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 안덕선 의평원 원장,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사진 - 뉴저널리스트 투데이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윤석열 정권의 의료 및 교육 정책에 대한 강력한 반발을 표하며 투쟁을 진행 중이다. 이들 투쟁의 특징은 길거리로 나서는 것도 아니고 여론 투쟁도 아니고 법적 투쟁이 핵심이다. 새로운 양상의 투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법적투쟁은 단순한 항의가 아닌 '의료 민주화 운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의 일방적이고 무리한 의료·교육 정책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는 판단하에 벌이는 투쟁인 것이다.
어떤 위협을 가하고 있을까.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발표한 '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 사전심의' 정책은 마치 전두환 정권 시절 언론사 사전보도지침과 유사한 억압적 행태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의평원의 평가 기준을 낮춰 대규모 의대생 증원을 추진하려는 정부의 계획이 의학교육의 질을 심각하게 저하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전방위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의학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의대교육의 질 저하에 대한 우려와 심각성
피의자인 오석환 교육부 차관과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의과대학 교수 1인당 학생 수 법정 한도가 8명까지 허용된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매년 2000명이 아닌 5000명에서 최대 1만5000명까지 증원해도 된다는 발언을 반복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현재의 의학교육 시스템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전국의 의과대학 교수는 약 1만2000명에 이르며, 교수 1인당 8명의 학생을 담당할 경우, 전국의 의대생 수는 최대 9만6000명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1만8000명인 의대생 수를 7만8000명 더 늘리겠다는 계산으로, 교육의 질적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러한 증원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대한민국 의학교육은 그 수준이 급격히 떨어져 현재보다 5배나 많은 학생이 의과대학에 재학하게 될 것이며, 이는 이미 붕괴 직전인 교육 시스템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
국제적 비교와 선진국 사례의 시사점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의과대학은 학생 1인당 교수가 배정된 수치를 보면, 대한민국과 비교해 그 차이가 크다. 미국의 경우, 의대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0.45명, 일본은 1.26명으로, 대한민국의 상황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특히 하버드 의대는 학생 700명에 교수 1만2000명이 배정되어 있어, 학생 1인당 교수 수가 대한민국의 28배에 달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후진국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경우, 의과대학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9명에 이른다는 보고가 있다. 정부가 현재 계획대로 의대 증원을 강행한다면, 대한민국의 의학교육 수준은 선진국이 아닌 후진국의 수준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는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비교는 대한민국의 의학교육 시스템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의평원의 독립성 침해와 의대 교수들의 강력한 반발
안덕선 의평원 원장은 "의평원은 국제 의학교육 인증 평가기구(World Federation for Medical Education, WFME)로부터 인증을 받은 전문기관으로서, 정부의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평가를 수행해야 한다"며 정부의 사전심의 요구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한 "이 대통령령은 30년 전 후진국형 기준에 맞춰 만들어진 것이며, 이를 근거로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매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는 의학교육의 질적 저하를 방지하기 위한 의평원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전국 31개 의대 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의 독립성 침해 시도를 "교육 농단"으로 규정하며, "정부가 의대 증원에 따른 교육 질 저하를 막기 위해 독립적인 평가를 방해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의 간섭과 통제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피의자 오석환 차관과 관련 공무원들의 사과와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이들은 또한 정부의 의도가 의학교육의 질을 유지하려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학생 수를 증원하여 의학교육의 수준을 떨어뜨리겠다는 의도라는 의심을 표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의대 교수들은 정부의 이러한 정책이 결국 국민 건강을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경북대 총장과 교육부 장관의 공모 의혹
경북대 홍원화 총장은 의평원의 평가를 거부할 것을 선언하며, 전국 대학 총장들에게도 이 같은 거부를 선동하겠다고 밝혔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과의 공모 아래, 의평원 평가를 무시하고 의대 증원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는 정부가 의학교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침해하고, 돌팔이 의사를 양산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앞으로의 전망
이번 사태는 정부의 무리한 의대 증원 정책과 이에 따른 교육 질 저하 우려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의학교육의 질은 국민 건강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이기에, 정부의 정책이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이번 투쟁은 단순히 의학교육의 질적 유지를 넘어서,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윤석열 정권의 의료 및 교육 농단을 저지하고, 민주화된 의학교육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이들의 투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신중하고도 책임 있는 자세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의대 증원 정책과 관련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의 투쟁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또 정부가 이를 어떻게 수용할지에 따라 대한민국의 의료와 교육 시스템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다.
[자료 제공 = 이병철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