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홍 장관(왼쪽)과 박민수 차관은 반복해서 2천명의 근거를 3대 보고서라고 말했지만 실제 3대 보고서는 2천명(또는 5년 1만명)에 대해 명확하게 쓴 내용이 없다. 선택적 인용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진 - 뉴저널리스트 투데이
윤석열 정부가 주장한 ‘2035년 의사 1만 명 부족’이라는 논리가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정치권과 의료계에서 큰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이 주장을 근거로 의대 입학정원 확대를 정당화하려 했으나, 이를 뒷받침하는 주요 근거로 제시된 ‘3대 보고서’의 내용이 조작되었거나 왜곡되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안은 법원의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은 정부의 주장을 거의 그대로 인용해 판결을 내렸다. 두 법원은 각각의 판결문에서 “국책연구소 등 3개 연구기관에서 독립적으로 추계한 보고서는 공통적으로 2035년에 약 1만 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이 판결 내용은 정부가 제출한 ‘석명요청에 대한 답변’에 기반한 것이다. 특히, 법원이 정부의 주장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결론을 도출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해당 보고서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 정부의 주장은 과장되었거나 왜곡된 것으로 드러났다. ‘1만 명 의사 부족’이라는 추정치는 여러 가정 중 하나에 불과하며, 현실적인 시나리오에서는 오히려 의사 과잉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 점에서 정부가 보고서의 특정 부분만을 부각해 의도적으로 법원을 오도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3대 보고서의 내용과 정부 주장 간의 괴리
특히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은 보건사회연구원(KIHASA), 한국개발연구원(KDI),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의 보고서에 대한 해석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에서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의사 부족과 과잉을 예측했으며, 의사 노동생산성이 증가할 경우 의사 수가 오히려 과잉될 가능성이 제시되었다. 예를 들어, 노동생산성이 10% 증가하는 경우 4,736명의 의사 공급 과잉이 발생하며, 20% 증가할 경우 16,727명의 공급 과잉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는 정부가 주장한 ‘1만 명 부족’과는 상반되는 결과다.
KDI 보고서의 경우에도, 정부가 인용한 ‘2035년에 10,650명 부족’이라는 주장은 비현실적인 가정을 바탕으로 한 것이며, 실제 보고서에서는 “현재 노동생산성 변화나 근로시간 변화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가정”에 기반한 결과로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정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으며, 다른 가정들을 적용할 경우 의사 수급이 충분하거나 과잉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서울대학교 보고서에서도 ‘1만 명 부족’이라는 추정치는 65세 이상의 의사 노동생산성을 절반으로 가정한 매우 비현실적인 시나리오에 불과하다. 보고서 저자인 홍윤철 교수도 “1만 명 부족이라는 숫자는 진실한 숫자가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정부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해당 보고서들을 선택적으로 인용하여,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론을 도출하려 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법원과 정부의 역할에 대한 비판
이 사건은 법원과 정부가 협력하여 국민을 오도하려 했다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법원이 정부의 주장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결론을 도출한 것은 직무유기이거나, 정부의 부당한 요구에 굴복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법원은 정부의 증거와 주장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절차를 생략하거나 불충분하게 이행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역할은 법의 공정한 집행과 국민의 신뢰를 지키는 것인데, 이번 사건은 그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법원이 정부의 주장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결론을 내린 것은 법적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법원의 독립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사법부의 신뢰도를 크게 손상시킬 우려가 있다.
신뢰 회복하려면...
의료계 대리인을 맡고 있는 이병철 변호사는 "윤석열 정권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아직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 역시 복지부의 주장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상황이다. 만약 법원이 정부의 주장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음을 인정하게 된다면 이는 법원의 직무유기를 자인하는 셈이 될 것이며, 반대로 정부의 주장에 동조했음을 인정하게 된다면 이는 사법부의 독립성이 크게 훼손되었음을 의미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의료 농단 사건은 윤석열 정권이 국민을 속였고, 나아가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까지도 속였거나, 그들 역시 이에 동조했다는 의혹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원과 정부가 어떠한 대응을 내놓을지 주목되며, 이번 사건은 사법부의 공정성과 투명성, 그리고 정부의 신뢰도에 큰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조사와 함께 법원과 정부의 책임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 법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 역할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정부의 주장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통해 공정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정부 역시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하고, 국민 앞에 투명하게 진실을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사건은 한국 사법부와 정부에 큰 오점으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료 제공 = 이병철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