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 - 2018년 11월 20일: 호주의 팀 케이힐이 ANZ 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와 레바논의 국제 친선경기에서 자신의 마지막 경기 후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 제공: Ryan Pierse/Getty Images)
축구가 최고 인기 스포츠가 아닌 나라는 그다지 많지 않다. 거의 대부분의 나라가 축구를 최고의 스포츠로 여기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도 있긴 하다.
미국이 대표적인 나라이고 한국, 캐나다, 필리핀, 인도, 일본, 중국, 호주, 뉴질랜드는 다른 스포츠가 더 인기 있다. 호주(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럭비와 크리켓이 톱2 스포츠다. 축구는 사실 주요 스포츠로서 명함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
호주는 영국의 영향으로 축구를 빨리 접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1882년 호주 풋볼협회가 설립되면서 남아공에 이어 영국 외부에서 창설된 3번째 축구협회가 됐다. 그런데 축구가 성장하지 못한 이유는 ‘호주식 풋볼’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호주식 풋볼은 세계와의 접촉점을 만들지 못하고 그들만의 리그가 됐다.
미국이 ‘미식축구’를 개발해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었던 것처럼 호주도 자신들만의 풋볼, 그리고 럭비를 발전시켰고 이는 ‘현대식 사커’가 자리잡을 수 없는 축구인들 입장에서는 척박한 환경이 됐다.
축구가 19세기에 도입되었음에도 오세아니아 축구 연맹이 설립된 것은 1966년이었고 1974년까지 호주는 아시아 축구 연맹에 편입되어 월드컵과 올림픽 예선전을 치렀다.
호주의 ‘영국식 축구’는 유럽에서 온 이민자들로인해 명맥이 유지됐다. 호주의 산업화에 발맞춰 온 유럽 이민자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영국식 축구’를 플레이 함으로 찾으려고 했다.
축구가 얼마나 인기 없는 스포츠였는지는 프로리그가 2004년이 되어서야 출범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2005년 원년 리그가 시작되었는데 참가 구단은 호주 9개 구단, 뉴질랜드 한 구단이었다. 한국의 대기업 현대가 이 리그를 스폰서했다.
그런데 A-리그로 불리는 호주 프로축구리그는 2017-18년 시즌에 경기당 평균 관중 동원수 1만명을 넘어섰다.
호주 대표팀에는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그리스 이민자들이 많은데 특히 크로아티아계 선수가 많다. 호주는 2006 독일 월드컵 당시 크로아티아와 같은 조에 속했다. 유고슬라비아 내전으로 호주 이민을 온 크로아티아계 자녀 7명이 호주 국가대표팀으로 뛰면서 두 나라의 대결은 미묘하게 양국민의 감정을 자극했다.
당시 조선일보의 기사를 소개한다.
사실 ‘축구변방’ 호주가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에 진출하는 데에는 ‘크로아티아의 힘’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890년대 생계를 위해 호주 이민을 시작한 크로아티아인들은 2차 대전 뒤 그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후 경제 위기로 60~70년대 또다시 이민 물결이 일었고, 90년대 초반 내전을 겪으면서 난민들의 도피도 잇따랐다.
크로아티아 이민자들은 사탕수수와 담배 농가에서 막일을 하면서 고된 나날을 보냈지만 축구공은 놓지 않았다. 부모는 아이에게 축구공을 사줬고, 호주 아이들이 크리켓이나 럭비를 배울 동안 크로아티아 아이들은 자국 리그 유니폼을 입고 어린 시절을 보냈다.
시드니 크로아티아(현 시드니 유나이티드), 멜버른 크로아티아(현 멜버른 나이츠) 같은 크로아티아인들이 만든 축구 클럽은 비인기 종목이었던 축구를 지금의 위치까지 성장시킨 주역이 됐다. 두 나라의 대결은 이민자 사이에서도 단연 화제. 호주에 사는 크로아티아계 이민자들 사이에서는 크로아티아 체크 유니폼과 호주의 노란 유니폼을 절반씩 이어 붙인 응원 유니폼이 인기를 끌고 있다. (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6/06/06/2006060670105.html)
호주 축구 팬들이 한국 팬들과 공통 분모가 딱 하나 있는데 바로 거스 히딩크 감독에 대한 애정이다. 히딩크 감독은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호주를 16강으로 이끌며 호주 축구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바 있다. 호주가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한 것은 2006년이 역사상 처음이었다.
호주 최고의 축구 스타는 팀 케이힐이다. 팀 케이힐은 사모아인 어머니와 아일랜드계 잉글랜드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다문화권 선수이다. 그는 A매치 108경기에서 50골을 기록했고 월드컵 본선에서 무려 5골을 올리며 호주 역사상 월드컵 최다 골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호주가 아시아 축구 연맹에 속해 있기에 케이 힐은 아시아 축구 연맹의 이름으로 월드컵에 출전한 선수 중에도 최다 골을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