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알라룸푸르, 말레이시아 - 2023년 1월 3일, 쿠알라룸푸르의 부킷 잘릴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AFF 미쓰비시 일렉트릭 컵 B조 경기에서 말레이시아의 에세키엘 아구에로(왼쪽)가 싱가포르를 상대로 두 번째 골을 넣은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 Yong Teck Lim/Getty Images)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말레이시아는 이시아의 축구 강국이었다. 물론 월드컵에는 단 한 번도 출전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한국, 일본 등에는 위협을 가하는 나라였다.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축구를 봤던 한국인들은 말레이시아는 축구에서 한국과 자웅을 겨루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말레이시아에는 메르데카컵이 열렸는데 적어도 한국팬들에게는 큰 국제대회였다. 왜냐하면 월드컵과 같은 국제 대회에 출전할 기회가 없었던 한국은 메르데카컵 같은 대회에서 외국팀과 대결했고 이를 많은 팬들이 TV 생중계로 지켜봤기 때문이다.
메르데카컵에서 이회택, 이영무, 김진국, 차범근, 허정무와 같은 스타가 탄생했다. 1970년 메르데카컵에서 우승했던 한국 대표팀은 귀국 당시 카퍼레이드를 할 정도로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한국은 메르데카컵에서 총 11차례 챔피언트로피를 받았다. 한국은 1993년 이후에는 메르데카컵에 참가하지 않았고 2014년부터는 아예 대회 자체가 열리지 않았다.
인정 받던 국제대회가 열리지 않게 된 이유는 축구의 인기가 하락했다는 말이다.
말레이시아 축구가 몰락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도박과 승부조작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폭망’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말레이시아 축구는 도박과 승부조작으로 그야말로 폭망했다.
말레이시아 국내 리그는 그다지 인기가 없다. 한국과 비슷한 평균 관중수 6-7천명을 기록하고 있다. 축구를 대체로 좋아하지만 도박과 승부조작 이후에 국내 리그는 관심을 끌지 못한다.
말레이시아 축구는 회생 가능성이 없을까. 말레이시아는 정부 주도하에 유소년과 학교 축구를 발전시키려고 했고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러나 미래가 밝지는 않다.
2022년 1월, 김판곤 감독이 말레이시아 축구협회와 계약을 맺어 말레이시아 축구 대표팀을 이끌게 되었다. 이전의 2020년 동남아시아 축구 선수권 대회에서 6위에 그친 말레이시아는 김판곤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김판곤은 2022년 6월 방글라데시와의 경기에서 4-1로 승리하며 말레이시아를 2023 AFC 아시안컵 본선에 진출시켰고, 이는 16년 만에 이루어진 성과였다. 동남아시아 축구 선수권 대회에서도 준결승에 진출하며 좋은 성적을 보였다. 2023년 아시안컵에서는 요르단과 바레인에 패배하며 탈락했지만, 한국과의 경기에서 3-3 무승부를 기록하며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김판곤은 이후 2024년 7월 말레이시아 대표팀 감독직에서 사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