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로 만든 그림.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첫 문장입니다. 책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 문장을 인용한 책은 자주 만났습니다. 처음 문장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 머릿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그 느낌은 가슴으로 내려가 묵직함을 떨궜습니다. 이 문장과의 첫 만남이 언제였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습니다. 가정을 꾸리고 난 이후였다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그래서 이 문장이, 더 깊이 다가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두 가지 느낌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머릿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 든 이유는, 글쓰기와 관련됩니다. 일상의 단어로 조합한 문장이지만, 큰 깨달음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깊은 관찰을 통해 건져 올린 통찰력이 느껴졌습니다. 부러웠다고 해야 할까요? 가슴에 묵직함이 느껴진 이유는,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아서였습니다. ‘우리 가정은 전자일까? 후자일까?’, ‘이 둘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된 거죠. 어떻게 보면 행복한데, 또 다른 각도에서 보면 안 그런 것 같기도 해서 말이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있습니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는 것 말이죠. 결과(?)도 있었습니다. 중학교에 들어간 막내 이야기인데요. 수업 시간에, 행복한 가정에 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합니다. 질문에 답하는 시간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질문 중 하나는 이랬습니다. “행복한 가정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행복한 가정을 위해 해야 할 역할을 묻는 거였습니다. 막내는 선생님께 이렇게 반문했다고 합니다. “우리 가족은 이미 행복한데, 어떻게 적어야 해요?” 선생님은 이 질문이 놀라우면서도 부러웠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듣는데, 마음이 따뜻했습니다. 막내의 친구들도 느껴졌나 봅니다. 다음에 태어나면 우리 가족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하니까요. 가족 모두가 친해 보이는 게 이유였습니다.
주변 사람들도 부럽다는 말을 종종 합니다.
그분들이 보기에도 좋아 보이나 봅니다. 하지만 간과하는 것이 있습니다. 행복해 보이는 가정은 항상 그 상태를 유지한다는 착각이죠. 항상 분위기가 좋을 것으로 여깁니다. 다툼이나 큰 소리는 전혀 없을 것이라 단정 짓기도 합니다. 항상 아이들은 부모의 말을 잘 따르고, 부모는 사랑으로 대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서로 다른 생각과 성격을 지니고 사는데, 어찌 부딪힘이 없을까요? 아! 부딪힘을 애초에 차단하는 방법은 있겠네요.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것이지요. 대화도 하지 않고요. 부딪힐 일이 전혀 없으니, 고요할 겁니다. 이 가정을, 행복한 가정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행복한 가정과 불행한 가정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서로 부딪힌다는 사실입니다. 큰소리를 내기도 하고 한동안 말을 섞지 않기도 합니다. 아이는 부모에게 자기 의견을, 턱 쳐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부모는 버르장머리 없다며, 몹쓸 말을 내뱉기도 합니다. 모든 가정이 이렇다는 거죠. 차이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행복한 가정은 틀어진 관계를 빨리 풀려고 노력합니다. 각자의 잘못을 인정하고 앞으로는 서로 무엇을 조심할지 이야기 나눕니다. 약속하고, 그러지 않기로 다짐합니다. 서로 꼭 끌어안고 사랑을 확인합니다.
불행하다고 말하는 가정은 어떨까요?
절대 굽히지 않습니다. 누구 하나 먼저 손을 내밀고 대화를 청하지도 않습니다. 그렇게 하루 이틀을 보내다가 점점 멀어지고, 나중에는 대화 자체가 어색한 지경에 이릅니다. 사소한 말다툼으로 몇십 년을 쪽지로 대화한다는 부부 이야기가, 웃을 일만은 아닙니다. 부딪힐 수 있습니다. 인정해야 합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품어야 합니다. 누구라도 하면 좋지만, 그래도 부모가 먼저 해야겠지요?
언제부터 그래야 할까요?
가정을 꾸릴 때부터 하는 게 제일 좋습니다. 마음속 이야기 나누는 관계를, 관성으로 만드는 겁니다. 당연한 것처럼 말이죠. 이미 아이들이 큰 가정도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다 같이 모여 이런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만들면 됩니다.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좋은 계기가 되겠네요. 새해를 맞이하니 이 기회를 살려도 되겠습니다. 가족이 함께 행복하기 위한 약속을 정합니다. 그리고 서로 노력하기로 다짐합니다.
행복은 크지 않고, 멀리 있지 않습니다.
함께 하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품어주고 대화하면서 같이 걸어가는 것이 행복 아닐까요? 혼자가 아니라는 것만 깨달아도, 큰 행복 아닌가요? 나를 응원해 주고 내가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 아닌가요? 누군가가 한 말이 떠오릅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요. 공기와 햇살 그리고 자연을 돈으로 살 수 있나요? 행복도 마찬가지입니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돈이 필요 없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중요합니다. 우선순위를 말하는 겁니다. 제가 우리 가족들에게 말합니다. 우리가 돈은 없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가졌다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