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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행동, 보폭 맞추기 [김영태 칼럼]
매우 단순한데 어려운 것이 있다.
좀 더 풀어서 설명하면, 내용은 매우 단순해서 그냥 그렇게 하면 되는데, 그대로 하기 어려운 것이 있다는 말이다. 가장 흔한 예로 운동을 배울 때가 그렇다. 모든 운동에서 가장 강조하는 게 무엇인가? 힘을 빼라는 거다. 골프나 테니스처럼 기구를 가지고 하는 운동은 더 그렇다. 손잡이를 너무 꽉 쥐거나 힘이 들어간 상태로 스윙을 하면, 힘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서 온전히 뻗어 나가지 않거나 강하게 날아가지 않는다. 이 원리는 처음 배우는 사람도 들으면 바로 이해가 가는 말이다. 하지만 뭐가 문제다? 맞다. 잘 안된다. 힘을 빼는 건 많은 경험을 통해서 몸으로 느껴야 이루어지는 것이니 그렇다고 하고, 다른 게 또 있다.
자세다.
어떻게 준비 자세를 취하고 어떻게 스윙을 해야 하는지, 기본적인 것을 배운다. 처음에는 알아들었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실제 스윙을 할 때는 내 생각대로 한다. 익숙하지 않아서 잘 하지 못하는 것과는 다르다. 들어서 알기는 하겠는데, 그것보다 내 생각대로 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해서다. ‘그러면 공을 맞히기가 더 어려울 것 같은데, 차라리 이렇게 하는 게 낫지 않아?’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스멀스멀 올라오고 그 생각이 내 몸에 전달된다.
가르쳐주는 사람의 말에 고개는 끄덕이지만, 머릿속으로는 동의하지 않는 거다. 그렇게 자기 고집대로 하게 된다. 처음에는 잘 된다. ‘봐! 저 사람도 잘 모르네. 내가 하는 대로 하니 잘 되는데?’ 그렇게 자기 확신에 가득 차서 반복한다. 그렇게 해서 잘 하면 괜찮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어느 정도는 잘 되는 것 같다가, 한계에 닿는다. ‘어? 잘 되다가 왜 안 되지?’ 고민에 빠진다. 잠시 슬럼프가 왔다고 자신을 위로하지만, 길어지면 이 운동이 자기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까지 이른다. 혼자서는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가르쳐줬던 사람에게 다시 물어본다. “처음에는 잘 됐거든요? 근데 갑자기 이상하네요?” 과연 갑자기 이상해졌을까?
아니다. 처음에 가르쳐준 대로 했다면 그렇게까지 되진 않았다. 처음에는 알려주는 방식이 잘 이해가 가지 않거나, 실력이 더디게 올라가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익숙해지면 그때부터는 실력이 J 커브를 그리며 올라간다. 이유가 뭘까? 지켜야 할 기본을 지켰느냐 그렇지 않으냐의 차이다.
기본을 지키는 건 지루하고 어렵다.
내 생각이 더 맞는 것 같고 옳은 것 같다. 왜? 나한테 잘 맞고 바로 성과가 나니까. 하지만 그건 일시적인 효과일 뿐이다. 모든 것이 그렇지만 운동도 그렇다. 자세와 스윙 등 기본적인 동작이 정해진 이유가 있다. 오랜 시간을 거치며 많은 사람이 시도해 보면서 다듬고 다듬은 것이 기본자세와 스윙이다. 그것을 온전히 익혀야 응용도 할 수 있게 된다. 기본이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더 나은 기술을 발휘하기 어렵다.
2002년 월드컵을 기억하는가? 히딩크 감독이 우리 선수들에게 했던 훈련이 무엇이었는가? 기초체력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축구를 잘하는 선수들을 모아놓고 기초체력이라니? 많은 비판과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뜻을 굽히지 않고 묵묵히 자기 생각대로 밀어붙였다. 그 결과는? 사상 최초로 그리고 언제 깨질지도 모를 정도의 성적인, 월드컵 4강을 이뤄냈다. 홈구장의 이점도 작용했지만 말이다.
그냥 하면 된다.
새로운 것을 배울 때 가장 빠르게 배우는 방법은 그냥 하면 되는 거다. 가르쳐주는 사람이 알려주는 대로 하면 된다는 말이다. 이게 좋을 것 같다 저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기본을 잘 배우고 익숙해지면 그때 하면 된다. 사람마다 체격이나 체력이 다르니, 더 효과적인 방법은 자기 스스로 이렇게 저렇게 하면서 찾는 게 정확하다. 다만 그 시기를 서둘러서는 안 된다. 운동회에서 어른들이 앞으로 잘 넘어지는 이유를 아는가? 마음은 이미 저 앞에 가 있는데 체력, 특히 다리에 힘이 따라와 주지 못해서 그렇다고 한다. 온전히 걸음을 옮기기 위해서는 마음이 너무 앞서가지 않도록, 차분하게 보폭을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