 묻는다.


“이 결과의 의미는 무엇일까?” 당장은 힘들고 황당하기도 하지만, 마음을 추스르고 이렇게 묻는다. 그러면 그 의미를 찾게 된다. 오래지 않아 찾기도 하지만, 오랜 시간이 걸릴 때도 있다. 직장에서 본의 아니게 나올 때도 그랬다. 몇 년이 지나서야 그 의미를 깨달았다. 지금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실망스러운가? 그럼, 잠시 그 의미를 생각해 보자. “지금 이 상황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자신에게 물어보자. 의미를 찾을 때까지 묻고 또 묻자. 그렇게 의미를 찾으면, 그 상황이 다르게 보인다. 당연히 좋은 의미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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